경제학 원칙대로 살면 어떤 일이 생길까?
좋은 소식과 그렇지 않은 소식이 있다. 먼저, 좋은 소식은 누구나 풍족하지는 않아도 평생 돈 걱정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소식은 이러한 삶을 위해서는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평생 끈기 있게 노력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항상 지출이 수입보다 많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매사 검소한 생활을 유지해야 하며 그렇게 아낀 돈을 투자할 곳을 부지런히 물색해야 한다. 모든 행동을 취할 때 투자 대비 효율을 따져야 함은 물론이고 예기치 못한 불행에 대비하기 위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머리를 감싸고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평생 이렇게 산다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 이렇게 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있다. 이 책의 저자가 그렇다. 저자는 30년 넘게 경제학을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자신의 사고와 생활이 경제학 교과서와 같아졌다고 말한다. 직업이 대학교수인 저자는 큰돈을 벌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온 결과 100세까지 산다 해도 경제적으로 별 문제가 없겠다는 자신이 섰고, 평생 실천해온 바를 책으로 썼다. 오랜 세월이었고 가족들과 의견이 다를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가 이런 생활을 고수해온 것은 경제학의 원리가 부를 축적하는 수단은 아니지만 행복을 극대화해주는 길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서다. 그는 평생 이런 생활을 해온 것에 전혀 후회가 없고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인생을 경제학 원칙대로 살면 과연 어떤 일이 생길까?
경제학 원칙대로 살아온 경제학 교수의 솔직한 이야기
저자가 살아온 삶에 특별한 비결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일은 늘 실천이 문제다. 저자는 경제적 삶을 살기 위해 알아두고 실천해야 하는 것들을 경제학 원리를 통해 제시하고 자신의 삶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데, 모두 직접 겪은 일이다 보니 현실감이 남다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준다. '라이프사이클 이론'을 제시하며 일찌감치 연금형 보험으로 노후 대비를 시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신혼 초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녀 걱정을 하는 모습으로 아내를 어이없게 만든 이야기에서는 컨틴전시 대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처음 교수가 되었을 때 교수 휴게실에서 제공되는 공짜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 속이 쓰렸던 일화를 통해서는 일상에서도 '비용-편익 분석'이 유용하다는 얘기를 꺼낸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매우 솔직하게 썼다. 돈에 연연해하는 모습이라든지 야식을 끊지 못하는 모습, 부부싸움이 있던 날 밤에 든 생각 등을 있는 그대로 썼다. 덕분에 책이 무척 재미있어졌다.
젊은 독자들에게 - 가장 중요한 투자 수단은 '시간'
경제적 삶에서는 어떤 일을 하든지 효율성을 따져보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대학교수인 저자에게는 외국 유학에 대해 상담하러 오는 학생들이 종종 있는데, 그중에는 당장은 유학 자금이 부족하니 일단 취직해서 몇 년간 돈을 모아 유학을 가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그런 학생을 만나면 저자는 “틀린 생각이니 당장 유학을 가라.”라고 조언한다. 학습능력이 최대인 20대의 시간을 돈 버는 데 사용하고 학습능률이 떨어지는 30대가 되어 유학을 가는 것은 시간을 매우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경제적 삶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 수단은 바로 '시간'이라고 말한다. 20대의 1시간과 50대의 1시간은 전혀 다르다. 가능하다면, 학습 효율을 최대한 올릴 수 있는 20대는 온전히 학습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요즘 많은 대학생들이 일찍부터 주식 투자에 나서 투자 경험을 쌓는다. 20대에 애써 번 돈 100만 원을 투자해서 200%라는 경이로운 수익률을 올려도 300만 원이다. 200%라는 수익률을 얻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은 매우 클 것이다. 그런데 20대를 온전히 자신에게 투자하여 좋은 직장에 들어가 돈을 벌어 1,000만 원으로 투자할 수 있다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결과에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차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커질 것이다.
오랜 시간 투자하면 복리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 또한 시간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이처럼 시간은 우리 인생에서 아껴 써야 하는 귀중한 자원이자, 돈을 버는 일의 기초가 되는 필수불가결한 수단임을 꼭 기억하자. 특히 젊은 독자들이 귀담아들어주면 좋겠다. 당신이 하루라도 빨리 관심을 가져야 할 투자 수단은 부동산도, 주식도, 코인도 아니다. '시간'이다.
경제학자의 가족관
경제학자의 “경제적인” 가족관도 한번 짚어볼 만하다. 저자는 행복하고 원만한 가족 관계를 위해서 남편과 아내의 경제적 가치를 지표화해서 평가하는 작업을 한번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배우자의 연봉이 3,000만 원이라면, 3% 금리를 가정할 때 그 배우자는 10억 원짜리 꼬마 빌딩과 같은 존재로 볼 수 있다. 사랑과 신뢰로 맺어진 부부 관계를 꼬마 빌딩이나 돈에 비유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독자도 있겠다. 그러나 이처럼 객관적 수치로 평가해보면 상대가 나의 가장 소중한 자산임을 깨닫게 되어 일단 다툴 일이 적어지고, 아껴줘야 한다는 생각도 들며, 목표를 설정하여 함께 나가기도 쉽다는 이야기다. '존경할 수 있는 배우자'나 '상냥한 배우자' 같은 애매한 기준은 다툼의 원인이 되고 개선도 어렵다. 당신이 가족을 이루고 있으며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다면 경제학자만이 할 수 있는 이런 조언도 한번 참고해볼 만하지 않을까?
거대 변화 앞에서
지금 세계는 큰 변화 앞에 서 있다. 1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이런 거대 변화를 누구라도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만나면 우리가 세웠던 경제계획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신이 검소한 생활을 유지하며, 오랜 시간 저축과 투자를 해왔다 해도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당신의 예금과 연금은 그 가치가 속수무책으로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의 뒷부분에서는 AI, 플랫폼 산업 등 기술 발전을 비롯해, 고령화, 인구 감소, 세계 정세 변화 등에 대한 경제학자의 견해를 담아 독자들이 경제계획을 세우는 데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다시 책 제목으로 돌아가보자. 경제IQ란 무엇일까? 단순하게 돈을 잘 벌거나 투자를 잘하는 사람이 갖고 있는 재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돈을 어떻게 벌고 모으고 쓸지는 결국 인생철학의 문제다. 그렇기에 경제학적 삶이란 비단 돈과 관련된 측면으로만 한정되지 않고 우리 생활 전반에 관여되는 삶의 방식이다.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보며 정확한 계획과 합리적 선택을 통해 인생의 낭비를 줄이고 삶을 '경제적으로' 꾸리는 안목과 힘,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경제IQ다. 돈 잘 버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경제교육이 되어버린 시대에 경제학자가 던지는 질문이며,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