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처럼 사는 거… 그게 내가 원하는 삶이야.
아니, 선화야 내 말은…
나한텐 그게 특별한 거야.
「여름의 명암」 중에서
신애는 언젠가부터 틈만 나면 그런 종류의 말을 계속했다. 먹어. 잘 먹어야 돼. 선에게 그 말은 ‘먹어’가 아니고 ‘살아’라는 말로 들렸다. 살아. 잘 살아야 돼.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소름이 끼쳤다. 사실 선은 신애가 그 말을 하기 시작한 시점의 일을 기억한다. 남들이 들으면 아직도 못 잊었냐고 할, 그런 건 다 누구나 있는 일이니 잊어버리라고 할 그런 일.
「남은 음식」 중에서
그랬나. 멀쩡하게 잘 살았었나. 선은 이전의 삶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신애는 아무렇지 않게 선풍기 바람을 정면으로 계속해서 쐬고 있었고, 방 안에선 선풍기의 날개가 달달 달달 돌아가는 소리만 퍼졌다.
「남은 음식」 중에서
선우의 주변엔 그런 사람들이 있었고, 내 주변엔 그런 사람들이 없었다. 그건 날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였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나를 사랑하며 존중하긴 했지만, 정말 진심으로 이해하거나 공감하진 못했다.
「아름다운 나의 작업실」 중에서
러그에 쓰여있는 ‘liberté’가 너무 얄미워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악 소리를 한 번 지르고, 와인잔은 싱크대에 쓰레기는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그러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고무장갑을 끼고 쓰레기봉투 앞에서 엉엉 울었다. 무언가 답답했는데, 그 무언가가 이 작업실이라면 이상했지만 아무래도 이 작업실 때문인 것 같았다.
「아름다운 나의 작업실」 중에서
나는 저번처럼 친구 녀석들에게 또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만약 너네 딸이 신부 입장할 때, 너네랑 입장 안 한다고 하면 어떡할래?
질문에 순간적으로 분위기가 냉해졌다. 그리고 나는 봤다. 인아의 아버지와 닮은 몇몇 얼굴들을.
「신부 입장」 중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 중 잘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랑을 받고 싶고, 갖고 싶어 한 것뿐이며 그 방법이 너무도 서툴렀을 뿐이다. 그런데, 그 서투름이 너무도 후회스러워 우리는 서로 만나지 못한다.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던 우리는 서로에게 마음을 들킬까 봐 만나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들은 헤어졌다. 그 헤어짐은, 나에게 더는 타인에게 마음을 꺼내지 않으면서, 적당한 거리를 두며 오래 보는 법을 알려줬다. 헤어짐으로, 헤어지지 않는 방법을 알게 됐다.
「장미 빌라」 중에서
넌 아무나 사랑하잖아.
넌 아무도 사랑 못 하잖아.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 중에서
아득한 기분에 팔목과 팔꿈치 사이의 공간으로 감은 눈을 덮었다. 사랑하는 방식… 더듬더듬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