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동전들이 있다니……. 그동안 상상도 못했어요.”
“어떠냐.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지? 너는 앞으로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배우고 경험하게 될 거야.”
어르신이 비장한 표정으로 오롱이를 바라봤어요.
그때였어요.
“헬로우, 데얼(Hello, there 안녕하세요)!”
유리관 안에 전시되어 있는 미국 동전 1센트가 어르신과 오롱이를 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어요. 어르신은 외국 말을 듣고 당황해서 슬금슬금 센트에게서 멀어지려고 했지요. 센트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말을 걸었어요.
“컴 온, 아임 유얼 프렌드(Come on, I’m your friend 이봐요, 우린 같은 동전 친구잖아요).”
그러자 어르신이 아예 센트에게서 등을 돌리더니 멀리 굴러가 버렸어요. 센트는 어르신의 반응에 당황하는 눈치였어요. 오롱이가 어르신 대신 센트를 향해 인사했어요.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반갑다는 표현을 하는 것 같았거든요.
“안녕, 우린 한국 동전들이야. 만나서 반가워.”
그제야 웃음을 되찾은 센트가 오롱이에게 손을 흔들었어요. 오롱이도 센트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고는 얼른 어르신을 따라갔어요.
“어르신, 왜 그러세요?”
어르신은 멈추어 서서 할 말을 고르느라 바빴어요. 오롱이에게 외국 말을 못해서 도망갔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게 말이다……. 박물관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서 말이야.”
“그래요? 구경하느라 제가 정신이 없었네요.”
어르신은 거짓말을 들키지 않아 마음이 놓였어요.
“와, 정답이에요!”
어르신과 유라는 대화가 술술 통했어요. 마음이 잘 맞는 오래된 친구처럼요.
“어떠냐. 이제 내 똑똑함을 인정하겠냐.”
어르신이 유라에게 장난스럽게 말하자 유라가 엄지를 높이 들어 올렸어요.
잠시 후, 어르신의 눈치를 살피던 유라가 진짜 궁금한 걸 물었어요.
“혹시 명동 성당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알다마다. 내가 예전에 버스를 타고 그 앞을 얼마나 많이 지나다녔다고.”
“진짜요? 그럼 저 좀 데려다주실 수 있으세요?”
“거긴 왜 가려고 하는데?”
“그게……. 도착하면 말씀드릴게요.”
“에고, 지금 성당 미사 시간이라 사람들이 엄청 많을 텐데…….”
어르신이 곤란한 표정을 짓자, 유라가 와락 어르신에게 매달렸어요.
“제발요, 어르신.”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