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Plant)는 본래 식물, 심다 등의 뜻을 가진 말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는 플랜트는 공장이다. 공장은 우리가 생활에서 쓰는 작은 생필품부터 전기나 석유, 가스 같은 에너지까지 생산하는 설비다. 그런데 왜 플랜트가 거대한 공장 설비를 지칭하게 되었을까? 아무것도 없는 대지 위에 기초를 다지고 다양한 장치를 설치, 조립함으로써 거대한 설비가 완성되는 과정이식물이 자라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플랜트란 어떠한 원료나 에너지를 활용하여 유용한 제품이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설비이다. -14~15쪽
플랜트 엔지니어링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개념 설계이다. 개념 설계란 플랜트의 기본적인 개념을 설계하는 단계로, 간단히 말하자면 플랜트에 들어가는 것과 나오는 것을 정한 다음, 나오는 것이 원하는 대로 나올 수 있도록 필요한 장치를 조합해 시스템을 도출해내는 것이다. 개념 설계를 바탕으로 앞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지, 시장 가능성 등은 어떠한지 등을 검토하고 다음 설계 과정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플랜트는 어떤 장치로 이루어져 있을까? 플랜트의 장치는 우리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과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전기나 열로 작동하는 냉장고, 에어컨, 가스레인지, 보일러, 세탁기, 정수기 등과 작동 원리가 흡사하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제품이 어떠한 기능을 하는지 알고 있다. 여기에 제품의 작동 원리까지 알면 플랜트 엔지니어링의 개념 설계가 더 잘 이해될 것이다. -19쪽
원심력을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가 세탁기이다. 세탁기는 빨랫감을 탈수할 때 원통을 강제로 빠르게 회전운동을 시킨다. 이때 빨랫감은 원통 안에서 원운동을 계속하지만, 물은 원통 밖으로 빠져나가므로 탈수가 되는 것이다. 빨래를 햇볕에 말린다고 해도 세탁기의 탈수 기능으로 물을 최대한 제거하면 훨씬 빨리 건조된다. 플랜트에서 원심력을 활용하는 장치는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사이클론(Cyclone)이 있다. 사이클론은 들어오는 유체의 속도가 높을 때 여기에 에너지를 가해 발생하는 원심력으로 물질을 분리한다. 주로 폐수를 처리하기 전에 폐수에 들어 있는 기름을 분리하거나 액체에 든 고체 불순물을 제거할 때 사용한다. 그렇다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의 혼합물을 분리하고 싶을 때는 어떤 장치를 사용할까? 원심력을 이용해 물질을 분리하는 원심분리기(Centrifuge)를 사용한다. 장치로 들어오는 혼합물이 그 자체로 힘을 가지고 있어 원심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면 사이클론을 사용하면 되지만, 정적인 상태라면 외부에서 강제로 원심력을 가해야 한다. -47쪽
냉장고와 에어컨은 한마디로 냉매를 압축해 온도를 떨어뜨리는 장치이다. 냉매는 장치 내부에서 계속 순환하면서 실내 또는 장치 내부의 열을 빼앗아 밖으로 배출한다. 냉장고의 경우 내부의 열을 빼앗아 밖으로, 에어컨의 경우 실내의 열을 빼앗아 실외기로 배출함으로써 열에너지를 이동시킨다. 이러한 역할을 하는 장치가 바로 냉각용 열교환기다. 냉각용 열교환기는 서로 다른 온도를 가진 물질에 간접적으로 열에너지만 전달해준다. 냉장고와 에어컨에 들어 있는 냉각용 열교환기는 냉매를 활용해 냉장고의 내부 공기와 실내 공기 온도를 원하는 온도까지 낮춘다. 열교환기의 핵심 원리는 전도와 대류다. 전도란 어떤 매체를 통해 열이 전달되는 현상이고, 대류란 기체나 액체에서 열이 흐르듯이 전달되는 현상이다. -82~83쪽
선풍기는 팬을 회전시켜 바람을 만들어준다. 펌프가 액체에 에너지를 가해 이동시킨다면 선풍기는 기체인 공기에 에너지를 가한다. 펌프는 액체의 압력을 높여주지만, 선풍기는 압력에너지 대신 공기의 속도에너지를 높여준다. 가만히 있던 공기에 속도를 가해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 바람을 쐬면 우리 몸에 있던 열에너지가 발산되어 시원함을 느끼는 것이다. 선풍기보다 좀 더 강하게 공기를 순환시키는 서큘레이터, 화장실 환풍기도 선풍기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 플랜트에도 선풍기의 작동 원리를 활용하는 장치가 있다. 식품을 만드는 플랜트에서는 온도를 낮추기 위해 선풍기 같은 대형 팬으로 열을 식힌다. 플랜트 내부의 더럽거나 오염된 공기를 외부로 배출할 때도 팬을 활용한다. -98~99쪽
컨베이어는 물건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운반하기 위한 장치이다. 컨베이어가 사용된 생활 제품으로 러닝 머신이 있다. 많은 사람이 헬스장이나 집에서 러닝 머신의 컨베이어 벨트 위를 달리면서 운동한다. 컨베이어 벨트는 모터, 회전봉, 보드, 벨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터가 회전하면서 회전봉을 돌리고, 이 회전봉과 맞닿아 있는 벨트가 움직이는 것이다. 벨트 자체는 유연한 고무 재질로 되어 있어 이를 받치는 보드가 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한 컨베이어는 여러 종류가 있다. 러닝 머신과 비슷한 벨트 컨베이어가 가장널리 사용되는 컨베이어로, 제조와 운송 분야에서 많이 쓰인다. 벨트 컨베이어는 직선 경로를 따라 물체를 이동시키며 고무, PVC 같은 재료로 만든 벨트를 사용한다. 크고 무거운 짐이나 상자를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기기에 편리해서 물류회사에서 짐을 나르거나 플랜트에서 최종 생산된 포장 제품을 나를 때 많이 사용한다. -116~117쪽
플랜트에서 안전밸브의 중요성은 무엇보다 잠재적인 위험 상황으로부터 플랜트와 운전원을 보호하는 능력에 있다. 다시 말해 안전밸브는 장비 손상, 플랜트 효율 감소, 사고나 환경 재해로이어질 수 있는 과도한 압력으로부터 플랜트를 보호한다. 플랜트에서는 제품이나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물질의 온도를 높여서 반응시키거나 압력을 높이는 작업을 한다. 압력밥솥은 2기압 내외지만, 플랜트에서는 300기압 이상의 초고압까지 올리기도 한다. 그래서 아무리 사람이 잘 제어하더라도 사고로 화재가 발생해 장치를 가열하는 등 압력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 생기곤 한다. 플랜트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 같은 위험을 방지하는 최종 장치가 안전밸브다. 플랜트에서 안전밸브는 공정 시스템의 압력이 미리 정해진 수준을 초과하면 자동으로 열리도록 설계되어 과도한 압력을 방출해준다. 플랜트 안전밸브도 압력밥솥에 달린 추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하는 것이다. 안전밸브 내부의 스프링을 들어올릴 만큼 압력이 올라가면 자동으로 밸브가 열려서 밖으로 배출된다. -138쪽
플랜트의 배관 시스템은 공정 시스템이 작동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플랜트에서는 수많은 유체와 가스가 장치에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그래서 이들을 제대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데, 여러 물질이 이송되는 연결 시스템이 배관 시스템이다. 아무리 각 장치가 잘 기능하더라도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물질이 이송되지 않는다면 플랜트에선 아무것도 생산할 수 없다. 플랜트 배관 시스템은 한 장치에 연결된 배관, 피팅(Fitting), 밸브로 구성되어 있다. 배관은 유체가 흐르는 도로 역할을 하며 금속이나 강한 플라스틱 복합재로 만든다. 산업 공정에서 필요한 높은 압력과 온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한다. 피팅은 배관의 흐름 방향을 바꾸거나 연결해주는 부자재이다. 배관은 기본적으로 직선이고 크기가 같아서 피팅이 있어야만 상하좌우로 연결하고, 크기도 자유자재로 바꾸어가며 활용할 수 있다. 밸브는 배관에 흐르는 유체의 흐름을 통제하거나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158~159쪽
플랜트에 적용된 전기 시스템은 가정용 전기 시스템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가정에서는 220볼트 기준의 소용량 전자제품을 활용한다면, 플랜트에서는 다양한 전압과 용량을 가진 장치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플랜트의 전기 시스템은 다양한 공정과 장치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동을 보장한다. 전기 시스템이 플랜트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몇 가지 예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기 시스템은 공정 제어와 모니터링에 필요하다. 전기 시스템은 제어 시스템 자체가 전기로 작동되므로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플랜트의 공정 시스템은 전기 시스템과 제어 시스템으로 제어되고 모니터링된다. 다양한 센서 및 제어 시스템은 온도, 압력, 유량 등 주요 공정 변수를 측정하고 최적의 조건을 유지해주며, 필요에 따라 밸브를 여닫거나 냉각수 또는 열매체의 양을 조절하는 등 공정을 조정한다. -173쪽
모든 생활의 토대가 되는 집은 소중한 공간이다. 처음 집을 구매하면 이사하기 전에 많은 사람이 다시 인테리어를 한다. 그런데 인테리어 전문업체에 의뢰했는데도 업체에 맡겼던 사람들 가운데 언짢아하는 사람이 꽤 많다. 결과가 전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비용을 지급했는데도 업체에서 의뢰인이 요구한 대로 하지 않는 경우 때문이다. 관점을 바꾸어 생각하면 인테리어 업자도 수많은 일 가운데 하나를 하는 것일 뿐이다. 물론 성심성의껏 알아서 잘 해주는 업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옆에서 하나하나 관리하고 간섭하지 않으면 자신이 편한 대로 하곤 한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대로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면 진행 상황을 옆에서 계속 지켜보아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바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의 일종이다. -2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