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가장 따스한 나태주 시인의 시와
감성 충만한 다홍 작가의 그림에 담긴
살아 있는 순간의 아름다움, 가까이 있는 모든 것들의 소중함!
나태주 다홍 만화시집의 스토리는 시인이 끔찍이 아끼는 손녀 아영과의 추억에서 시작한다. 서너 살이나 되었을까. 들판에서 오래 머문 탓에 꾀죄죄한 얼굴을 한 아영은 시인인 할아버지에게 풀꽃 반지를 만들어 선물한다. 풀꽃 반지로 열 손가락을 꽉 채운 시인은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모르고, 아영은 목걸이까지 선물할 심산인지 풀꽃 엮기에 바쁘다.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시인이 손녀 아영을 보는 마음은 「풀꽃 1」에 담긴 마음과 다르지 않다.
시인은 챙이 짧은 모자를 쓰고 “될수록 소로길을 찾아서/개울길을 따라서” 장바구니 달린 자전거 페달을 힘들여 밟는다. 그리고 “아는 사람을 만나면 자전거에서 내려/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한다. 아영은 할아버지가 모는 자전거 뒤에 앉아 할아버지가 부는 휘파람 소리를 들으며 주렁주렁 열린 석류 열매에 환호한다. 시인은 “언제까지고 거기 너 그렇게 웃고만 있거라 / 예뻐 있거라.”는 바람을 「소망」에 담는다.
어느덧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된 아영에게 시인은 “아프지만 다시 봄//그래도 시작하는 거야/다시 먼 길 떠나보는 거야//어떠한 경우에도 나는/네 편이란다.” 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바람 부는 이 세상”에서도 시인에게는 아영이 있어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된다.” 한편으로 시인은 중학교에 입학해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아영에게도 “어떠한 경우라도 아이 /너 자신을 사랑하고/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너 자신임을 잊지 말아라.”며 위로의 말을 건넨다.
시인과 손녀 아영의 잔잔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는 아영이 성장하여 사회인이 되고 결혼하여 아기를 낳은 이후까지 이어진다. 바쁘게 사는 아영의 안부가 시인은 늘 궁금하다. 그러나 어쩌랴? 아영에게는 그가 가꾸어 나가는 그만의 세계가 있는 것을. 시인은 뒤돌아 어린 날 아영의 모습을 떠올리며 입가에 지그시 미소를 짓는다. “요새/네 마음속에 살고 있는/나는 어떠니?//내 마음속에 들어와 살고 있는 너는 여전히/예쁘고 귀엽단다.”
시인의 시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감성적인 다홍 작가의 그림과 시인 할아버지와 깜찍하고 발랄한 손녀 아영이 엮어 나가는 잔잔한 이야기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처럼 뭉클한 감동을 자아낸다. 살아 있는 순간의 아름다움, 가까이 있는 모든 것들의 소중함을 담은 나태주 시인과 다홍 웹툰 작가의 컬래버레이션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받은 생일선물처럼 달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