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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

섭식장애와 심리적 외상을 이겨낸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힘


  • ISBN-13
    979-11-86963-56-2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상상+모색 / 헤르츠나인
  • 정가
    16,8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10-1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정예헌
  • 번역
    -
  • 메인주제어
    건강, 인간관계, 개인발전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섭식장애 #심리적외상 #미술치료 #가스라이팅 #트라우마 #폭토 #중꺾그마 #중꺾마 #건강, 인간관계, 개인발전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8 * 188 mm, 256 Page

책소개

“내 인생을 다시 내 손에 쥐고 싶었다.”

 

섭식장애와 심리적 외상을 치유하기 위해 식단일기와 미술 심리치료를 비롯한, 작은 변화를 만드는 심리학적 해설을 곁들인

외상 후 회복력과 성장하는 마음에 대한 보고서

 

“중요한 건 ‘꺽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이다.”  - 박명수, JTBC 〈할명수〉 122화에서

 내 현실과 욕심의 차이를 인식하고,

 목표점 대신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다.

 작은 실패를 만나면,

 굳은 의지 대신 꺾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내가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되새기며

 자신을 다독여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냥 다시 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 방향으로 계속 걸어가고자 용기를 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작은 변화가 생겼으며,

 그 변화가 쌓여 마침내 원하는 내 모습을 되찾았다.

 

〈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는 섭식장애와 심리적 외상의 치유 과정에서 의지가 꺾였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작은 변화를 만드는 어떤 용기에 관한 책이다. 가스라이팅에 의한 폭력과 섭식장애를 직접 겪으며 심리적 외상을 입는 과정과 그 고통의 현장을 마치 소설처럼 드라마틱한 글 솜씨로 묘사하고, 심리적 외상에 의한 트라우마와 강박과 중독 극복 과정을 심리학적 해석을 곁들여 심리적 고통을 극복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도록 설명하고 있는 에세이다. 스무 살 어린 나이에 가스라이팅과 폭력에 의한 최악의 연애로 얻게 된 마음의 상처와 오랜 고시공부로 인한 정서적 결핍, 그리고 가족과의 불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외모에 대한 강박으로 이어져 결국 섭식장애의 굴레에 빠져버린 작가는, 섭식장애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봄날 문득, 햇살의 따사로움에 삶의 한 장면이 바뀌는 경험을 하고, 변해야 한고 다짐했다. 무엇 때문에 마른 몸매를 그토록 원했던 걸까 되돌아보았고, 식단일기를 기록하고 미술 심리치료를 시작하면서 치유의 과정에 들어섰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반복하는 ‘폭토’를 단칼에 끊어낼 수 없었기에 좌절했다. 그러다가 심리적 외상의 극복은 굳건한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을 직시하고, 실패할 수 있음을 그것도 반복적으로 되풀이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담담하게 ‘그냥 해보는 마음’으로 임하고자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도망치지 않고 실패의 순간마저 다독이며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다 보니 ‘작은 변화’가 생겼고, 그 변화가 쌓여 결국 섭식장애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마음의 병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방법은, ‘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였다.

 

10월10일 ‘세계정신건강의 날’ 기념일 발간

 

 

도서소개

 

섭식장애는 내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섭식장애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봄날 문득, 햇살의 따사로움에 삶의 한 장면이 바뀌었다. 변하고 싶었다. 왜 나는 마른 몸매를 그토록 원했던 걸까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식단일기를 기록하고 미술 심리치료를 시작했다. 치료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그동안 모른 척했던 내 본 모습을 발견했다. 본질은 마른 몸매의 예쁜 내가 아니라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예쁜 여자가 되는 것보다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폭토를 멈추고 체중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자 했다. 

단단하게 마음을 먹고 힘들게 견뎠지만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폭식의 욕망은 사흘 밤을 새웠을 때의 졸음, 일주일 굶었을 때의 식욕처럼 자연스러운 신체적 본능이었다.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나약한 내 의지에 좌절감이 밀려왔다. 버티다 부러졌고, 달리다 넘어졌다. 의지만으로 변화에 이르기는 어려웠다. 억지로 폭토를 멈추고자 하는 강박을 내려놓으며, ‘먹는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싶다’, ‘멋진 사람이 되자’, ‘변하고 싶다’라는 마음만 남겨놓기로 했다. 그냥 도망치지 않고 하는 만큼 해보자고 나 자신을 다독였고, 반복의 두려움을 이겨내 보자고 용기를 내었다.

느리지만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폭토’의 조짐이 보이면 그 자체를 인정하고 그것이 지나간 다음의 마음을 지지해 주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서 나아갔고,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을 응원했다. 이렇게 시작한 작은 변화가 쌓여 성공의 고지에 다가섰다. 폭토의 주기는 점점 늘어났고, 마침내 멈추었다. 

나를 섭식장애로부터 자유로워지게 한 작은 변화를 일으켰던 힘은, ‘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에서 비롯했다.

 

 

 

목차

1부 6년 차 공시생의 섭식장애

스트레스와 분노를 만날 때마다

 

구토의 기억 - 나는 음식물 쓰레기통이었다

섭식장애 환자의 어느 하루 - 33km를 뛰어 얻은 1.5kg의 휴식

대인기피 -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갈등의 시작 - 공시생 6년 차, 그 마지막 기회 앞에 서서

과도한 개입과 불신 - 입주 과외선생님과 아빠의 비밀 대화

폭식에 이르는 과정 – 곰팡이 빵과 상한 과일에 손을 대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 시험을 두 달 남기고 집을 나왔다

실현 경향성과 가치의 조건화 - 피가 나도록 양치질을 하면서도

신경성 폭식증 - 상대방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다중충동성 - 시험을 포기하고 빵가루 도둑이 되어

낮은 자존감 - 50만 원짜리 인간

비합리적 신념과 당위주의 - 어차피 곧 헤어질 듯

 

 

2부 가스라이팅이라는 미로 속 방황

자책의 늪에 이르는 이상한 길

 

잠식 – 다 애정이 있어서 그러는 거야

배려 없는 충고 – 사람들이 너 걸레인 줄 알아

가짜 위로 –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나 보다

인지부조화 – K를 좋아하게 되다

잔혹한 폭력성 – 폭력에 길들다

공포 마케팅 – 합격이라는 마법의 단어

고립 – 홀로 남아 길을 잃었다

안전 이별 – 절박함에 비굴함은 없다

심리 상담 – 과거의 ‘나’는 지금보다 어렸다

 

 

3부 지방흡입과 운동, 폭식과 구토의 악순환

내가 예쁘고 말랐더라면

 

침투 증상 – 상처를 헤집으며 곱씹고 곱씹는 이유

자기 비난 – 내가 예쁘고 말랐더라면 

신체상 왜곡 – 눈 뜨고 코 베인 허벅지 지방흡입

식욕억제제의 위험성 – 마음을 다잡은 순간, 폭식이 시작되다

호감의 조건 – 그의 이상형은 마른 사람

불신 – 사랑하고 싶지 않다는 가짜 마음

자의식 도피 – 자책의 순간 라면봉지를 뜯다

폭식 행동 – 폭식의 지뢰가 터졌다

신경성 폭식증 – 굶고 뛰고… 먹고, 섭식장애의 굴레

보상 행동 – 뛰지 않아도 살 빠지는 방법

만성 구역반사 - 과산화수소수를 들이키다

 

 

4부 미술 심리치료, 자존감 회복의 시작

마른 여자 말고 멋진 사람

 

행복의 의미 – 어느 봄날, 햇볕의 마법

미술 심리치료 – 나를 좀 더 알아가기로 했다

감정을 기록한 식단일기 – 불안할 때 먹어야 하는 사람

정면으로 바라보기 – 메시지창 초록불에서 지옥을 만난 후

가족 관계 다시 보기 – 찬찬히 들여다보면 다르지 않아

그냥 하루를 사는 일 – 출근길에 깨달은 ‘그냥 하는 마음’

자이가르닉 효과 – 미해결 과제를 해소하는 현명한 방식

 

 

5부 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

 

마음 먼저 챙기기 – 이왕이면 기분 좋아지는 일을 한다

마음의 보석 – 마른 여자 말고 멋진 사람

독서 산책 –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

방향 설정 – 실패에 대한 용기, 성공에 이르는 단단한 길

하루하루의 힘 – 소파 밑 체중계를 찾다가

불의에 대한 응전 – 미완의 기억으로부터의 자유

57kg의 만족 – 인생역전 회귀물 대신 나만의 성장물

 

 

본문인용

 “

 하지만 괜찮다. 

 지금 내 모습이 정말로 마음에 든다. 

 몸매에 집착하지 않고 자유롭게 먹는 것, 

 남들이 자는 시간에 나도 잠드는 것이 간절한 꿈이었기에. 

 몇 년 전만 해도 폭식과 구토로 하루를 다 보냈던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라면을 두 개씩이나 끓이는 모습이 좋다. 

 체중이 증가한 것 같으면 

 은근슬쩍 체중계를 외면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 

 마른 몸매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것이 나를 나답게 했다. 

 결국 나의 목표는 ‘나다워지는 것’이었다.

 ”

 

변화의 시작 – 의지를 넘어선다

의지로 이룰 수 있는 것은 극히 작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관심사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기왕 하루를 살 거라면,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면서 쓸데없이 나를 비난하는 하루를 살기보다 좀 더 나은 기분으로 하루를 지내고 싶었다. 

 

변화의 시작 – 용기와 그냥 한다

용기를 내는 게 어려운 이유는 ‘용기’ 그다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아무리 첫 용기를 내더라도 다시 ‘반복’될 것을 알기 때문에 용기 내기를 망설이게 된다. 나도 여러 차례 용기를 내보았지만, 다시 반복되는 ‘먹토’와 ‘씹뱉’에 더 큰 상처를 받았다. 진정한 용기는 ‘반복’의 두려움까지 견디겠다는 마음에서 비롯한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꺾일 수밖에 없는 일이라면, 꺾여도 그냥 가겠다고 마음먹고는 조금씩 마음이 회복되어 갔다. 

 

작은 변화

작은 일의 성공은 조금 더 큰 일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불러왔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조금씩 따뜻해졌다. 세상에는 걱정하는 만큼 무서운 일보다는 해낼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신경을 쓰고 용기를 낸 만큼 나는 자유로워졌다. 

 

변화의 시작 –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이다.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문제들은 삶의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그것들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힘은 하루 이틀 만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지는 날도 있고, 이기는 날도 있겠지만 도망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괜찮다. 그것만으로도 성과는 있다. 도망치지 않고 꾸준히 맞서기만 해도 마음의 힘은 향상한다. 이기는 날이 점점 많아지고, 전리품은 자기효능감이라는 이름의 작은 성취감과 깨달음들이다. 그 작은 것들이 모여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내면 조금 더 큰 성취감과 깨달음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그것들은 점점 더 큰 문제도 해결해 준다. 

 

변화의 시작 – 아무 길이나 가본다

이제는 달라지고 싶었다. 가치 있고 오래오래 사랑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아무 길이나 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역설적으로 아무 길이나 가보는 것이었다. 어떤 일이 나와 맞는 일인지 여부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부딪혀 보는 것이었다.

 

변화의 시작 – 내 기분이 먼저다

이뤄야 할 일도, 해야 하는 일도 산더미처럼 많을 것이다. 쫓기듯 허덕대는 날이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 마음, 내 기분이 먼저다. 내 마음을 돌보는 건 선택사항이 아니라 의무를 다하기 전 그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필수조건이다. 무엇보다, 다 이룰 필요 없다. 아무도 그렇게는 못 산다.

 

변화의 시작 - 식단일기

식단일기를 쓴 지 몇 주 지나지 않아 그 말뜻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남자친구나 가족과 말다툼을 하면 2~3일을 넘기지 못하고 폭식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폭식과 구토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은 아니었지만, 주변 사람과의 다툼이 폭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니 내 폭식에도 이유가 생겼다. 폭식하는 순간에도 ‘내가 지금 화가 나서 먹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변화의 시작이었다. 다툼이 끝나고 나면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폭식할 수도 있겠다’라고 예상했다. 여전히 폭식과 구토는 고통스러운 일이었으나, 느닷없이 찾아온 고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과 ‘고통이 찾아오겠구나’ 하고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일기가 쌓여갈수록 나는 내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갔다. 화가 날 때, 외로울 때, 나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을 만났을 때. 나는 많은 순간 취약했지만 내가 취약해지는 시점을 알고 나서는 눈을 질끈 감고 고통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되었다. ‘그 시간이 왔구나. 잠시 통제력을 잃긴 하겠지만 이 시간도 지나가겠지’라고 생각하면서.

 

변화의 시작 –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구분하기

나는 지금껏 섭리를 거스르기 위해 버둥대왔음을 깨달았다.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일이라 착각하고, 왜 불가능한 일을 해내지 못하느냐고 애먼 자신만 들들 볶아댄 것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였다. 그냥 하루를 살아내기. 할 수 없는 일이 있음을 인정하기.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구분하기. 조금 더 나아간다면 할 수 없는 일에 집착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다이어트를 내팽개치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목표가 애초에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음을 인정할 수는 있었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다 실패한 사람에게 미련하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실패자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 또한 나에게 실패자라고 필요가 없었다. 못 할 만한 일이라서 못한 것뿐이니까.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그 책임에서도 함께 벗어난다는 것이었다.

 

변화의 시작 – 기분이 좋아지는 일을 한다

‘해야만 하는 일’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나는 너무 오랜 시간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해진 나머지 뭘 하고 싶은지조차 몰랐다. 나는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일’로 조금씩 관심을 옮겨갔고, 곧 바람직한 일을 하기 위한 몇 가지 기준을 만들었다. 뭔가 시도하기 전에 세 가지 질문을 먼저 던졌고, 웬만하면 모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1. 실현 가능한 일인가.

2.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자발적으로 하는 일인가.

3.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가. 

 

섭식장애는 입체적인 심리적 외상이다

섭식장애는 폭식과 구토, 과격한 운동 등의 증상을 동반한 심리적 장애인데, 이는 결과적인 증상에 해당한다. 섭식장애 치유를 위해서는 증상 그 자체보다 그 기저에 깔린 심리적 요인, 주변 환경 요인 등 입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는 섭식장애 극복 하나에만 매달리지 않고, 작가의 그 당시 삶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조망하여 심리적 상처들을 돌아본다.

 

 

서평

섭식장애는 내가 만든 감옥이었다

섭식장애는 자신이 만든 감옥이다. 열쇠를 손에 쥐고 있어도 열쇠구멍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 구멍이 보인다고 무작정 열쇠를 꽂고 돌려본들 감옥문은 열리지 않는다. 상황이 두려워, 고통이 괴로워 단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자 굳은 의지를 세워보지만, 섭식장애라는 병증은 늘 그 의지를 꺾어버리고 만다. 섭식장애는 나의 문제, 나의 의지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섭식장애를 겪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섭식장애 탈출은 의지로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폭식과 구토를 멈추려 하기 전에, 내 마음이 고픈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마른 몸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라는 폭력성과 타인과의 관계 설정 오류로 인한 자존감 훼손, 마음 깊숙한 곳에 갇혀 있던 불안과 불만 등 심리적 정신적 상처가 섭식장애라는 방식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나약한 자신의 본모습을 인정하고, 마음 깊이 자리 잡은 고통의 뿌리를 제거해야 자아라는 열쇠구멍을 찾을 수 있다. 섭식장애는 의지만으로는 치유할 수 없는 병이다. 마음을 옮겨 자신을 직시하고 상황을 다르게 볼 용기가 필요하다. 그 과정은 느리고 지루하다. 하지만 마음의 방향을 잃지 않는다면, 한 걸음 한 걸음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마침내 섭식장애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된다. 

심리적 외상과 섭식장애의 고통을 현실감 넘치는 묘사로 드러내고, 강박과 중독의 지독함을 치유하며 심리적 외상에 의한 트라우마와 그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을 심리학적 해설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는 󰡔꺾여도 그냥 하는 용기󰡕는 같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하는 정예헌 작가의 진정성 어린 바람이 담긴 책이다. 스무 살 어린 나이에 가스라이팅과 폭력에 의한 최악의 연애로 얻게 된 마음의 상처와 오랜 고시공부로 인한 정서적 결핍, 그리고 가족과의 불화로 인한 스트레스는 외모에 대한 강박으로 이어져 결국 섭식장애의 굴레에 빠져버린 작가는, 자신을 섭식장애로부터 해방시킨 건, 굳건한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을 직시하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의지는 꺾일지라도 그 상태로라도 포기하지 않고 그냥 해내는, 언젠가는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는 용기였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의 용기이다.

저자소개

저자 : 정예헌
‘공시합격’과 ‘45kg’만을 바라보며 20대 절반을 우울과 섭식장애로 보내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어서야 마음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심리적 문제는 환경, 외상 사건, 우울 등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요인들이 상호작용한 결과이며, 자기와 타자에 대한 치열한 사랑이 외상 후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깨닫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책을 쓰다 보니 욕심이 났고, 보다 나은 책을 만들고 싶어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하다 보니 공부가 재미있어 건국대 대학원 바이오힐링융합학과에 진학해 동물매개치료를 공부 중이다. 지금껏 그래왔듯 반려견과 산책하고, 눈을 맞추면서 그가 나에게 주는 선물들을 기억하고, 기록해서 나누며 살아갈 생각이다. 앞으로도 심리학을 사랑할 것이며, 반려동물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갈 것이다. 막상 부딪혀 보면 세상이 꼭 그렇게 어렵고 무서운 일로 가득한 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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