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독서 모임에 온 사람들을 보며, 평일 오전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주부’라고 생각한 시대착오적인 나의 발상이 부끄러웠다.
오전에 시간이 많은 사람은 주부만이 아니었다. 휴직 중인 회사원, 글을 쓰는 작가, 자영업을 하는 대표님 등등.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교보문고의 독서 모임은 그 사람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으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책으로 의기투합한 우리는 30년 가는 독서 모임을 하자며 ‘팽조의 삶’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책들이 쌓여 산을 이루고 있다.
책의 언덕을 오르며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독서 모임의 리더로, 글을 쓰는 작가로, 청소년들의 꿈을 응원하는 강연자로, 상처받은 사람을 안아주는 상담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회 모임부터 ‘딜레땅뜨’를 자처한 우리는 작가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아마추어의 최고봉, 독자로서의 최고봉이 되어보자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제 우리는 큰 산 하나를 넘으려 한다. 책이 이룬 산을 넘으며 그 산꼭대기에 이 책 한 권을 보태려 한다.
산을 넘은 후 뒤돌아보면, 우리가 넘은 산은 작은 언덕에 불과할지 모른다.
우리 앞에는 더 높은 산들이 있고, 우리는 또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지 모르나 그 산 또한 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우리에겐 ‘딜레땅뜨’가 있으니까.
딜레땅뜨는 ‘코로나 19’의 바람에도 너끈히 견디며 나아가고 있다.
우리가 찍은 점은 점이 아니라 별이었다.
우리 각자가 찍은 점들이 별이 되고 우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