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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탈성장


  • ISBN-13
    979-11-86036-78-5 (03300)
  • 출판사 / 임프린트
    나름북스 / 나름북스
  • 정가
    2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08-29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마티아스 슈멜처 , 안드레아 베터 , 아론 반신티안
  • 번역
    김현우 , 이보아
  • 메인주제어
    사회, 사회과학
  • 추가주제어
    환경 , 기후변화 , 생태과학, 생물권 , 사회집단: 대안 생활방식
  • 키워드
    #사회, 사회과학 #환경 #기후변화 #생태과학, 생물권 #사회집단: 대안 생활방식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0 * 210 mm, 398 Page

책소개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보다 정의롭고 생태적인 미래를 위한 전략

성장 이데올로기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계속 증가하는 불평등 및 생태적 파괴를 은폐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이의 대안인 탈성장의 기원, 정의, 실행 가능성, 구체적인 경로를 다룬다. 수십 년간 이어진 탈성장에 관한 연구 문헌과 행동 양식을 종합해 오늘날까지의 탈성장 논의를 정리하고, 위기의 근원인 자본주의 성장 이데올로기의 극복 필요성을 설득한다. ‘성장’ 개념이 어떻게 출현했고 왜 모두가 경제 성장이라는 헤게모니에 사로잡혔는지 분석함으로써 자본주의의 핵심 특징으로서의 성장을 문제 삼는다. 나아가 탈성장으로 수렴되는 생태적, 사회경제적, 문화적, 페미니즘적 관점에서의 성장 비판과 함께 자본주의, 산업주의, 남반구-북반구 격차 구조를 비판하며 탈성장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한다.

이 책이 전망하는 포스트자본주의, 탈성장 사회는 민주적 과정을 거쳐 사회 신진대사를 변혁하고 감소시킴으로써 지구적 생태 정의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다. 탈성장에 관한 오해와 비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탈성장의 비전, 경로, 현실화 방안, 그리고 탈성장의 미래 구상까지 명시적으로 제시한 이 책을 통해 다가올 전환의 시대와 무엇을 할 것인지에 관한 상상력을 얻을 수 있다.

목차

머리말

1. 도입

2. 경제 성장
2.1. 아이디어로서의 성장
2.2. 사회적 과정으로서의 성장
2.3. 물질적 과정으로서의 성장
2.4. 성장의 종언?

3. 성장 비판
3.1. 생태적 비판
3.2. 사회경제적 비판
3.3. 문화적 비판
3.4. 자본주의 비판
3.5. 페미니스트 비판
3.6. 산업주의 비판
3.7. 남반구-북반구 비판
3.8. 탈성장 논의 바깥에서의 성장 비판
3.9. 탈성장은 왜 다른가?

4. 탈성장의 비전
4.1. 탈성장의 조류
4.2. 탈성장 정의하기
4.3. 탈성장이 바람직한 이유

5. 탈성장으로 가는 경로
5.1. 민주화, 연대 경제, 커머닝
5.2. 사회보장, 재분배, 소득과 부의 상한 설정
5.3. 공생공락적이고 민주적인 기술
5.4. 노동의 재평가와 재분배
5.5. 사회적 신진대사의 민주화
5.6. 국제 연대
5.7. 탈성장이 실현 가능한 이유

6. 탈성장을 현실로 만들기
6.1. 나우토피아: 좋은 삶을 위한 자율적 공간과 실험실
6.2. 비개혁주의적 개혁: 제도와 정책 변화하기
6.3. 대항 헤게모니: 성장 패러다임에 대항하는 민중의 힘 구축하기
6.4. 위기 대면하기: ‘설계에 의한 탈성장인가, 재난에 의한 탈성장인가’를 넘어
6.5. 탈성장은 달성 가능한가?

7. 탈성장의 미래
7.1. 계급과 인종
7.2. 지정학과 제국주의
7.3. 정보통신기술
7.4. 민주적 계획
7.5. 탈성장: 포스트-자본주의로 향하는 미래지향적 경로

후주
옮긴이의 말

본문인용

배를 흔들지 않는다면(성장과 축적의 힘이 꾸준히 전개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성장의 밀물이 모든 배를 들어 올릴 것이라고 들어왔다. 그러나 ‘존재와 관련된’ 수준의 생태적 위기에 직면해서는 그 반대가 더 정확해 보인다. 우리가 성장의 배를 흔들지 않고 비상 레버를 당기지 않는다면, 모든 하부 갑판이 곧 물에 잠길 것이다. 지금 당장 궤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성장 자체가 사회를 자신의 궤도에서 격렬하게 내던질 때까지 계속해서 위기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55-56

본질적으로 GDP는 유급 고용을 통해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화폐적 가치만을 측정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품과 서비스가 사회의 안녕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구분하지 못하고, 지불되지 않는 모든 것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는 비판이다. 또한 GDP 측정은 누가 어떤 일에 대해 급여를 받는지, 이것이 사회에서 어떻게 분배되는지를 고려하지 않는다. 이는 가사노동과 돌봄, 자기 충족과 자급, 자원봉사, 토지 관리 등과 같은 무급 활동은 포함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가 증가하면 의료적 조치, 자동차 수리 등으로 인해 GDP가 증가할 수 있으며, 이것이 유급 노동으로 이어진다면 환경 파괴도 증가할 수 있다. 낭비성 포장재, 폐기되는 전자제품, 손상되어 수리 불가능한 장비의 생산 증가, 차량 공유와 같이 이전에는 돈으로 규제되지 않았던 사회 전체 영역의 화폐화도 모두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 59

1970년대 이후 동시대의 성장은 사회적 수익의 감소를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 중심부에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경제적 산출은 웰빙의 비례적 증가로 해석되지 못한다. 성장의 과실이 대부분 소수의 글로벌 엘리트에게 집중되는 탓에 이러한 성장은 (아시아 일부를 제외하고) 더 많은 평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성장과 소비 지향적 라이프스타일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훨씬 더 확연하게 파괴적인 생태적, 사회적 영향을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끊임없는 성장이 이익이 발생하는 중심부에서 사회적 조건을 안정화하고 생산과 잉여의 재분배를 통해 자본과 노동 간의 모순을 중재할 능력이 있더라도, 이것이 중심부에서조차 많은 사람의 경제적 조건 악화와 함께 점점 더 불안정해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에는 대가가 따른다. 77

성장에 대한 생태적 비판은 이제 점점 더 일상적인 의식의 일부가 되고 있으며, 거의 모든 다른 성장 비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근본적인 딜레마를 인상적으로 드러낸다. 즉 인간 삶의 생태적 기반이 더 이상 파괴되지 않으려면 향후 몇 년 동안 경제의 물질적 흐름이 매우 빠르게 느려지고 감소해야 하는데, 이는 경제 성장과 함께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고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효율성과 일관성 외에 원료, 에너지, 토지 소비를 줄이면서도 웰빙의 기반을 제공하는 충족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 점을 더 강조하자면, 생태적 논의는 단지 한계와 포기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정치 체제에서 사회-생태적 상호작용을 우선순위에 놓는 것은 전 세계 모든 인류의 물질적 요구와 행성적 경계, 즉 한계 내에서의 웰빙을 충족시키는 모두를 위한 충족성의 세계를 구축할 잠재력을 제공한다. 117

좋은 삶은 노동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에서 소외를 극복하고 근절하는 것과 관련된다. 다른 방식으로 일한다는 것은 여가 시간을 늘리고 유급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만이 아니다. 그런 생각은 주로 남성에게만 해당하는데, 대다수 여성, 특히 돌봐야 할 자녀나 노인이 있는 여성은 어차피 ‘여가’ 시간 대부분을 돌봄 노동에 소비하기 때문이다. 다르게 일한다는 것은 돌봄 노동부터 물질적 기반 시설의 유지 관리, 식량 생산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모든 종류의 일을 동등하게 분담하는 것이다. 169

최근 몇 년 사이 탈성장과 관련된 분석은 북반구 국가들의 생산과 생활 양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예를 들어, 기후정의에 관한 논쟁은 산업화된 국가가 남반구 국가에 상당한 ‘기후 부채’를 지고 있다는 주장을 통해, 그리고 불균등 발전을 ‘생태적으로 불평등한 교환’이라는 틀로 재인식함으로써 불균등 발전에 대한 비판을 생태적 접근과 통합했다. 후자의 이론은 먼저 산업화된 경제가 가난한 나라로부터 생산 과정에서 오염을 유발하는 상품과 천연자원을 수입함으로써 생태적으로 유해한 산업의 영향을 피한 것이 불균등 발전의 조건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199

탈성장은 일을 완전히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탈성장은 노동시간 단축을 강조하는 동시에 돌봄 활동을 재평가하며, 소외되지 않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자기 결정적이며 존엄한 일을 인간 삶의 중심 요소로 옹호하고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경제적 삶의 여러 측면에서 장인적 역량을 재숙련하는 것은 사회적, 생태적 이점이 많을 뿐 아니라 탈성장의 핵심 이슈가 된다. 275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그대들이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고 얻을 것은 세계 전체다”라는 전통적인 문구는 지구의 생물물리학적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 같다. “이미 세계를 잃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탈성장은 지금까지 실현된 적 없는 사회 변혁의 비전이다. 그것은 비상 브레이크를 밟아 자본주의와 성장 주도의 거대 기계에서 벗어남으로써, 모두를 위한 좋은 삶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사회를 변혁하는 의식적이고 근본적으로 민주적인 과정이다. 이 도전의 엄청난 규모를 고려하면, 탈성장 전환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291-292

급진적인 개혁이 실제로 필수적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이고 필요한 변화를 가져오는 데 있어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좌파에서는 아나키스트와 사회주의자 모두 사회를 민주화하고 국가를 탈집중화하며 민중의 손에 권력이 쥐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거기에 도달하는 수단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 다수의 사회주의자는 국가가 소멸하기 전에 먼저 국가를 장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아나키스트는 국가 해체 없이는 필요한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거시적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국가에 의존하는 것이 일견 방책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국가 자체가 위계질서, 권력 구조, 폭력을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조치의 규모를 위해서는 강력한 행위자가 필요하고, 국가는 현재 세계 무대에서 여전히 지배적인 행위자이며, 기후정의, 노동, 페미니즘, 탈식민 운동 모두를 위한 투쟁의 핵심 전장 중 하나다. 305

팬데믹으로 드러난 경찰 폭력, 구조적 인종차별, 인종주의적 ‘일회용품의 정치’에 반대하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촉발되어 전 세계적으로 역사적인 반인종주의 봉기가 일어났다. 팬데믹과 같은 위기의 순간은 우리에게 닥쳐오는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며, 사회운동과 억압 세력의 신속한 동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자본주의 세계 체제의 분기점이다. 이러한 위기는 우리의 정치 프로젝트와 이를 확장하거나 축소함으로써 가능한 것의 지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설계에 의한 탈성장인가, 재난에 의한 탈성장인가”는 탈성장 전환을 가져오는 데 있어 위기의 역할을 생각해볼 수 있는 주요 슬로건 중 하나가 되었다. 이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규모의 축소가 일어날 것임을 시사한다. 그것은 계획적이고 대체로 평화로울 수도 있고, 계획되지 않고 폭력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독자들은 탈성장이 의미하는 바가 전면적인 붕괴가 아님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319
 


 

서평

탈성장 운동은 지금 어디에 있나
개념, 연구, 실천, 비판 등 현재진행형 탈성장 논의의 모든 것

기후 재앙, 대량 멸종, 팬데믹의 위협, 성장과 관련한 다양한 위기로 만성적인 비상사태가 전개되면서 탈성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더 이상 인류의 삶보다 경제 성장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현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보다 탈성장이 더 현실적인 제안이라고 여긴다. 이 책은 경제 성장에 대한 의문이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고, 어떻게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같다면서 탈성장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성장에 대한 비판이자 변혁을 위한 제안으로 체계화한다. 이를 위해 먼저 탈성장의 개념을 정의하고 탈성장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다.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를 발표한 1972년, 프랑스에서 ‘탈성장’(데크루아상스)이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의 부상으로 밀려났던 성장 비판은 2000년대 초반 다시 힘을 얻는다. 오늘날 ‘탈성장’은 성장 헤게모니를 비판하기 위해 학자와 활동가들이 점점 더 자주 동원하는 용어다. 많은 연구에서 입증되었듯이, 이는 산업화된 국가의 추가적 경제 성장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성장이 지구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어느 시점 이후에는 삶의 질 향상에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이 정의한 탈성장은 “전 지구적 생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더 적은 에너지와 자원의 처리량을 기반으로, 민주주의를 심화하고 모두에게 좋은 삶과 사회 정의를 보장하는 사회로의 민주적 전환”이다.

탈성장 지지자들은 자연 파괴 없는 경제 성장은 환상이며, 산업국들이 생산과 소비를 공평하게 줄여야 한다고 본다. 이처럼 근본적으로 성장, 자본주의, 산업주의에 비판적이라는 기본적인 합의가 있고 탈성장에 관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매우 다양하지만, 사회과학과 인문학 중심의 분석을 포함해 전면 탐구한 문헌은 그리 많지 않다. 탈성장 운동이 진보적이고 대체로 반자본주의적이라 해도 자본주의에 대한 명백한 비판적 관점에서 탈성장을 탐구하며 좌파의 더 광범위한 논쟁에 개입한 책은 더더욱 드물다. 이 책은 가부장제, 식민주의, 제국주의, 인종주의, 자본주의와 같은 지배 체제를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핵심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직시한 독보적 저작이며, 수백 건의 탈성장 문헌을 인용해 탈성장이 모두를 위한 정의로운 미래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탈성장에 관한 일반적인 오해는 탈성장이 경기 침체나 긴축을 강요하거나 필연적으로 경제 붕괴와 사회적 재난을 초래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경기 침체는 의도하지 않은 것이고 탈성장은 계획적이고 의도적이다. 경기 침체는 불평등을 악화시키지만, 탈성장은 불평등을 줄이고자 한다. “2008년 금융 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아마존을 집어삼킨 화재, 과거뿐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원주민 학살과 같은 위기는 성장 중심의 자본주의가 이미 재앙을 초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는 충족, 돌봄, 정의에 기반한 다차원적 변혁의 조합인 탈성장이냐, 아니면 야만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즉 우리 앞에 다가와 있고 이미 세계 곳곳에서 일상적인 현실이 된 재앙을 피하기 위해 탈성장에 관해 이야기해야 한다. 탈성장이 위기가 아니라 자본주의가 위기다.”(p.35)

이외에도 저자들은 “현대성과 진보에 반한다”, “덜 가져야 한다며 좋은 것을 빼앗고 허리띠를 졸라매게 할 것이다”, “모든 유형의 생산과 소비를 전반적으로 감축하는 것이다”, “지속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려면 성장이 필요하다”, “가난한 국가에서 탈성장은 불합리하다”, “탈성장은 사회적으로 쇠퇴한 후기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경향이다”라는 등의 탈성장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세밀하게 반박한다. 경제학자들이 침체를 문제로 여기는 이유는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에 의존하기 때문이며, 오히려 끊임없는 경제 성장을 고수하는 것이 진정한 진보를 저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성장 이데올로기가 무너뜨린 오늘의 세계를 직시하기
자본주의의 기둥이자 기후 위기의 근원인 ‘성장’ 개념을 해체하다

탈성장을 알기 위해 다음으로 자본주의의 핵심 특징으로서의 성장을 분석한다. 이 책은 성장을 단순한 GDP의 증가가 아닌 사상이자 관념이고 사회 과정이며 물질 과정으로 서술했다. 점점 더 빠르게 우리를 낭떠러지로 몰아가며 수많은 자원을 폐기물과 배출물로 남기는, 자연에 대해 팽창하는 사회적 신진대사이자 가속, 확대, 강화의 힘을 서로 키우고 동적으로 안정화하는 사회적 과정으로서의 성장을 다뤘다. 아울러 성장 이데올로기가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얻어 헤게모니를 쥐게 된 과정을 탐구하며, 성장이라는 가치가 어떻게 임노동을 비롯한 생산관계는 물론 모든 사람에게 권력과 위계를 정당화하고 강요하게 되었는지 논의한다. 경제가 안정되려면 계속해서 성장해야 한다는 지배적 관념이 사회 갈등을 무마할 모종의 약속이 된 것이다. 따라서 저자들은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려면 사상과 관념으로서의 성장 해체는 물론 광범위한 사회 동학의 측면에서 성장의 역할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서 탈성장 관점을 구성하는 여러 프레임워크를 한데 모아 성장에 대한 다양한 비판을 7가지 주요 형태로 정리해 제시한다. 이는 생태적, 사회경제적, 문화적, 반자본주의적, 페미니스트적, 반산업주의적, 남반구-북반구 비판이다. 각 입장에서 본 경제 성장으로 인한 해악들, 즉 생태계가 파괴되고 지속 가능한 형태로 유지될 수 없다는 점, 삶을 임의로 측정하고 평등을 저해하는 점, 일과 삶과 자연과 맺는 관계를 깨뜨리는 점, 착취와 축적을 가속하고 불평등을 심화하는 점, 재생산 노동을 폄하하고 여성, 특히 유색인종 여성과 토착민 여성을 위태롭게 만드는 점, 권위적인 생산력과 기술 발달로 다수를 소외시키는 점, 중심부와 변방 사이의 지배, 추출, 착취 관계에 의존하고 이를 재생산한다는 점을 여러 문헌을 인용해 설명했다. 탈성장 논의 바깥에서 완전히 다르게 나타나는 성장 비판-보수주의자들, 녹색 파시즘, 반현대주의, 부자들의 환경주의도 덧붙여 소개했다.

탈성장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 것인가
식인 자본주의의 엔진을 멈출 구체적인 대안 경로

책의 후반부에서는 본격적으로 탈성장의 비전과 실현 방안을 탐구한다. 탈성장 스펙트럼 내에 존재하는 그룹을 제도 지향적 조류, 충족성 지향 조류, 커머닝 및 대안 경제의 조류, 페미니스트 조류, 포스트 자본주의와 대안 세계화의 조류로 분류한 후 탈성장의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이는 1) 지구적 생태 정의를 가능하게 하고 정의로운 방식으로 물질적 신진대사를 변화시켜 생산과 소비를 감소시킬 것 2) 사회 정의와 자기 결정을 강화하고 모두를 위한 좋은 삶을 위해 노력할 것 3) 제도와 인프라를 재설계하여 그것들의 작동이 성장과 끊임없는 확장에 의존하지 않게 할 것이다.

이러한 유토피아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와 관련해서는 1) 경제 민주화, 커먼즈 강화, 연대 기반 경제 및 경제 민주주의 2) 사회보장, 재분배, 소득과 부의 상한선 설정, 3) 공생공락적이고 민주적인 기술 4) 노동의 재분배와 재평가 5) 생산의 공평한 해체와 재구성 6) 국제 연대의 6대 변혁으로 나누어 정책들을 제안한다. 요약하면 탈성장 경제민주주의는 현재 소수에 집중돼 있는 경제력을 해체하고, 거시적 미시적 차원에서 국민이 경제적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회적 대안을 평가한 에릭 올린 라이트의 기준에 따라 탈성장이 ‘바람직한가’, ‘현실성이 있는가’를 살펴보았다면, 다음으로 ‘달성 가능한가’를 검토한다. 성장과 대결한다는 것은 현대의 주류 경제와 관련해 대부분을 재발명, 재창조해야 한다는 의미다. 저자들 역시 이를 ‘어마어마한 도전’이자 ‘관계적 혁명’, ‘역사적인 세계 체제 전환’으로 보고 이를 어떻게 현실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숙고한다.

첫 번째 전략은 ‘나우토피아’로 명명한 틈새 전략이다. 카탈루냐 통합 협동조합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제도, 인프라, 조직 형태의 실험을 소개하고 좋은 삶을 위한 자율적 공간에서 ‘탈성장 주체성’을 기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두 번째 전략은 공생 전략인 ‘비개혁주의적 개혁’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 시스템을 변화시킬 구체적인 개혁과 개선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사회 세력의 협력 형태를 만들고자 하며, 이는 전통적인 정치 시스템 안에서 이뤄진다. 기존의 구조와 규제에서 시작하지만, 목표는 자본주의적이고 성장 지향적인 생산 방식을 넘어서는 것이다. 사회 변혁을 체제 내부에서 시작해 체제와 함께 이행하려는 것은 구조적 한계에 끊임없이 직면하며 급진적 변화에 따른 파국의 공포를 키우는 대신 토론과 참여를 통해 제도를 바꾸고 이로써 사회의 동학을 크게 바꿔낼 수 있다는 데 초점을 둔 것이다.

기득권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체제를 만들어 가려면 세 번째 전략이자 단절 전략인 ‘대항 헤게모니’가 필요하다. 이는 성장 패러다임에 대항하는 민중의 힘을 구축하는 것이며, 급진적 변혁을 추동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수준에서 국가를 근본적으로 민주화하고 전유하는 조직화된 저항이다. 이 운동은 이민자, 노동자, 기후 및 인종적 정의뿐 아니라 반제국주의, 페미니즘, 반자본주의 운동과 긴밀한 동맹 맺기, 파업과 봉쇄 등 자본과 국가의 요구를 차단하거나 요구할 역량 구축하기, 연대와 협력, 운동 내 민주적 구조 수립으로 스스로 권력의 원천 만들기 등을 구성 요소로 삼는다. 탈성장 사회를 향한 변혁에는 이 세 전략 간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세 전략의 공통된 특징은 탈성장 지지자들이 ‘혁명 이후’의 먼 미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변화를 꾀한다는 점이다.

“탈성장은 다양한 원칙과 아이디어가 담긴 하나의 초대장이며, 아직 우여곡절을 겪어보지 않은 길이다. 이 여정을 시작하려면, 생명을 위하고 자본주의적 성장에 반대하는 광범위하지만 통일된 ‘운동들의 운동’이 필요하며, 그래야 자신 있게 변혁의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우리는 탈성장에 대한 비판과 제안의 핵심 관심사가 점점 더 많은 투쟁과 변혁적 실천으로 통합되기를 희망한다. 이 길을 따라가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당신이 무엇을 선택하든 우리의 궤적은 다르지 않음을 기억하기를 바란다.”(p.326-327)

저자소개

저자 : 마티아스 슈멜처
베를린에 기반을 둔 경제사학자이자 사회 이론가, 기후 운동가. 예나 프리드리히실러 대학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사회 생태 네트워크와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성장의 헤게모니The Hegemony of Growth』, 『운동(들) 속의 탈성장Degrowth in Movement(s)』이 있다.
저자 : 안드레아 베터
탈성장, 커먼즈, 비판적 에코 페미니즘을 도구로 활용하는 변형 연구자이자 활동가, 저널리스트. 브라운슈바이크 조형예술대학에서 변형적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잡지 『Oya』의 편집자이며, 동독 지역의 예술, 학습 및 공동 창작을 위한 초지역적 농촌 공간인 ‘하우스 오브 체인지House of Change’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저자 : 아론 반신티안
몬트리올에 거주하며 음식, 도시, 정치, 생태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생태 정치 웹사이트인 Uneven Earth의 공동 창립자이며, <가디언>, <브라이어패치 매거진Briarpatch Magazine>, <레드 페퍼Red Pepper>, <오픈 데모크라시Open Democracy>, <더 에콜로지스트The Ecologist> 등에 기고했다.
번역 :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진보신당 정책연구원,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으로 활동하며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연구와 실천에 매진해왔다. 지금은 <탈핵신문> 이사장으로 신문 발간을 돕고, 기후 위기를 알리는 교육과 탈성장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안토니오 그람시』, 『정의로운 전환』,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 다른 에너지』(공저), 『탈핵』(공저), 옮긴 책으로 『녹색 노동조합은 가능하다』, 『GDP의 정치학』, 『적을수록 풍요롭다』(공역),『우리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것』(공역), 『심층적응』(공역),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공역) 등이 있다.
번역 : 이보아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코디네이터. 민주노총-민주노동당-토지와 도시정책-과학기술정책까지 다소 방만한 관심사를 오가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녹색당 창당에 뛰어들었다. 이후 녹색당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활동을 통해 밀양송전탑 반대투쟁에 참여했다. 탈원전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다시 공부를 시작해 윤석열 정부의 탈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는 현재, 밀양송전탑 반대투쟁을 주제로 학위논문을 쓰고 있다. 탈성장이 또 다른 골치 아픈 개념이 아니라 다중 실천의 연결고리가 되는 길을 찾고 있다.
지은 책으로 『위험한 동거』(공저), 『밀양송전탑 반대투쟁 백서, 2005~2015』(공저), 『위기의 삼성과 한국 사회의 선택』(공저) 등과, 옮긴 책으로 『비재현적 방법론: 연구를 재상상하기』(공역)가 있다.

출판사소개

기울어진 세상에서 중심 잡기. 올곧게, 재미있게 읽는 사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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