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나를 지키는 방법, 지혜로운 거절!
나는 이름 그대로 우등감자예요.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나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며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요. 지금까지 말썽을 피우거나 어른들 말을 어긴 적도 없어요. 누구 부탁이든 “네.”라고 대답하고 절대 거절하지 않아요. 그런 나에게 ‘싹’이라니! 싹은 나쁜 감자에게 생긴다던데 정말 억울해요. 누가 저 좀 도와주세요! 제발요.
우등감자는 착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마음에 병이 피어올랐어요. 거절했을 때 다른 사람이 실망할까 봐, 나를 싫어할까 봐 두려움을 느끼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남의 기분과 눈치만 살피다 정작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동화에서는 마음에 생긴 상처가 감자에 난 싹으로 표현되었어요. 《거절은 너무 어려워!》는 우등감자가 하기 싫은 일을 지혜롭게 거절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게 변하는 과정을 보여 줘요. 내 마음을 건강하게 표현하고, 비로소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는 우등감자의 이야기랍니다. 세상에서 진심으로 사랑해야 하고, 두려워해야 하는 건 남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니까요.
착한 우등감자에게 싹이 났다?
우등감자는 ‘착한’ 감자라고 소문이 자자해요. 집에서는 말 잘 듣는 첫째랍니다. 아빠는 엄하고 늘 우등감자에게 예의 바른 감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 덕분에 우등감자는 착하고 예의 바른 감자로 자랐어요. 엄마는 우등감자가 먹어야 할 것과 공부해야 할 것, 해야 할 일들까지 모두 정해 놓지요. “모두 너를 위한 거란다.” 가족이라는 만능열쇠는 우등감자에게 부담이 되었지만, 우등감자는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어요.
학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에요. 그리고 우등감자는 자신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생각하는 감자이지요. 친구들 사이에서는 부탁을 다 들어주는 감자이고요. 친구들의 부탁으로 숙제를 대신 해 주기도 하고 청소를 도와주기도 했어요. 우등감자는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퍼즐 맞추는 걸 좋아하지만, 축구를 좋아하는 돼지감자와 납작감자 친구를 위해 함께 축구했지요.
세상에나, 정말 이렇게 착한 감자가 또 있을까요? 그런 우등감자에게 ‘싹’이 났대요. 싹은 나쁜 감자한테만 난다고 했는데… 도대체 우등감자는 무슨 잘못을 한 걸까요?
당신의 ‘착함’은 어느 쪽인가요?
우등감자는 부모님의 요구나 챙김도 나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니 사랑받는 기분이 들어 행복했어요. 남의 부탁을 들어주는 건 다른 감자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생각에 뿌듯해했고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하기 싫은 일에 “싫어요.”, “안 돼요.”라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졌어요. 다른 감자들이 실망할까 봐 두려웠거든요. 차라리 손해를 좀 보더라도 다른 감자의 기분을 맞추는 게 마음이 편했어요. 하지만 우등감자가 도와주는 걸 다른 감자들이 당연하게 생각할 때 마음이 불편했어요. 싫은 기색을 보이면 “너답지 않게 왜 그래?”라는 말이 돌아왔죠. 그때부터였어요. 옆구리에 조그만 싹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요.
‘착함’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해요. 한 가지는 자신이 선행을 베풀어 행복을 느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상대에게 맞춰 주며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에요. 우등감자는 처음에는 전자처럼 뿌듯함을 느꼈어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게 되었죠. 갈수록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고 타인의 말에 순응하며 착한 감자가 되려고 노력한 것이지요. 우등감자는 착함의 종류 중 후자처럼 불편한 마음이 불쑥 올라오고,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럽기까지 했어요. 그렇게 싹은 무럭무럭 자라났지요.
말 잘 듣는 우리 아이, 속마음을 먼저 살펴보세요
우등감자처럼 행동하는 아이들을 어른들은 흔히 착하다고 말해요. 그리고 아이들이 정말 싫거나 나쁜 상황에 닥쳤을 때 감정을 심하게 표현하면 어른은 나무라곤 하지요.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냈을 때 꾸짖음을 당하면 아이는 내가 잘못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문을 닫을 수 있어요. 더 나아가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면 다른 사람이 싫어하거나 인정받지 못하고 칭찬받지 못한다는 강박을 갖게 되지요. 착한 아이, 좋은 아이로 보이기 위해 자신의 진짜 감정을 참거나 숨기려고 해요. 그렇게 거절하거나 솔직하게 표현하는 걸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죠.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 감춰진 마음속에서 상처가 곪아 가고 있다는 것이에요.
그렇다면 진짜 아이를 위한 일은 무엇일까요? 어릴 때는 품에 안아 주되, 커 갈수록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해요. 아이가 속마음을 표현했을 때 감정을 인정해 주고,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물어봐 주세요. 아이도 찬찬히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며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답니다. 스스로 기분을 풀며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성장하게 될 거예요. 내 기분이 어땠는지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면 자연스럽게 부모와의 정서적 교감이 이루어질 수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거절!
마을 뒷산에는 커다랗고 동그란 구슬감자바위가 있어요. 그 바위에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대요. 하지만 천 년도 더 산 감자바위할머니가 지키고 있어서 아무나 갈 수 없어요. 감자바위할머니는 나쁜 감자에게 난 싹 냄새도 귀신같이 맡는대요. 싹이 난 감자를 잡아가서 감자칩으로 만든다는 전설은 정말 무시무시해요.
“얘야, 나 좀 태워 주겠니?” 뒤에서 어떤 할머니가 소리쳤어요. 우등감자는 깜짝 놀랐다가 이내 다리가 덜덜 떨렸어요. 싹이 난 걸 알고 감자바위할머니가 잡으러 온 걸까요? 할머니는 다짜고짜 우등감자에게 자전거 뒤에 태워 달라면서 달싹 올라타 정확히 싹이 난 곳을 팔로 누른 채 허리를 잡는 게 아니겠어요? 우등감자는 자전거 태워 달라는 할머니가 무서워서 거절도 못 하고 페달을 밟았어요. 그런데 작고 쪼그라든 할머니가 너무나 무거운 거예요. 쪼글할머니의 무리한 부탁은 계속되고, 참다못한 우등감자가 폭발했어요. “싫어요!” 간질간질, 늘 목구멍에 들러붙어서 나오지 않던 말이 드디어 입 밖으로 튀어나왔어요. 우등감자는 스스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감자였나 당황스러웠지만, 가슴이 뻥 뚫리는 것처럼 시원했어요.
싫은 건 싫다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해
할머니에게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던 경험을 계기로 우등감자는 거절을 연습해 보기로 했어요. 거절에도 용기가 필요하거든요. 우등감자가 용기 내 거절하자, 주변 친구들은 “너답지 않게 왜 그래?”라는 반응이었어요. 부모님도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기 시작했고요. 우등감자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까 고민했지만, 다시 한번 용기를 내기로 했어요. 세상에서 두려워해야 하는 건 남의 기대를 저버리거나 남이 나에게 실망하는 모습이 아니에요. 바로 나를 함부로 대하는 나 자신이니까요.
우등감자는 그렇게 내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고 건강하게 대화하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어요. 모든 게 한 번에 되지는 않아요. 만약 내가 하지 않던 행동을 하거나 태도가 변하면 주변에서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오해할 수 있어요. 그것도 내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잘되지 않을 수 있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연습해 보아요. 거절의 말 한마디는 나와 타인의 경계를 만들고, 나를 보호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줄 거예요. 내 생각을 솔직하게 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네.“라고 대답하는 게 정말로 즐거워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