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동그랗고 부드러워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면 바라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엄마는 놀아줄 때 늘 그것을 멀리 던졌다. 그런데 지금 저 위의 동그라미는 그것보다 느리게 올라갔다 내려갔다. 빨갛게 떠오른 그것이 올랐다 내려오면, 또 다른 하얀 동그라미는 결국 열기를 끊어냈다. - 8페이지
“술은 불멸의 존재야.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영원히 살 수 있다는 말이지. 하지만 인간과 가까워지면 수명이 생기게 돼. 그리고 지금과는 다르게 지능이 사라져 버려 자신조차 잃어버리게 되지. 그리고 결국에는 숨을 거두게 되는 거야. 우리가 인간과 가까이 살게 되면 그때부터 자아와 영생이 없어져 버리는 것이야.” - 17페이지
“술님은 처음 만나 보아요. 그래도 다행이에요, 술님이라서. 우리 고양이들은 술을 만나면 예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모든 개들 앞에서 멈춰서 확인해야 하죠. 그런데 항상 개만 만나게 되어서 쫓기게 되는 곤란한 상황이 많았거든요. 술님의 존함은 어떻게 되나요?” “나는 콧구멍이야.” - 36페이지
사실 엄마를 보게 되었을 때 어떤 감정이 들게 될지 몰랐다. 너무 기뻐서 울게 될까? 화가 날까? 어쩔 때 너무 원하던 것을 바로 앞에서 마주하게 되면 그게 현실인지 아니면 꿈인지 의심을 하게 되고, 잠깐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는다. 그리고 곧 내 심장 아래, 끈적한 그림자처럼 지독한 어둠이 내 온몸을 지배한다.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엄마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나를 발견할 엄마에 대한 감정이 어떤 감정일지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 89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