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규열 시인의 시집 『바람의 벽』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한국인의 치열한 생에 대한 뜨거운 성찰과 보이지 않는 꿈에 대한 희망적 기록이다. 그것은 우리들의 곤고한 생에 대한 시인의 깊은 사색과 열린 세계를 향한 순결한 진정성과 시인이 지닌 인간에 대한 뜨거운 열정의 아름다운 시적 승화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시집 속에는 우리 백의민족이 지닌 뼈아픈 현대사 중의 하나인 동족상잔 6·25 전쟁에 대한 쓰라린 성찰과 미래 평화에 대한 소망의 노래가 있는가 하면,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의 노래도 있고, 심안으로 바라보는 자아 탐구의 시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잃어버린 젊은 날의 보물찾기, 남편의 늦은 귀가를 기다리는 아내의 깊은 밤 바느질 이야기,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의 편린들이 아름답게 스며있다.
그뿐인가. 수석 속에서 솟아 나오는 끝없는 생각 속으로 홀연히 비상하는 꿈, 어머니의 빈 자리에 대한 메울 수 없는 공허감과 슬픔, 세속적 삶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돌아가라는 사찰 속 여명의 소리, 어제의 넋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세상으로 가자는 미래지향적 이야기 등이 다양하게 놓여 있다.
조국에 대한 치열한 역사의식, 지구인의 본질적 꿈에 대한 향수, 현실 세계에 대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사랑, 뜨거운 가족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 등을 난해하지 않은 그 특유의 진솔한 언어로 따뜻하고 폭넓게 펼쳐준다.
-정성수(시인, 전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