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전하는 ‘영광의 책’
‘영광의 책’에는 역설적으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요한복음 사가는 예수님께서 마지막 만찬을 하시던 중에 제자들의 발을 씻기는 장면부터 시작하여 지고한 자유의지로 스스로 십자가의 죽음을 맞이하시는 영광의 순간을 전하는 그분의 수난사를 통하여, 십자가의 죽음이 예수님께는 물론이고, 그분을 통하여 성부를 믿는 이들에게 진정한 파스카(건너감)가 된다는 사실을 전하려고 한다. 예수님을 믿는 이들은 십자가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보증 받고, 아버지 하느님과 그 아드님이 누리시는 영광에 참여하게 된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길이 되신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표징, 영광, 생명(신원)의 주제로 알아보는 요한복음 신학&영성 해설서
30년 넘게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성서와 관련된 강의를 해온 이기락 신부가 ‘요한복음 신학&영성’ 시리즈를 출간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표징의 책), 《다 이루어졌다》(영광의 책), 《나다》(생명의 책_예수님의 신원) 총 세 권으로 만들어진 이 시리즈는 성경의 통시적⋅공시적 방법론에 기초한 주석서라기보다는, 여러 학자들이 땀과 노력으로 탐구하여 일구어낸 요한복음에 대한 방대한 연구 결과의 한 부분을, 나름대로 정리하여 설명하는 해설서이다. 저자는 특히 독자들이 성경에 계시된 심오한 진리와 신비에 부담 없이 접근하면서 올바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발간한 『주석성경』(2010)에서 제시하는 주석 내용을 기본적 토대로 하고, 여러 학자들의 학설과 주장을 성서 신학적이고 사목적인 측면에서 요약 정리하면서, 첨삭하고 부연설명하기도 하였다.
전능하시고 거룩하시며 무한히 초월하시는 하느님과 그분에 관한 계시의 말씀이 수록된 성경의 계시는, 유한하며 나약하기까지 한 우리 인간이 완전하게 알아듣고 깨달을 수 없는, 우리의 지성을 무한정 뛰어넘는 신비이다. 그럼에도 성경은 사람으로 태어나신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으로 여전히 우리를 초대한다. ‘요한복음 신학&영성’은 그 길로 들어서도록 내미는 손길이다.
와서 보시오
요한복음의 전체 내용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말씀’이시며 ‘외아드님’이시고, 우리의 ‘메시아(그리스도)’이자 ‘주님’이시며 ‘하느님’이라는 머리글의 찬가 고백을 구체적으로 증언하고 입증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 ‘영광의 책’은 예수님의 행적과 말씀(담화)과 가르침 가운데 요한복음 사가가 독특한 관점에서 전해주는 12가지 주제를 다룬다.
요한복음 사가는 세례자 요한의 증언에 따라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 양, 하느님이 파견하신 분, 메시아, 하느님의 아들,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구약의 모든 예언을 성취하신 분으로 밝힌다. 머리글에서 세례자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신비를 ‘증언(μαρτουρία, 마르튀리아)’하는 인물로 소개되는데, 신약성경에서 이 ‘증언’은 다른 이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신앙 고백적 뜻으로 널리 사용된다. 요한복음은 이런 의미에서의 ‘증언’을 촉구하면서 독자인 우리에게도 결단을 내릴 것을 자주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