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 있는 하루를 보낸 당신에게,
'오늘 뭐했어?'에 답하는 내 시간 이야기
하루의 끝자락에서 그날을 돌이켜보면 오늘 점심에 먹었던 메뉴마저 아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분명 부단히 바쁜 하루를 보냈는데 오늘 점심에 먹었던 메뉴조차 기억이 나질 않고,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오늘 뭘 했더라?'이다. 하루를 '버티고' '치여서' 사는 것 같은 기분에, 인생을 살아가는 건 '나'인데 자꾸만 '시간'이 주인인 것 같다. 특히 그 하루를 '나의 커리어'나 '나의 월급'과는 거리가 먼 전업 주부로 보낸다면 더 그렇다. '나'를 위해서라면 남는 시간에나 썼을 법한 집안일을, 주부는 '가족'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시간에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 하루 끝, '오늘 뭐했어?'라고 묻는다면 전업 주부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주부, 퇴근하겠습니다』는 그 질문에 고민하고 방황하던 전업 주부가 '답은 시간의 쓰임에 있다'고 깨닫고 쓴 시간 관리 에세이다. 주부의 일은 느슨한 듯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라,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빠듯한 주부의 시간표에서 그는 흘러가는 시간에 떠밀려가던 몸과 마음을 다잡고 작은 시간 조각들을 줍기로 한다. 이 책은 잘게 부서진 시간 조각들을 어떻게 모을 수 있는지, 그 작은 시간을 자신에게 어떻게 사용했는지, 그리고 그 순간들이 어떻게 반짝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가 최진경의 첫 기록이다. 그가 찾은 답은 단순했다. 주부도 퇴근할 것. 이제 그는 프로 주부인 동시에 퇴근 후에는 작가이자 다양한 재테크 공부를 하고 독서 모임과 블로그도 하며 새로운 직함을 무궁무진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이 책이 바로 그 증거이듯, 당신의 하루에도 퇴근이 있기를 바란다.
주부도 퇴근할 수 있을까요?
꼭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나'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 관리 에세이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 그도 어쩌다 전업 주부가 되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행복했지만 문득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부스스한 머리, 멍한 표정과 마주치면 공허했다. 가족을 서포트하면서 정작 스스로를 서포트할 시간은 없었다. '노력하는 만큼 정직하게 보상이 주어지던' 때와는 사뭇 다른 전업 주부의 생활. 그는 워킹맘과 전업 주부 사이에서 고뇌하고, '전업 주부'가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회적 통념에 괴로워하며, 당신이 나가서 돈 벌라는 남편의 말에 우울해하는 등 엄마가 처음이라면, 주부가 처음이라면 모든 여성들이 웃고 울며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들을 진솔하게 그려냈다. 그는 그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애달픈 상황 속에 멈춰 있고 싶지 않았다. 아이와 남편을 위한 시간이 아닌, 오롯이 혼자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육아와 집안일, 어느 것 하나 놓을 수는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중 그는 시간표를 그려보고서 '인식 못한 채 증발해 버렸던 시간이 어림잡아 무려 여섯 시간이나' 있다는 걸 발견했다. 왜 맨날 시간이 없다고 불평했을까. 그는 자신에게 맞는 시간표를 다시 작성하기로 했다. 거창한 억만장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닌, 특별한 위인이라서가 아닌, 슈퍼맘이라서가 아닌,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의 주부가 자신을 잃지 않도록 만든 시간표이다. 그 시간표를 주변의 주부들과 나누고 싶었다. 세상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기에 이런 이야기야말로 필요했다. 평범한 일상에서 눈부신 시간을 건져낸 보통 주부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당신도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을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부 너머의 세계로 가기 위해
시간을, 그리고 나를 관리하기로 했다.
“지금 이 순간을 잘 챙겨야 그토록 바라는 '언젠가'도 올 테니까.”
그의 하루는 빠듯하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끝없는 집안일도, 독서 모임도, 부동산 공부도, 글쓰기도 해야 한다. 꼭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뒤로 밀리기 일쑤이지만 그럼에도 그는 해내고 있다.
그가 찾아낸 주부의 시간 관리법은 직장인과는 조금 다르다. '월요병' 대신 다가오는 주말이 두렵고, '불금' 대신 '불일'을 보낸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는 시간, 오는 시간, 자는 시간에 맞춰 하루의 출퇴근이 유연하게 조절되고, 어쩌다 아이가 아프면 야근도 불사한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게 주어진 퇴근을 거머쥐기 위해서 그는 주부에게 맞는 일상의 균형을 찾아내야 했다.
『주부, 퇴근하겠습니다』에는 한 주부가 직접 고민의 시간을 앓으며 체득한 '시간 모으는 29가지 팁'이 담겨 있다. 생활감과 친숙함이 그득히 묻어 있는 덕분인지, 읽다 보면 한번 해볼 만하겠다는 마음이 불쑥 생긴다. 더욱이 주부만의 출퇴근 요령, 안 좋은 습관을 고치는 방법 등 간과하기 쉬운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와 금방 무너지기 쉬운 마음을 단련하는 법까지 담겨 있어서 '내 시간'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준다. 무엇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에게 아이를 낳고서도, 일을 그만두고서도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할 수 있다고 북돋아주는 책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내보일 만한 그럴 듯한 성과는 없다고 하며, 그저 전보다 훨씬 행복해졌다고만 말한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지금 그는 시간들을 모아 자신이 원하고 바랐던 대로 하나씩 이루어나가는 행복의 출발점에 서 있다. 앞으로의 시간들이 더 기대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