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죽을병에 걸린 사람이 다시 살아나 과거의 잘못과 새 삶을 기록하는 병상일기가 아니다. 이 책은 내가 아파서야 배운 것에 대한 기록이다. 이 아름다운 세상을 사는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전하는 기쁨과 긍정의 메시지다. 그러나 나 역시 여전히 진다는 것도, 사랑도, 기쁨도 서툰 사람이니 어쩌면 이 책은 지금 그대로도 괜찮다는 권유다. _‘프롤로그’에서
꽃이 환장하게 피는 봄날에 꽃이 피는 줄도 모르고, 초록이 짙어가는 여름날에 소나기 내리는 줄도 모르고, 가을날에 산이 붉게 물들고 있는 줄도 모르고, 첫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날에 사랑의 두근거림도 잊고. 그런 삶이 어두울 수 있다. 괜찮다. 기적은 있다. 넘어져서 일어서는 것, 아침에 눈을 떠 세수하는 것,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것……. 여러분 모든 행동이 기적이다. 이 책으로 기적을 찾는 여러분을 응원한다. _‘프롤로그’에서
좋아하는 거 있으면, 그거 하면 된다. 보여주려는 마음이 앞서면 자존심 상하고 상처만 입는다. 좋아하는 거 하면 하다가 그만둬도 상처 안 받는다. 그럴 때는 넘어져서 무릎이 까져도 자존감이 남는다. _23쪽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어둑한 터널,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그 길. 금방 빠져나오면 다행이지만, 그 터널이 길다고 좌절할 필요도 기죽을 필요도 없다. 나는 그 터널 속에 갇혀서야 깨달았고, 이 책은 그 기록이다. ‘나도 이렇게 아팠는데 일어났으니 당신도 그렇게 하라’는 말이 아니다. ‘나 같은 사람도 이겨냈으니, 당신도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이다. _29쪽
넘어지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 실패야말로 터닝포인트다. 터닝포인트는 다시 뒤로 돌아가는 유턴 같은 게 아니다. 지금까지 어렵게 온 길 다시 새로 가라는 소리도 아니다. 가던 길 고쳐서 좋은 길로 가는 게 터닝포인트다. _33쪽
담당 의사는 가족들을 불러 최후의 일을 통첩했다고 한다. 이대로 가면 삼사일 내로 호흡 곤란이 오고 그러면 산소 호흡기를 씌워야 하고 그러다가 다시 삼사일이면 숨이 멈추게 될 것이니 그다음 일을 준비하는 것이 좋겠노라고. 그 당시로선 도저히 다른 해결책이 없었다고 한다. _63쪽
다른 사람을 이기고,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일까? 이제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한테 자기가 슬그머니 져줄 줄도 아는 그런 사람이어야 스스로 충분히 반짝일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딸아이한테보다 아들아이한테 지는 것을 가르치고 본을 보여주지 못한 게 참으로 안타깝다. 너무나 경직되게 사는 모습만 아이에게 보여주었고 또 바라지 않았나 싶다. 질 줄 아는 것도 마음의 능력이다. 그건 마음의 넓이, 유연함, 너그러움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빡빡하게 사는 인생, 앞서는 인생, 승리하는 인생도 좋다. 그러나 때로는 슬그머니 져주는 인생도 부드럽고 여유 있어서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는 인생이다. _105쪽
그동안 전혀 모르고 있던 일들을 모아서 듣는 마음이 새롭고도 놀라웠다. 그게 그랬었구나, 싶은 일들이 많았다. 특히 의사의 절망적인 선언 부분, 장례위원회 결성에서 장지 문제 이야기 등은 들을 때는 놀랍고 당황했다.
아내 말에 의하면, 그 당시 밖에서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작 환자 본인만 죽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고 했다. _118쪽
아, 이 사람을 두고 어찌 나 혼자서만 눈을 감는단 말인가!
그때에서야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아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중요한 사실을 이제사 알게 되다니! 그러나 이제라도 알게 된 것은 이보다 더 늦게 안 것보다 나은 일이요, 아예 그조차 모르고 세상을 뜨는것보다 훨씬 낫지 않겠는가. 그것은 역시 나름대로 소중한 깨달음의 한 계기가 되었다.
인간은 한시도 사랑 없이 살 수 없다. 그런데 사랑하려면 가끔 뒤를 돌아봐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_208쪽
삶은 어떠한 순간, 어떠한 사람의 것이든 그것은 빛나는 것이며 아름다운 것이며 지극한 축복이며 감사이며 행복이며 기쁨, 그 자체이다. 아니 삶 그 스스로 그 자체, 자연, 우주 그 자체, 본질이다. 누구든 삶 앞에서 헛소리하지 말라. 죽지 못해서 산다. 죽고 싶다. 마지못해서 산다. 그런 말 하지 말라. 이는 삶에 대한 모독이다.
다만 살고 싶어서 산다. 끝내 살아내고 싶어서 기어코 살고 싶어서 사는 것이 삶이다. 어느 날 중환자실에 오셔서 죽어가는 아들을 두고 다급한 나머지 나에게 들려주신 우리 아버지 말씀대로 ‘이 세상은 아직도 징글징글하도록 아름답고 빛나는 세상’인 것이다. _‘에필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