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고르고
은은하게 퍼지는 달고 시원한 공기 | 경기 남양주 국립수목원
한 걸음씩 비우고 마침내 버려내면 | 강원 평창 오대산 선재길
제 발걸음 소리만 데리고 걸어도 좋은 | 충북 옥천 화인산림욕장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겨울의 목(木) 소리 | 대구 팔공산 북지장사 솔숲 길
달뜬 욕망이 사소해지는 정원 | 경북 군위 사유원
오롯한 자연이 함께 발걸음을 맞추는 | 경북 영양 죽파리 자작나무 숲
비 내리면 더 신비롭고 애틋한 | 부산 기장 아홉산 숲
그저 걷고 숨 쉬는 것만으로도 | 제주 서귀포 치유의 숲
눈이 열리고
한 굽이 깊어질수록 짙어지는 | 강원 삼척 응봉산 덕풍계곡
추억은 안개로 피어오르고 | 강원 횡성 횡성호 둘레길
꿈인 듯 아른한 신비 한 자락 | 강원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
태고의 자연이 시간으로 깎아낸 절경 | 강원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 길
가슴 먹먹해지도록 티 없이 맑은 | 충북 단양 제비봉과 충주호
절정을 넘어 경외가 된 아름다움 | 광주 무등산 돌기둥
발그레 수줍다가도 결국 타오르는 | 전남 신안 홍도
달 뜨는 산허리에 달뜨는 마음 | 전남 영암 월출산
피안에 깃들고
천년 물길 따라 잔잔히 굽이치는 | 충북 영동과 경북 상주 구수천 팔탄 천년 옛길
때로는 가까이 종종 멀리 | 충북 청주 대청호
그리는 마음이 보드라운 까닭은 | 충남 태안 내파수도
느릿하게 깊숙하고 완벽하게 고요한 | 전북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 관방제림 그리고 죽녹원
잊힌 이야기와 오늘의 예술가가 만나면 | 경북 안동 예끼마을
인고의 세월을 버텨낸 거목의 안온한 품 | 경북 성주 성밖숲
섬마을의 고된 삶이 들어찬 논배미 | 경남 남해 다랭이논
골골이 소문처럼 번지는 가을 호수의 아침 공연 | 경남 밀양 위양지
멀리 향기롭고
봄바람에 넘실넘실 꽃 멀미도 반가운 | 경기 안산 풍도
가파른 절벽 위 시리도록 처연한 | 강원 정선 동강
예쁘고 씩씩한 것들이 흐드러지게 춤을 추는 | 강원 태백과 정선 분주령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 전북 완주 금낭화 군락지
산자락을 압도하는 노란 꽃의 기세에 반할 | 전북 무주 적상산 노랑매미꽃 군락지
그늘마저 붉은 꽃바다 | 전남 강진 백련사 동백 숲과 백운동 별서정원
설움이자 희망인 나무가 꾸는 꿈 | 전남 구례 산수유마을
향은 깊고 마음은 통하고 | 경남 양산 통도사 자장매
이야기를 만나고
서러운 마음이 덩그러니 | 인천 강화 교동도
속절없는 시간이 잠시 고여 | 충남 서천 판교마을
꿈이 무너진 자리에 흔적으로 남아 | 충남 예산 임존성
마을의 일상이 나의 일상으로 | 충남 공주 제민천
역사의 고단함이 더께처럼 내려앉은 | 부산 감천마을과 비석마을
더불어 함께 사는 방법을 깨우친 | 경남 고성 학동마을
대대로 내려온 부자의 기운 | 경남 진주 승산마을
간절한 기원은 하늘에 닿아 | 경남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