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운명에 처했는데,
만약 무죄라면?
1895년 한 죄수가 감옥의 창살 넘어 바다를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프랑스를 반역한 혐의로 기소된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위. 유대인인 그는 가족과 아주 멀리 떨어진 남아메리카의 ‘악마의 섬’ 감옥에 갇혔다. 그 감옥은 오직 드레퓌스 대위만을 가두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 에밀 졸라는 의문을 품었다. 드레퓌스 대위는 진짜 배신자일까? 아니면 반유대주의의 피해자인가? 사건을 자세하게 살펴보고 드레퓌스 대위가 결백하다고 확신한 작가는 누명을 쓴 유대인 대위를 돕는 것이 의무라는 것을 알았다. 마침내 에밀 졸라는 펜을 들었다.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글)를 써서 <로로르> 신문사로 보냈다. 이 글이 바로 그 유명한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J’Accuse)!”이다.
진실로 향하는 행진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다
이 책 《죄수와 작가》는 프랑스에서 실제로 있었던 ‘드레퓌스 사건’을 소재로 만든 청소년용 그림책이다. 이 사건이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이야기되는 것은 거짓으로 진실을 감출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당시 가장 유명한 작가였던 에밀 졸라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위해 펜을 들었다. 글의 힘은 대단했다. 드레퓌스 대위의 가족과 친구들이 억울한 누명을 벗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진실에 눈 감은 많은 언론의 말만 믿는 수많은 사람들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이런 때에 <로로르>에 실린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드레퓌스 사건을 알렸다.
당시 신문들은 드레퓌스 대위가 유대인이기 때문에 반역을 저질렀다는 것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또 많은 사람들이 유대인에 대한 나쁜 편견을 가지고 있어 그들을 두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신문은 불충분한 증거와 허술한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도 드레퓌스 대위가 반역자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모든 언론이 편견에 눈 멀어 거짓에 눈을 감은 것은 아니다. <로로르> 신문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에밀 졸라의 글을 실었다. 진실과 정의, 평등과 같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편견에 맞서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의 의무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이로써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가 실린 <로로르> 신문의 1면은 언론 역사에 길이 남았고, “나는 고발한다”는 잘못된 행동이나 불공정에 맞서 진실을 말하는 용기를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의 125주년을 맞아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는 2023년 1월 13일이 되면 125주년을 맞이한다. 이 책 《죄수와 작가》의 저자 헤더 캠로트는 10대에 드레퓌스 사건을 처음 알았고, 그때부터 드레퓌스 대위와 에밀 졸라를 존경했다고 한다. 그리고 저널리스트와 작가로 20년 이상 활동하다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온 드레퓌스 사건에 관한 이 책을 썼다.
이 책에 대해 유명한 서평지인 <퍼블리셔스 위클리(Publishers Weekly)>는 “짧고 강렬한 글과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그림이 잘 어우러진 책”이라고 평가했고, <북리스트(Booklist)>는 “1890년대 반유대주의와 편견, 추악한 음모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사람의 역할에서 현재 사건의 메아리를 보게 될 것”이라고 평했다.
드레퓌스 사건과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는 서양에서는 워낙 많이 알려진 사건이라 청소년들의 토론 시간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사건일 수 있다. 그래서 전체적인 사건의 개요와 쟁점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저자의 <작가 노트>와 <언론의 힘>과 함께 역자의 설명을 덧붙였다.
청소년들을 위한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간략한 소개
우연히 한 사건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전쟁을 겪고는 국민들이 편히 사는 나라를 꿈꾸면서 군인이 된 사람의 사건이었습니다. 그는 최고사령부 참모본부의 대위가 되었는데, 적국에 비밀문서를 넘겼다는 반역죄로 구속되었습니다. 최고사령부의 군인이 그런 일을 저지르다니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신문에 매일 보도되었고, 신문을 본 사람들은 신문 내용을 그대로 믿고 모두 그 대위를 비난하면서 분노했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 대위가 반역죄를 저질렀다는 증거와 재판 과정이 의심쩍었습니다. 적국에 넘어간 비밀문서에 적힌 글씨체와 그 대위의 글씨체는 달랐고, 재판은 대위가 참석하지도 않은 채 열렸습니다. 그 대위는 자신의 유죄와 무죄를 가리는 재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 비밀문서와 글씨체가 똑같은 소령이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습니다. 그 소령은 적국의 대사관에 방문을 했고 평소 자기 나라 군대를 경멸했으며, 여기저기 돈을 빚지고 있는 군인이었습니다. 반역죄를 저지른 사람은 감옥에 갇힌 대위가 아니라 이 소령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소령의 재판은 순식간에 끝이 났습니다. 무죄라고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