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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우리를 구원한다면

우리 시대의 구루, 마틴 리스의 과학 에세이


  • ISBN-13
    979-11-92988-15-3 (03400)
  • 출판사 / 임프린트
    서해문집 / 서해문집
  • 정가
    18,5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07-1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마틴 리스
  • 번역
    김아림
  • 메인주제어
    수학, 과학
  • 추가주제어
    기술, 공학, 농축산업, 산업공정 , 컴퓨터, 정보기술 , 지구과학, 지리, 환경, 지역계획
  • 키워드
    #과학윤리 #미래학 #생명공학 #기후위기 #인공지능 #로봇공학 #정보기술 #생물다양성 #식량위기 #에너지위기 #컴퓨터공학 #과학자 #과학아카데미 #과학교육 #수학, 과학 #기술, 공학, 농축산업, 산업공정 #컴퓨터, 정보기술 #지구과학, 지리, 환경, 지역계획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3 * 210 mm, 304 Page

책소개

과 학 자 는 누 구 인 가

“우리가 더 똑똑해지지 않으면 더 궁핍해질 것이다”

 

★스티븐 핑커 추천! 

“과학이 세상을 구하는 방법에 대한 신중하고 시의적절한 이야기”

 

천문학의 노벨상 ‘브루스메달’ + 피터그루버재단 ‘우주론상’ 수상 작가

영국 왕립 천문학자 마틴 리스가 전하는 과학의 최전선과 우리 시대의 미래―

 

‘과학을 따르기’가 인류에게 지금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있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재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진보한 과학적 지식과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행성의 미래도 과학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과학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은 연구실 밖의 일이며, 폭넓은 공적 논의를 거쳐야만 한다. 

 

우리 시대의 가장 심오한 사상가이자 현명한 과학자로서 오랫동안 공적인 목소리를 내온 마틴 리스는 이 책에서, 과학의 놀라운 발전이 오늘날 절박한 세계적 과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향하도록 전 세계의 과학자, 정책 입안자, 시민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요청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모든 시민이 과학에 대한 ‘감각’을 갖기를, 모든 과학자가 ‘공공’에 대한 감각을 갖기를 촉구한다. 그래야만 과학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과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에게 심오한 질문들을 던진다. 누가 우리의 개인적인 유전자 코드에 접근해 ‘읽어 들일’ 수 있는가. 수명 연장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우리가 전깃불을 계속 켜고 싶다면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야 할까, 풍력 발전단지를 지어야 할까. 살충제를 더 사용해야 할까, 아니면 유전자변형 작물을 심어야 할까. 유전자 조작 기술을 사용한 ‘맞춤형 아기’를 법적으로 허용해야 할까. 인공지능이 우리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에 대한 기계의 결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과학에서 최고의 것을 얻으려면 학교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이 모든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더 많은 대중과 정치의 관여가 필요하다.

 

저자 마틴 리스는 평생에 걸친 과학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성적이고 장기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은 그저 과학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과학 역시 사회적․공적 공간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과학은 우리를 구할 수 있다! 과학의 혁신이 사회에 잘 스며들고 그 응용이 공동선을 위해 전달된다면 말이다.

 

모든 시민이 과학에 대한 ‘감각’을 갖기를, 모든 과학자가 ‘공공’에 대한 감각을 갖기를!

기후 위기부터 인공지능까지, 미래 세대를 위한 과학의 거대한 도전들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역병의 시간’은 두 가지 메시지를 우리에게 아로새겼다. 첫째, 오늘날 전 세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어느 지역에서든 연쇄적인 재앙이 전 세계적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으며, ‘모두’가 안전하기 전까지 진정으로 안전한 나라는 없다. 둘째, 국제적으로 수행되는 과학은 백신 개발의 예에서 드러났듯 우리의 구원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코로나 위기는 ‘잠을 깨우는 전화’처럼, 훨씬 더 치명적일 수 있는 미래의 여러 위협에 맞설 효과적인 행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 지구에 닥친 위험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전 세계 인구가 80억 명에 육박하면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자원, 식량의 잠재적 위기가 임박했으며, 돌이킬 수 없는 기후 변화 역시 우리를 위협한다. 핵전쟁 또한 여전히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를 급격히 변화시킬 또 다른 새로운 기술, 특히 생명공학이나 사이버 기술은 잘못 적용된다면 우리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 게다가 한 국가 안에서, 그리고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도 불평등은 몹시 크다. 한마디로 우리 인류에 닥친 곤경은 끓는 물 속 개구리의 상황과 비슷하다. 스스로를 구하기에는 너무 늦을 때까지, 따뜻한 수조에서 만족하며 지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낙관론을 품을 강력한 근거가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이보다 좋은 시기는 없었다. 이전의 과학적 발견에 따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부양시킨 보건․농업․통신의 발전 덕분이다. 실제로 지난 팬데믹 사태에서 과학은 우리의 구원이었다. 감염병을 추적하고 예방하며 백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대규모의 노력과 전 세계 과학 공동체가 보여준 반응은 이들이 최고의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 보였다. 

 

팬데믹뿐만 아니라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위기들은 대부분 전 지구적 위기이며, 이에 대처하는 것 역시 인류 공통의 글로벌한 과제다. 식량이나 물, 천연자원의 부족과 저탄소 에너지 전환 문제도 각 국가가 개별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잠재적으로 위협을 일으킬 여러 혁신들, 특히 글로벌 대기업이 주도하는 혁신에 대한 규제 역시 개별 국가로는 역부족이다. 그러므로 과학자들은 이러한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자신들의 연구가 쓸모 있게 활용되도록 힘쓸 의무가 있다. 

 

과학자들은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가가 아니라, 신기술의 전도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기술이나 대책의 단점과 위험 요소를 다루는 데 과학자들의 의견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러 무시무시한 시나리오 가운데 어떤 것이 공상과학으로 치부해 무시할 만한 것인지, 어떤 것이 진짜로 심각한 문제이며 그것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지를 정책 입안자들이나 대중이 현명하게 결정하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과학자들은 비정부기구에 참여하거나 블로그, 언론 활동 등을 통해 스스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대중의 사고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정부나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이 아우성을 치지 않는 한 미래 세대에 중요한 조치들을 우선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어디서든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인간 사회가 어떻게 번영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 위해서는 사회과학적 통찰도 필요하다. 가끔은 인류 전체가 나아갈 전망에 집중해야 할 ‘특별한 순간’이, 드물게 우리에게 온다.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일지도 모른다.

 

최고로 멋진 시대를 살아갈 것인가, 최악의 시대를 살아갈 것인가―

 

1장에서는 오늘날 전 지구적 위기 앞에서 과학이 맞닥뜨린 거대한 글로벌 과제들을 살펴본다. 즉 과학에서 커다란 변혁을 겪고 있는 ‘기후와 환경’, ‘생물의학’, ‘컴퓨터와 머신러닝’ 영역이다. 실제로 이 영역들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되는지에 따라 인류의 미래 전체가 달렸다. 저자는 과학과 기술이 최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인류의 집단적인 번영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일부 기술은 지나치게 빨리 발전한 나머지 우리가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실수나 오류에 따른 기술 오용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위험과 이익 사이에는 언제나 균형점이 있다. 따라서 대중의 우려를 존중하면서도 그것이 불균형한 인식으로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장에서는 과학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설명한다. 과학자들의 생각이 어떻게 전달되어 우리 문화의 일부가 되고, 현대 세계(그리고 미래 세계)의 기반이 되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과학이라는 대규모 산업의 구조와 그 사회학, 과학의 범위와 한계, 과학과 문화․정치의 관계를 설명하고, 과학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대중이 선택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다룬다. 또한 과학자들은 자신의 연구를 응용한 결과가 전문지식을 훨씬 뛰어넘는 반향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며, 시민과 정치인들은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비윤리적이거나 위험하게 적용되지 않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장에서는 과학자들이 일하는 기관과 연구소 등 과학 공동체의 세계를 다룬다. 그리고 과학과 정치, 과학과 국방, 국경을 넘나드는 전 세계 과학의 거대한 구조적 변화와 시민 과학자들의 활약 등을 살펴본다. 과학자들이 정부에 조언자로서 얼마나 참여할 수 있는지, 얼마나 대중과 직접 접촉할 수 있는지는 나라마다 다르다. 특히 인류가 직면한 도전과제들이 점점 더 국제적인 협력과 대응을 요구하게 되면서, 국제기구와 아카데미의 역할은 강화될 필요가 있다. 과학은 말 그대로 글로벌한 문화이며, 전문가들과 여러 대학․아카데미 사이의 국제적인 접촉이 더 긴밀해져야 한다.

 

4장에서는 과학과 교육의 문제를 살펴본다. 과학자가 되는 것은 하나의 직업을 선택한 결과다. 이때 충분히 재능 있는 사람들이 과학자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충분한 인센티브를 비롯해 적절한 교육과 기회가 필요하다. 그래서 앞으로 전문가가 될 사람들의 관점뿐만 아니라 좀 더 넓은 맥락에서 교육 문제를 다룬다. 우리 모두가 첨단 기술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과학을 충분히 이해하고, 과학을 어떻게 적용할지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말이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학습은 평생 이뤄져야 하는 활동이다. 그리고 교육은 특권을 가진 소수에 국한되지 않고 포괄적이고 유연해야 한다. 한 세기 전에 공상과학 작가인 허버트 조지 웰스가 했던 말은 오늘날에 훨씬 더 강하게 울려 퍼지는 듯하다. “교육과 대재앙이 서로 경주를 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 사이에 있다.”

목차

감사의 말/ 머리말

1장 거대한 과제들 : 미래 세대를 위한 과학의 네 가지 도전

하나, 생물권에 대한 위협 : 인구 증가와 생물 다양성의 손실
둘, 기후 위기와 에너지 위기 : 저탄소 미래 세계를 위한 과학의 청사진
셋, 생명공학 : 희망과 두려움, 그리고 윤리적 난제
넷, 컴퓨터․로봇․인공지능 : 특이점이 올 것인가
파멸을 피하기 : 과학자가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2장 과학자는 누구인가 : 고독한 사상가에서 팀 플레이어까지

과학은 문화다 : ‘두 문화’의 과거와 현재
과학자들이 하는 일 : 새로운 아이디어에 덤벼드는 비평가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토론 : ‘팩트’의 죽음을 피하려면
과학과 미디어 : 과학 저널리즘에 대하여
과학의 한계와 21세기의 과제 : 과학의 최전선들
과학은 팀 플레이다 : 지식의 꾸러미에 벽돌 몇 개를 얹는 것

3장 실험실에서 나온 과학 : 연구소․기관․단체 등 과학 공동체의 세계

과학과 정치 : 코로나-19의 교훈
국방의 세계 : 과학자에게도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필요하다
자문과 활동가들 : 과학은 정부에, 정부는 과학에 무엇을 할 것인가
국경을 넘나드는 과학 : 전 세계 과학의 거대한 구조적 변화
아카데미와 네트워크 : 나의 아주 사적인 커리어에 대하여

4장 과학에서 최고의 것을 얻기 : 교육에 대하여

과학적 창의성을 최고로 높이려면 : 국가 기풍의 중요성
과학자 육성하기 : 국제적 관점
과학 인재를 유치하고 지원하기 : 학자의 길이 매력이 되려면
대학, 공공, 민간 : 연구를 가장 잘 수행하고 가장 잘 활용하는 곳
득보다 실이 많은 과학상 : 시스템은 과연 공정한가
과학 지식을 공유하기 : 시민 과학자에서 STEAM 교육까지, 새로운 진보의 시대
과학 교육을 강화하기 : 교육 불평등과 새로운 고등교육의 전망
상아탑에서 : 오래된 것의 가치에 대한 몇 가지 단상

에필로그

본문인용

생화학자들은 이제 더 근본적인 혁신을 예고하는 돌파구를 만들고 있다. 예컨대 동물로부터 몇 개의 세포를 채취한 다음 적절한 영양분으로 복제를 자극해 고기를 키워낸다. 2020년 싱가포르의 식품규제청은 미국의 스타트업 회사 잇저스트 사가 개발한 ‘양식된 인조 고기’의 판매를 승인했다. 인간처럼 까다로운 육식동물이 받아들일 만한 고기 대용품을 생산하면 확실히 생태학적으로 이로울 것이다. 문제는 이 제품을 저렴하게 대량 생산해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지 여부다. _본문 34쪽

 

과학은 저탄소 중심의 미래 세계에 대한 ‘윈-윈’의 청사진을 제공할 수 있다. (…) 특히 태양이나 바람을 통한 불안정한 발전 방식을 보완하는 데 중요한 저장장치(배터리, 압축공기, 펌프 저장장치, 수소 등)처럼, 병행적으로 꼭 필요한 기술의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장거리 저손실 송전망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야 북아프리카와 스페인의 태양에너지를 태양이 덜 비치는 북유럽으로 원활하게 가져올 수 있고, 어쩌면 중국의 일대일로 실크로드 전체를 가로지르는 동서 간 송전선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간대에 걸친 최대 전력소비 시간(일반적으로 오후 7시경)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이런 과제를 달성하려면 19세기에 철도를 건설하던 것과 비슷한 규모의 비전과 헌신, 공공과 민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_본문 51쪽

 

생물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우리가 직면하게 될 윤리적 도전은 삶의 시작과 끄트머리에 놓인 사람들을 다루거나 치료하는 데서도 심각한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다. (…) 오늘날 ‘조력 사망’ 또는 ‘자발적 안락사’가 몇몇 유럽 국가와 미국의 주에서 합법화된 상태다. 영국에서는 여론의 80퍼센트가 이 합법화에 찬성한다. 의학 전문가들의 의견도 합법화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으며, 이제는 찬반이 반반으로 균형 있게 갈린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가톨릭 대주교들의 견해도 찬반의 양쪽 끄트머리로 나뉘었다. 마찬가지로 미숙아를 치료하는 것 또한 기적에 가까워 보일 수 있지만, 어쩌면 결코 건강해지지 못할 아이들을 구해내서 윤리적인 지뢰밭을 만드는 일일 수도 있다. 이러한 사안들은 과학자들이 ‘전문가’로서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와, 그들이 ‘시민’의 자격으로 윤리적으로 다뤄야 할 문제 사이에서 모호한 경계에 놓여 있다. _본문 70쪽

 

그게 무엇이든 가능한 일이라면, 누군가 어딘가에서 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악몽이다. 생명공학은 소규모로 접근성이 높은 이중 용도의 기술을 포함한다. 여기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습득한 사람들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생명공학을 주제로 실험하는 ‘바이오 해킹’은 하나의 취미이자 경쟁적인 게임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게다가 위험한 병원체를 연구하고 수정하는 실험실이 전 세계적으로 수백 곳에 이른다. 이런 기술적인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균형 이룬 사고를 하고 이성적일 것이라 여긴다면 말도 안 되는 기대일 것이다. (…) 세계는 급성장하는 생명공학의 지적․도덕적․실용적인 도전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려면 인류의 번영에 따르는 엄청난 잠재적인 혜택과, 인류의 안전에 대한 엄청난 잠재적인 위협을 둘 다 인지하는 명확한 사고와 잘 짜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서는 윤리와 신중함을 요구하는 규제가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_본문 78~79쪽

 

기계는 데이터 세트를 빠르게 흡수해서 훈련된다. 그러면서 데이터에 내재한 편견도 그대로 모방한다. 구직자 가운데 최종 후보자 명단을 작성하는 과정에 인공지능이 배치되는 것이 우려를 사는 이유다. 더 섬뜩한 것은, 일부 회사들이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지원자의 영상을 분석하고 그들의 표정에서 감정과 성격을 추론하려 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구직에서 거부당하거나, 징역형을 선고받거나, 수술을 권유받거나, 은행에서 신용카드 발급을 거부당한다면 그 이유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기회가 있다. 그런데 만약 그러한 결정이 알고리즘에 위임된다면 불안을 느낄 것이다. (…) 인공지능이 연구 단계에서 이제 글로벌 기업의 잠재적인 돈벌이 단계로 이행하면서 이미 윤리적 긴장과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구글/알파벳이 딥마인드를 인수했을 때,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보유한 의료 데이터의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해결하고자 설립된 윤리위원회는 해체되고 말았다. _본문 81~82쪽

 

생물학자들은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유전자변형 병원체를 만들거나 인간의 생식 계통을 대규모로 변화시키는 일을 피해야 한다. 첨단 인공지능을 유익하게 활용하고자 하는 사이버 전문가들은 아무리 작은 확률이라도 기계가 우리 세계를 점령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 시나리오를 피해야 한다. 상당수 사람들은 그러한 시나리오가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 법하며 굳이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없다고 일축하는 경향이 있다. 나아가 그러한 기술 혁신이 긍정적인 면이 있을뿐더러 인류의 미래에 꼭 필요하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물론 정당한 주장이다. 그래도 우리는 ‘예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기회비용이 수반된다.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것은 ‘아니오라고 말하는 데 따르는 숨겨진 비용’이다. _본문 91쪽

 

과학자는 새로운 아이디어에 강경하게 덤벼드는 비평가다. 이들은 직업적으로 아이디어의 오류를 발견할 동기를 가진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독창적인 아이디어에 기여한 사람들, 특히 기존의 합의를 뒤집을 수 있는 사람들이 가장 큰 존경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기후 변화나 전염병 통제 같은 문제뿐만 아니라 흡연과 폐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에이즈(AIDS)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초기의 잠정적인 아이디어들이 좀 더 확고하게 굳어진다. 동시에 이것은 매력적으로 보였던 이론이 ‘사실’들의 가혹한 공격으로 파괴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과학은 ‘체계적인 회의론’이다. _본문 109쪽

 

실제로 상업적인 세계에서는 의심스럽거나 심지어 거짓 주장이라 해도 그것을 과장해서 선전해야 한다는 압력이 엄청나다. 예를 들어 2015년 미국의 테라노스라는 회사는 작은 혈액 샘플을 신속하게 분석해 개인의 ‘질병 프로파일’을 진단하는 컴퓨터 칩 장치를 만들었다고 주장해 90억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회사가 신뢰를 얻은 이유 중 하나는 매력적인 젊은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가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유명인들을 설득해, 회사의 이사회에 명성과 신뢰를 빌려주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홈스는 엄청난 과대 광고를 해서 부유한 유명 인사들로부터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당시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사옥을 열기도 했다. (…) 지금껏 논의했던 모든 사례에서 우리는 공통적으로 개방성과 토론을 촉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야 견고한 결론을 얻을 수 있고, 과학 스스로가 오류를 교정할 수 있다. (…) 중요한 원칙과 관련된 논의는 한 사회의 시민인 우리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하며, 물론 선출된 대표들도 참여시켜야 한다. _본문 123~124쪽

 

오늘날 우리는 정부의 결정 중 점점 더 많은 것이 과학적 증거를 포함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보건․에너지․환경에 대한 다른 정책들 역시 과학과 관련된 차원을 가진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들에는 경제적․사회적․윤리적 측면도 있다. 그리고 이런 측면에서는 과학자들도 전문가가 아닌 시민으로서만 발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중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이 단순히 구호를 외치는 수준을 넘어서려면, 모든 사람이 과대 선전이나 잘못된 통계에 휩쓸리지 않도록 과학에 대한 ‘감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같은 부류가 지배하는 시대에 닥칠 가장 무서운 결과 중 하나는 ‘팩트’ 즉 사실의 죽음이다. _본문 128쪽

 

위험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실제 심각성 사이의 불일치가 있다. 우리는 음식 속 발암물질과 저준위 방사선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한다. 또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훨씬 많은데도 테러로 인한 사망을 더 걱정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우리는 팬데믹처럼 ‘영향력이나 중대성이 높은 반면 확률이 낮은’ 사건이 빚어낼 사회적 혼란에 대해서는 실제로 그것이 발생할 때까지 부정한다. 2008년의 금융위기 또한 그런 사례였다. 그뿐만 아니라 사이버 위협, 전력망 고장, 태양 폭풍 역시 우리가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우발 상황들이다. 위에서 언급한 광범위한 주제들은 우리의 삶과 공공 정책에 과학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부의 주요 직책 중 일부를 일류 과학자들로 구성된 ‘드림팀’으로 채웠다. 그리고 “그들의 조언이 불편할 때도, 아니 오히려 불편할 때 특히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_본문 174쪽

 

이런 상황에서 실제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들은 선출된 정치인이다. 과학자들은 ‘언제든 준비되어 있어야지 위에 군림하면 안 된다.’ 하지만 과학적 조언의 역할은 단순히 사실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이미 결정된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전문가들은 의사결정자들에게 반론을 제기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그들이 불확실한 영역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_본문 175쪽

 

정치인들은 대중의 윤리적 판단과 민감성을 어떻게 측정할지와 관련해 딜레마에 직면한다. 백신이나 병상의 수가 제한된다면, ‘필수’ 노동자, 젊은이, 노인 사이에서 어떻게 절충이 이루어져야 하는가? 또 70퍼센트의 국민이 이미 백신을 접종한 국가들은 그 비율이 1퍼센트를 조금 넘는 아프리카 국가들에 나머지 백신을 보내야 할까, 아니면 부스터 추가 접종을 받도록 자국민에게 계속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까? 과학 자문가들은 자신의 특별한 전문지식을 넘어서는 영역에서는 자신이 보통 시민처럼 말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점은 팬데믹의 맥락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핵무기, 에너지, 환경, 약물 분류, 보건상의 위험에 대한 정책적 판단에서 정치적 결정이 순수하게 과학적이기만 한 경우는 거의 없다. _본문 177쪽

 

이렇듯 로트블랫은 주로 핵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그는 21세기 과학의 오용에서 비롯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몹시 걱정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인류의 이익을 위해 재능을 사용할 것을 맹세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지지하기도 했다. 그는 퍼그워시 공동체를 넘어 젊은 세대에게 자신의 우려와 걱정을 전달할 필요를 느꼈다. 아흔 살이 넘어서도 그는 여전히 학생 청중을 사로잡았다. 비극과 고난을 배경으로 이를 극복하고 어떤 환상 없이 이상을 추구했던 로트블랫의 삶은 사람들에게 더 잘 알려져야 한다. _본문 186쪽

 

인터넷은 젊은 세대든 나이 많은 세대든 상관없이 아마추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방식을 가능하게 한다. 옥스퍼드대학의 크리스 린토트가 이끈 ‘갤럭시 주(Zoo) 프로젝트’가 그 선구적인 사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300만 개에 이르는 은하의 이미지를 인터넷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것을 종류별로 분류하는 노동 집약적인 작업을 수천 명의 열정적인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이 함께했다. 그 밖에도 18세기 선박의 항해일지를 보고 당시의 기상 기록을 디지털화하는 프로젝트도 진행된 적이 있다. 손이 많이 가지만 기후과학 분야에 흥미로운 자료를 제공하는 일이다. 더구나 해군의 역사에 광범위한 관심을 갖도록 자극을 주기도 했다. (…) 또한 더 놀라운 사실은 ‘위키피디아’ 스타일의 활동이 수학 분야에도 쓸모가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인 팀 가워스가 운영하는 ‘웹로그’에서는 직소 퍼즐 완성하기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같은 주제에 대해 그야말로 집단적인 노력을 통해 그 원리를 증명했다. _본문 265쪽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오늘날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이동하는 세상에서 적응하려면 누구나 쉽게 고등교육 시스템에 재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모든 사람이 자기 삶의 어느 단계에서든 고등교육을(시간제든 온라인이든)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고등교육의 전 시스템에 걸쳐 학점 이전 체계가 있다면, 이러한 과정이 일상적으로 좀 더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또 이수 자격을 얻는 3년 동안 경제적으로 지원해줄 유연한 보조금이나 대출 시스템이 있어야 하며, 매년 과정을 거칠 때마다(또는 일련의 ‘모듈’을 마칠 때마다) 삶의 모든 단계에서 독립적인 자격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면 예컨대 젊었을 때 대학 학부 과정을 마치지 않은 사람도 학점 이수 증명서와 함께 나중에 학위를 ‘업그레이드’할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고작 스물한두 살까지 성취한 것(또는 성취하지 못한 것)만으로 제약을 받지 않도록, 선택지를 열어두는 것이 목표다. 이러한 기회는 개인의 사회적 이동성을 촉진한다. _본문 274쪽

서평

․우리 시대의 가장 현명한 과학자로서 공적인 목소리를 내온 마틴 리스의, 세상을 구하는 방법에 대한 신중하고 시의적절한 이야기. _스티븐 핑커(심리학자, 하버드대학교 교수)

 

․이 책은 과학의 놀라운 발전이 오늘날 절박한 세계적 과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향하도록 전 세계의 과학자, 정책 입안자, 시민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명확한 요청이다. 우리가 미래에 최고로 멋진 시대를 살아갈 것인지, 최악의 시대를 살아갈 것인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 있다. _셜리 M. 틸먼(프린스턴대학교 명예총장)

 

․생애 내내 문화와 사상의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박식한 지혜와 능력을 두드러지게 뽐내는 사람은 드물다. 마틴 리스 경이 바로 그런 사람 중 하나다. _프랑스 A. 코르도바(전 미국 국립과학재단 회장)

 

․우리 시대의 가장 심오한 사상가 중 하나인 마틴 리스가 쓴 이 책은 우리 문명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한 현명한 관점을 제시한다. _닐 디그래스 타이슨(천체물리학자, 미국 자연사박물관 헤이든천문관 관장)

 

․과학에 대한 강력한 휴머니즘적 관점을 보여주는 책! _데이비드 윌레츠(영국 우주국 의장)

 

․과학에 대한 우리의 신뢰를 설득력 있게, 그리고 드물게도 정직하게 보여준다. _짐 알칼릴리(BBC 방송 진행자)

 

․과학을 민주주의와 정치적 의사결정의 필수적인 일부로 만드는 작업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력 있게 얘기한다. _폴 너스(노벨상 수상자, 프랜시스크릭연구소 소장)

 

․‘인류세’라는 이 시대에 우리가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책. _찰스 F. 케넬(스크립스해양학연구소 교수)

 

․과학자뿐만 아니라 인류가 직면한 중대하고 실존적인 도전과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_이언 골딘(옥스퍼드대학교 마틴스쿨 관장)

 

․과학의 최전선에 대한 논평을 정치적․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숙고와 융합하여, 독자들에게 반짝이는 지성과 함께 배우는 즐거움을 준다. _제프 멀건(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교수)

 

․과학은 21세기 사회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한다는 목적에 적합할까? 마틴 리스보다 이 중요한 질문에 더 잘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_ 팀 파머(옥스퍼드대학교 교수, 왕립학회 연구교수)

저자소개

저자 : 마틴 리스
영국의 왕립 천문학자이자 왕립학회 회장, 케임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칼리지 교수 및 학장을 지냈다. 현재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우주론․천체물리학과 명예교수이며, 영국 상원 의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993년 천문학 분야의 노벨상인 ‘브루스메달’을, 2001년에는 피터그루버재단이 수여하는 ‘우주론상’을 받았다. 1995년에 제15대 왕립 천문학자로 임명되었는데, 이 직책은 1675년 찰스 2세가 제정하여 당대에 단 한 사람만 임명되는 종신 명예직이다. 저서로 《온 더 퓨처》 《여섯 개의 수》 《인간생존확률 50:50》 《태초 그 이전》 등이 있다.
번역 : 김아림
서울대학교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다 지금은 번역가로 일하는 중이다. 옮긴 책으로 《꽃의 마음 사전》 《이과형 두뇌 활용법》 《구멍투성이 과학》 등 다수가 있다.
고전에 사진과 그림이 없다고?
그랬습니다. 2000년 무렵, 고전들은 한결같이 원문이 들어가고, 주가 들어가는, 말 그대로 고전이었습니다. 그때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읽기 쉬우면서도 제대로 이해하는 고전을 만들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그림과 사진, 지도가 들어가는 최초의 고전 번역서를 출간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오래된 책방〉 시리즈입니다. 서해문집은 독자 여러분을 위해 헌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문명의 보존과 미래를 위해 출판사의 역량을 투입하는 출판사. 서해문집은 그런 출판사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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