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문예기금을 받게 돼 각 문예지에 발표한 시들을 모아 네 번째 시집을 펴내게 됐다. 하지만 결이 고르지 못한 시詩들이 설익어 입맛이 떫다. 나의 시는 똑바로 못가고 에둘러 온 시다. 너덜너덜 헤지고 덧댄 낡은 청바지 같은 시다. 아님, 녹슨 배를 조선소에서 깡깡이로 녹을 벗기고, 구멍난 곳을 용접기로 때운 시다. 시를 쓰는 시인詩人은 일상에서 사물을 관찰하는 촉이 따로 있다. 시각 청각 미각을 비롯한 촉각의 느낌이 일반인과 다른 감성을 지닐 때 시가 가능하다고 본다.
시의 소재는 도처에 널려 있지만, 무관심할 때는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시인이 객관적 사물을 느끼는 소재의 그 형태와 모양에 따라, 또 소리와 맛에 따라 시의 이미지는 천태만상일 수도 있다, 하여 시의 유형도 사물 시와 이미지 시로 압축할 수 있지만, 오늘날의 시는 더욱더 다양화하고 더 세분된 듯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청록파 조지훈 님의「승무」,「풀잎단장」,「고풍의상」같은 전통 운율과 미학적 선율을 지닌 이미지시를 더 좋아한다. 그러나 그런 시의 씨앗은 흔치 않아 사물 시의 타성에 자주 빠진다. 은유적 이미지는 보편적일 때 진리眞理와 같고, 동적인 시 이미지는 생명체와 같아 상징성을 지닌 글도 이제 조금 꿈을 깨는 중이다 하여 빠르게 스친 대상물의 이미지는 놓치기 쉽다는 것에 동의한다.
끝으로 문예진흥기금의 지원을 받게 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과 바쁜 시간을 쪼개 서평을 써 주신 전 창신대 문예창작과 이상옥 교수께 머리 숙여 인사를 올린다. 아울러 도서출판 한국인 대표를 비롯해 정성을 보탠 식구들과 동료들께도 기쁨과 함께 깊은 감사를 표한다.
2018년 8월 화명동 서재에서
임당林塘 최진만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