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일본인들은 우리 조상들이 여러 용도로 흔히들 사용해왔던 막사발을 다완茶碗이라 격상해 부르며 차를 마시는 다례의식茶禮儀式의 찻잔으로 사용하여 왔는데, 일본인들에게 있어 이 찻잔들은 생활도구로서의 의미를 넘어 역사적·종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게 되었으며, 16세기 말의 일본에서는 다완으로서 라쿠의 절정기를 맞기까지 했다.
라쿠란 조선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조지로 Chojiro, 長次郞, 1516-1589 란 도공에 의해 유래된 도자기 제조기법으로 이미 전 세계에 그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따라서 훌륭한 라쿠 작품들은 전 세계 유수의 도자기박물관이나 고품 수집장소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조지로에 대한 기록은 일본에서 도예를 배운 영국 도예가 버나드 리치Bernard Leach, 1887-1979 가 1940년 유럽으로 되돌아간 뒤 저술한 「도예가의 책A Potter's Book」에 상세히 나와 있으며, "1525년에 교토京都 에 정착해서 살았던 조선인 조지로가 처음으로 라쿠를 시도했다 " 라고 명확하게 기술되어 있다.
또한 영국의 팀 앤드류스Tim Andrew, 1960- 도 1994년에 저술한 「Raku : A Review of Contemporary Work」란 책에서 "조지로는 그 당시 조선에서 일본의 교토로 이민 간 도예가이며, 조선 도자기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라고 기술했다.
현재까지도 라쿠의 명맥命脈은 1대 조지로 長次郞 에서 2대 조께이田中常慶, 3대 도뉴 道入, 4대 이찌뉴 一入, 5대 소뉴 宗入, 6대 사뉴 左入, 7대 조뉴長入, 8대 토꾸뉴 得入, 9대 료뉴了入, 10대 타뉴 旦入, 11대 케이뉴 慶入, 12대 코뉴 弘入, 13대 세이뉴 惺入, 14대 카꾸뉴 覺入, 15대 키찌자에몬 吉左衛門 등 그의 15대에 이르는 후손들에 의해 교토에서 계속 유지되어오고 있다.
이렇듯 4세기에 걸쳐 이어져온 그들 라쿠 가문의 인물 중에서도 특히 존경받는 인물로서는 3대 도뉴道入와 6대 사뉴左入, 그리고 9대 료뉴了入 등을 들 수 있겠다.
라쿠 가문의 원조元祖 조지로長次郞 가 어떤 경유로 일본에 건너가 교토에 정착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지만, 그가 조선인이었으며 일본에서 최초로 라쿠를 시도했고 그의 작품들이 일본에서는 국보급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것은 주지周知
의 사실이다.
조지로로 말미암아 조선의 막사발은 당시의 일본인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고, 그때부터 번주藩主나 사무라이smurai들을 중심으로 막사발에 대한 뜨거운 열풍이 번지기 시작했다.
조지로 외에도 임진왜란 전후前後로 수많은 조선 도공들이 납치되다시피 일본으로 강제이주强制移住 당하고 그곳에서 우리의 도자기 기술을 이전移轉함으로써 일본 도자기의 뿌리가 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포로 중에서 도공陶工부터 찾아내어 먼저 보내라”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1537-1598도 유별난 도자기 광狂이었다. 그는 조선의 도자기를 빼앗아 가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던지 조선의 도공들을 모조리 붙잡아 오도록 명령을 내렸다. 특히 규슈九州와 시코쿠四國 출신의 다이묘大名들이 앞다투어 도공들을 붙잡아 일본으로 끌고 갔는데 그 수효가 자그마치 수 만 명을 헤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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