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 현관문을 열고 나오자 화단에 똥냥이가 있었어. 똥냥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발로 흙을 덮고 있었지.
동민이가 똥냥이에게 말을 걸었어.
“기분이 좋아 보이네.”
“응. 오늘도 장을 싹 비워 냈거든.”
동민이는 똥냥이가 괜히 얄밉게 느껴졌어. 자기는 똥도 못 누고, 단어장을 뗐다고 엄마한테 혼까지 났는데 똥냥이 혼자 룰루랄라 신이 났으니까.
“야, 단어장까지 뗐는데 왜 똥이 안 나오는 거야?”
똥냥이는 땅바닥에 코를 박은 채 킁킁거리며 말했어.
“뒷간 신이 화가 많이 났나 보지. 마음이 풀리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야.”
동민이는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일이 계약 마지막 날인 거 알지? 내가 똥을 못 누면 너도 여기서 나가야 한다는 소리야!”
똥냥이는 귀를 씰룩거리며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았어. 할머니가 이사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처럼. 그러더니 눈을 반짝이며 동민이를 바라봤어.
“혹시 ‘술술똥똥 최면 요법’이라고 들어 봤니? 매일매일 똥 잘 누는 생각을 하는 거지. 엊그제 너랑 이야기할 때 보니까 똥을 못 눌까 봐 걱정만 하지, 똥이 잘 나올 수 있단 생각은 안 하더라. 오늘부터 장을 싹 비워 내는 생각을 하면서 걸어 봐. ‘똥이 나온다. 똥이 술술 나온다.’라고. 최면을 거는 거지.”
동민이는 어이가 없었어.
“그게 똥 누기 비법이면 하루에도 서너 번은 쌌겠네! 너 똥 전문가 맞아?”
“일단 한번 해 보고 말씀하시지. 학교에서 장을 싹 비워 내고 기분 좋게 집에서 만나.”
“어차피 학교에서는 똥 못 누거든.”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학교에는 화장실이 없어?”
“화장실이 없는 게 아니라 똥 눌 시간이 없어. 쉬는 시간이 십 분인데 어떻게 똥을 누냐. 난 이십 분은 앉아 있어야 똥이 나올까 말까 한다고. 그리고 원래 학교에선 절대 똥을 눌 수가 없어. 친구들이 놀리거든. 아무튼 너한테 말해서 뭐 하겠냐.”
“세상에, 똥 누는 시간에 제한이 있다니! 학교는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
동민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문을 나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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