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시들이 자연을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시인은 물질이 지배하는 세상을 벗하는 시인이 아님이 분명하다. 그 정서 또한 천민자본주의에 짙게 물든 인생이 아님이 틀림없다.
시인의 작품 곳곳을 볼 때 세속욕구가 만연한 시대에서 거룩한 망명자적 삶을 살면서 고뇌하고 홀로 아파하면서 스스로가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힘겹게 살아가는 시인임에 틀림없다.
만약 시인에게 시 쓰는 지적 노동이 허락되지 않았다면 무슨 낙으로 살았을까 싶을 만큼 유병연 시인은 자연을 벗삼아 시를 쓰는 청록파 시인을 가슴 깊이 사랑하는 시인임에 틀림없다.
그래서일까 남들이 잊고 살아가는 감성의 풍부한 보고로서의 자연의 생리현상을 간파하면서 살아가는 순수 시인만이 발견하는 ‘가을 꽃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이 아무리 건강하고 생기발랄하다고 해도 연륜이 깊게 배어 있는 중년의 삶을 살아온 혹은 그 중반을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내적 멋과 분위기를 지닌 대상이 바로 인생 사계절 중 가을에 해당하는 사람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은 그런 인생을 찬양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