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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냄새가 밴 사람들

제주의 동네 의사가 들려주는 아픔 너머의 이야기


  • ISBN-13
    979-11-976400-2-5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흠영 / 흠영
  • 정가
    1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3-06-27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전영웅
  • 번역
    -
  • 메인주제어
    사회, 문화: 일반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에세이 #한국에세이 #소외 #아픔 #질병 #차별 #소수자 #위로 #공감 #의사에세이 #사회, 문화: 일반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20 * 188 mm, 192 Page

책소개

“함께하는 세상을 위해 부치는 ‘공존’과 ‘공감’의 이야기”

 

『바람 냄새가 밴 사람들』은 제주의 작은 의원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사 전영웅의 에세이다. 그의 진료실에는 다양한 이들이 찾아온다. 남편에게 폭행을 당한 여성, 생계를 잃은 노동자, 자해하는 청소년, 성소수자, 경제적 약자……. 저마다 다른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에게서 저자는 아픔 너머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공통적으로 발견한다. 다름 아닌 우리 사회의 ‘소외’이다.

 

저자는 환자들이 호소하는 몸의 아픔 너머에서 마주한 이야기를 뜨거운 감정으로 풀어놓는다. 그러면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아픔은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 되는가.’ 이 질문은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가 그동안 놓치고 있던 것은 없는지 혹은 애써 외면하고 있던 것은 없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결국 ‘공존’과 ‘공감’의 이야기이자, 저자 전영웅이 제주의 작은 동네 의원에서 독자들에게 부치는 성찰의 편지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이 부디 이 책을 통해 주변을 돌아보고 소외된 이들을 ‘발견’하게 되길 바란다.

목차

여는 글    005

 

2023년, 맞고 사는 여성들 013

길 잃은 페미니즘  023

주제넘은 참견   029

구조된 자의 불안  034

바람 냄새가 밴 사람들  042

중립이 필요한 공간  048

범죄, 질병, 성적 지향  054

팔에 나타난 마음의 상처 062

먹고사는 일   069

코로나19 시대 동네 의사의 소고 1 075

동네 의원 의사의 고민  083

답답하고 난감한  091

들불축제에 가야 했던 남자 100

상처에 담긴 세상  109

코로나19 시대 동네 의사의 소고 2 117

죽음에의 지분   123

길에서 마주한 죽음  128

허망하게 무너진 기대  133

‘그들’을 마주할 때  144

차갑고 딱딱한 동의서  150

코로나19 시대 동네 의사의 소고 3 156

작은 화장지가 건넨 이야기 165

원치 않는 짜증  171

신뢰와 책임   177

 

닫는 글   188

본문인용

18쪽 머리가 터질 정도로 구타를 당했고 깊은 산속에 있는 귤밭의 컨테이너로 끌려가 감금된 뒤 성적 학대까지 당했다. 발가벗겨진 채로, 컨테이너에서 나오면 불을 질러 버리겠다는 협박도 받았다. 그렇게 폭행해 놓고 남편도 스스로 정도가 심했다고 느꼈는지 그날 병원을 찾은 것이다. … 시대는 발전해서 남녀평등이나 여성의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논의도 많아졌다. 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보는 풍경은 그러한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게 만든다._「2023년, 맞고 사는 여성들」 중에서

 

30쪽 4·3의 흔적은 곳곳에서 자연스레 다가왔다. 길에서, 사람들에게서, 마치 얼마 되지 않은 일인 것처럼 말이다. 제주에 들어와 처음 자리를 잡은 동네에도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내가 살던 건입동 바위 언덕은 주정 공장이 있던 자리인데, 4·3 당시 여러 이유로 붙잡힌 사람들이 그 공장에 수용되었다고 한다. 집단학살이 있었다는 증언도 있고, 수용자들 중에 임산부도 있어 수용된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증언도 있다. 집 앞에서 내려다보이던 사라봉 앞바다는 예비검속자들이 이유 없이 집단으로 수장된해역이었다. 일할 곳을 알아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처음 밟은 제주공항 역시, 당시 집단으로 학살당한 후 암매장된 시신들이 묻혀 있는 땅이었다._「주제넘은 참견」 중에서

 

37쪽 그는 운송 업무를 하는 지입차주였다. 1억 4000만 원이나 하는 화물트럭을 60개월 할부로 구입해서 이제 겨우 석 달치 할부금을 냈다고 했다. 개인사업자였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하니 운송회사에 ‘넘버값’을 지불하고 있었는데,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운송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세월호를 타고 제주에 오다가 새것이나 다름없는 트럭을 바다에 수장한 것이다._「구조된 자의 불안」 중에서

 

47쪽 그가 진료를 마치고 나간 뒤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보였다. 작은 어선 두어 척이 느릿하게 범섬 앞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조금 전 나간 환자에게 술을 줄이고 담배를 끊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달래 주고 있는 술과 담배를 멀리하라니, 나는 그들에게 얼마나 허망한 사람일까._「바람 냄새가 밴 사람들」 중에서

 

56쪽 병원에서 만난 동성애자들은 대체로 무척 예민했다. 자신의 성적 지향이 드러나게 될까 봐 극도로 조심했고, 처음에는 극구 부인하다가 나중에서야 그렇다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언제나 불안해했고 두려워했다. 때로 자기 자신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가 불안해하는 것도 같은 이유였다. 자연스럽게 생긴 감정과 그에 따른 행위일 뿐인데 부정당하는 현실, 그 안에서 살아가려면 강박에 가까운 자기검열은 필수였다._「범죄, 질병, 성적 지향」 중에서

 

67쪽 울먹이던 아이는 그 후로 병원에 오지 않았다. 이틀 후 다시 오라고 했을 때 “그냥 집에서 반창고 붙이면 되는 거 아니에요?”라고 지나가듯 던졌던 말이 기억났다. 아이는 자기가 만든 상처마저 스스로 떠안으려고 했다. …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자신의 속 이야기를 풀어놓을 공간이 정말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 수많은 청소년 상담 인력과 시설이 존재하는데, 어째서 찾아가지 않는지 나는 내 앞에 앉은 아이들에게 함부로 물을 수 없었다._「팔에 나타난 마음의 상처」 중에서

 

73쪽 아픔은 정말 개인의 문제일까. … 먹고사는 일에 있어 안정적인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면, 국가는 자신의 의무에 무척 소홀한 상태이다. 어째서 입원이 누군가에겐 휴식이 되고 누군가에겐 불안 요인이 되는 것일까. 언제까지 이렇게 무거운 마음을 안고 치료에 임해야만 하는 것인가._「먹고사는 일」 중에서

서평

우리를 진짜 아프게 하는 것,

아픔 ‘너머’를 보다

 

갈비뼈가 골절된 한 환자는 증상이 호전되어 가고 있음에도 심한 우울 증세를 보이며 퇴원을 자꾸만 뒤로 미루었다. 항문에 무언가 났다며 찾아온 어떤 환자는 진찰대에 올라가는 것을 꺼리며 과도하게 불안에 떨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오른팔 전체가 퉁퉁 부은 환자는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입원 치료를 강하게 거부했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우울해했고 불안해했으며, 치료를 거부하기까지 한 것일까.

 

갈비뼈 골절 환자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였다. 그는 생계 수단인 대형 화물차를 세월호에 싣고 제주에 오다 그만 잃고 말았는데, 아무런 보상을 못 받게 될 처지에 놓여 있었다. 항문에 콘딜로마가 난 환자는 성소수자였다. 그는 무엇보다 병원 기록에 자신이 동성애자임이 기록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오른팔을 다친 환자가 입원 치료를 거부한 까닭은 양파를 심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팔을 치료할 목적으로 입원을 하게 되면 1년 농사를 망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환자들을 정말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몸의 통증이 아니었다. 그들의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진짜 고통은, 먹고사는 일 그리고 사회적 고립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불안과 고통은 어떻게 해소될 수 있을까. 누군가 가족의 병간호로 일자리를 잃는 사이 누군가는 입원으로 마음 편히 힐링의 시간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저자는 복지 정책과 사회보장제도에 소외된 이들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독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독자들은 저자가 만났던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의 숨은 부조리를 느끼게 될 것이며, 아픔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바람 냄새가 밴 사람들’에 대하여

 

이 책에서 주목하고 있는 ‘바람 냄새가 밴 사람들’은 어떤 존재인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바람’이 지닌 의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들에게선 한기를 품은 바닷바람 냄새가 났다. 병원에 오기 전에 배 위에서 입던 작업복을 벗고 몸을 씻어 냄새를 지웠겠지만, 몸에 밴 바람 냄새는 쉬이 없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거기에 한 가닥 가느다란 비린내도 서려 있었다.(43쪽)

 

여기서 ‘그들’은 뱃사람들을 이른다. 그러므로 처음에 ‘바람’은, 뱃일을 하는 이들의 고된 육체노동 혹은 그들의 삶 자체가 된다. 그런데 ‘바람’이 지닌 의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점차 확장된다.

 

작업은 고되고 환경은 열악하다. 그러나 그들이 배 위에서 의존할 수 있는 것은 먹거나 바르는 약밖에 없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수밖에 없는 환경. … 그렇게 몸이 망가져 간다. 몸이 망가지며 생겨난 틈새에 짠 내 가득한 바닷바람이 들어와 배어든다. 지병이 있어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며, 몸에 문제가 생기면 쉬이 낫지 않는다.(44쪽)

 

제주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바람’은 결국 몸이 망가진 틈새로 배어드는 모든 것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고, ‘바람 냄새가 밴 사람들’은 아픔을 지닌 채로 먹고살기 위해 애쓰는,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려 노력하는 모든 이들을 이르는 말이 된다.

 

천혜의 자연과 함께 여러 아픔을 간직한 땅 제주에서 저자는 ‘바람 냄새’가 밴 이들을 마주했고, 그들이 진료실로 이고 온 이야기를 조심스레 풀어 독자들 앞에 내려놓았다. 독자들은 이 책과 함께 우리 몸 어딘가에 배어 있을지 모르는 ‘바람 냄새’를 발견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그것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의 작은 한 걸음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저자소개

저자 : 전영웅
바다와 한라산이 보이는 동네 의원에서 환자를 돌보면서, 환자의 모습에 비친 우리 사회의 병폐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에서 전공의, 전임의 시절을 보내고 제주에 내려와 봉직 생활을 하다가 제주에 빠져 그대로 눌러앉았다. 검도와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고, 작은 텃밭을 가꾸며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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