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그림책의 거장 유타 바우어가 그려 낸
작고, 짧고, 간결한 진짜 행복
깊은 고민에 빠져 있던 여우가 위대한 산양을 찾아가 묻는다. ‘행복’이란 무엇이냐고. 산양은 답을 알려주는 대신 어미 양 ‘셀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셀마는 해가 뜨면 풀을 먹고, 한낮이 될 때까지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오후엔 운동을 좀 하다가 다시 풀을 먹고, 저녁에는 이웃에 사는 마이어 부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밤이 되면 잠을 잔다. ‘시간이 더 생기면 무얼 하고 싶나요?, 복권에 당첨된다면요?’라는 질문에도 셀마의 대답은 변함이 없다.
“해가 뜨면 풀을 좀 먹고, 한낮에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오후엔 운동을 좀 하다가 다시 풀을 먹고, 저녁에는 이웃에 사는 마이어 부인과 수다를 떨고, 밤이 되면 잠을 잘 거예요.”
《셀마 selma》는 1997년 초판을 펴낸 이래 영국,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 여러 나라의 말로 옮겨져 세계의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오래오래 사랑받고 있는 유타 바우어의 그림책이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독일 아동청소년문학상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수상하며 독일 최고의 그림책 작가, 현대 그림책의 거장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유타 바우어는 ‘행복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어렵고도 난처한 질문에 《셀마 selma》로 아주 작고, 짧고, 간결하게 답했다.
언제나, 어디서라도 만날 수 있는 셀마의 행복
배고플 때 조금씩 먹고,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고, 좋은 친구를 곁에 두고,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밤에 깊은 잠을 자고… 셀마의 일상은 이런 일들로 채워지고 되풀이된다. 하지만 어제를 붙여넣기 한 것 같은 날일지라도 똑같은 날은 없다. 셀마가 아침에 먹는 풀의 맛이 어제와 같을 리 없고, 저녁마다 마이어 부인과 나누는 이야기도 매일 조금씩 다를 것이다. 유타 바우어는 이런 작고 소소한 차이를 포착해 셀마의 같은 듯 다른 일상과 표정을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그려 냈다. 셀마처럼 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는 우리는 작가가 그려 낸 다양한 일상의 표정들로 매일, 어쩌면 매 순간 경험할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을 되새기며, ‘그래, 이런 게 행복이지.’ 하는 안도감과 ‘이렇게 살면 되는 거지.’ 하는 위로를 느끼게 된다.
유타 바우어는 행복을 말하는 데 많은 말을 담지 않았다. 커다랗거나 화려하거나 복잡한 그림을 그리지도 않았다. 행복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행복해지는지를 말하는 데는 몇 가지 간단한 단어와 간결한 그림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불필요한 것에 쏟는 힘을 거두고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로 채운 소박한 삶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이 그림책으로 유쾌하고 뚜렷하게 보여 준다.
누구나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행복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지, 깊은 고민에 잠긴 여우처럼 말이다. 그런 여우에게, 그런 우리에게 유타 바우어는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셀마 selma》로 작게 말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시 질문한다. 너에게 행복이란 무엇이냐고. 이제 우리가 유타 바우어의 질문에 답을 찾아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