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셋의 안전유도원이 전하는 초고령 사회의 기록
출판 프로덕션을 설립해 약 40년을 출판업자로 일한 저자는 파산 지경에 이른 회사를 정리하고 당장의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안전유도원을 하며 투잡을 뛴다. 그의 나이 이미 70이 넘은 때였다. 안전유도원은 공사 현장이나 축제와 같이 안전 지도가 필요한 현장에서 보행자나 작업자, 혹은 운전자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자신의 본업을 십분 발휘해, 직접 겪은 안전유도원의 실태를 비롯해 스스로의 현실을 가감없이 기록했다. 안전유도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밑바닥 직업’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그 저변에는 어떤 직업이든 업무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는 애로 사항은 같다는 것을 보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책은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고령의 사회인들이 모인 곳에서 펼쳐지는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들을 전개하며 안전유도원의 세계를 알리고 있다. 우리는 한 개인의 기록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사회를 대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솔직, 투명하게 담은 ‘가장 밑바닥 직업’의 세계
저자가 말하는 ‘가장 밑바닥 직업’인 안전유도원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유명 영화감독, 철강 브로커, ceo, 목수 등 전직, 나이, 가치관이 서로 다른 고령의 사람들이 모인 흥미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그 속에는 첫인상이 나빠서 아무래도 싫은 동료, 세상 이야기 나누기 좋은 담백한 동료, 자신의 일을 나몰라라 하는 동료, 이상하게 정이 가는 동료 등 누구나 직장에서 만날 법한 동료들의 이야기와 함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미묘한 인간심리까지 더해 공감대를 형성하며 일반적인 직장인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안전유도원이라는 직업에 대해 꾸밈 없이 기록하여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정보들을 알리고 있다.
한 개인의 다큐멘터리이자 초고령 사회에 관한 세밀한 기록
일본은 이미 1970년에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현재는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이다. 우리나라 역시 곧 다가올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를 맞이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금도 40대부터 정년퇴직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인데, 우리는 초고령 사회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이 책에서는 초고령 사회에서 고령의 한 사회인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잘나가는 출판업자였다. 그리고 일흔이 넘은 현재, 출판편집 겸 작가인 본업을 뒤로 하고 투잡으로 안전유도원 일을 한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작업자들의 반말과 고함을 유연하게 넘기고, 공사 현장 주변의 주민들 혹은 도로 위 운전자들의 불평을 좋은 말로 설득해야 한다. 일반 직장에 대입해 보면, 나보다 어린 상사를 대하는 노하우와 이해할 수 없는 진상 고객을 노련하게 대처하는 고참 사회인인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역시 노인 인구가 늘어남에따라 연령에 맞는 직업 발굴과 인재 채용이 더 본격화될 것이다. 이 책은 관록이 붙은 고령의 사회인들이 그리는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담아 냈다. 이를 통해 지금의 사회를 공감하고, 앞으로 맞이할 시대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안전의 일상화’를 위한 가장 친밀한 존재
2022년 대한민국 하반기의 화두는 ‘안전’이었다. 안타까운 목숨들을 생각지도 못한 사고로 잃었다. ‘안전’에 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을 가장 가까이에서 책임져 주는 존재’일 것이다. 일본에서는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미 50년 전부터 ‘교통유도 경비업무’를 도입했다. 이를 기반으로 경비업체를 통해 공사 현장이나 행사장 등 안전이 필요한 곳에 유도원들을 체계적으로 배치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안전유도원을 전기, 가스, 수도, 도로정비 등의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말단에서 공헌하는 존재’라고 소개한다. 그만큼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존재이면서 우리의 안전에 제일 근접해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일기 형식을 빌려 안전유도원의 일상을 전하고 있다. 그 안에는 유도원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떻게 일을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고, 인력 부족이나 업무 방식 개선, 처우 개선 등 문제 제기와 개선안을 담아 그 존재를 더 자세히 인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재 우리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닐까. 안전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게 해 주는 존재의 익숙함 말이다. 이 책이 그 일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