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사람이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는 것은 불법화될 것이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동차 제조 회사인 테슬라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가 기술 콘퍼런스에서 한 말이다. 자율 주행차가 일반화되면 인간의 운전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다른 차량들은 모두 시스템에 의해 통제되는데, 인간 운전자만 규정 속도나 신호를 위반하거나 음주 운전, 난폭 운전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 운전자의 운전을 완전히 금지하는 법이 제정될 수도 있다.
_본문 28쪽
망가진 오즈를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는 적임자는 그들뿐이라는 듯이 어린이들은 ‘오즈 특공대’를 결성했다. 대반격이 시작됐다.
‘OZ 세대’의 어린이들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더 익숙했다. 다른 세대와 다르게 태어날 때부터 오즈를 접했던 유일한 세대라 오즈가 더 각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OZ 세대의 출현!”
몇 년 전부터 언론은 일명 ‘OZ 세대’의 출현에 주목해 왔다. 이 세대는 어린이집에 입학할 무렵 발생한 코로나39로 이전 세대와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며 자랐다. 그들이 그린 그림에는 사람도, 공룡도, 로봇도, 전부 코로나39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2039년 시작된 코로나39의 대유행으로 전 세계는 6년간 대면 접촉을 대폭 줄였다. 이 시기 동안 사람들과의 거의 유일한 접촉 수단이 되어 준 오즈는 OZ 세대에게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_본문 40쪽
“앞으로 우리 집에서 함께 살 안드로이드 로봇이야.”
“안뜨로드?”
내가 네 살 때 안도가 우리 집에 왔다. 안도를 처음 본 날은 내 생일이었다. ‘안뜨로’는 그때 내 입에서 나온 표현이다. 너무 어릴 때라 전혀 기억이 없지만, 부모님에게 여러 번 들어서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그려지는 일화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안뜨로’가 ‘안도’가 됐다고 한다. 아마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이었던 것 같다.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졸업식에 참석한 것도, 처음으로 남자 친구를 사귈 때 조언해 준 것도, 오랫동안 준비한 피아노 콩쿠르에 떨어져서 울던 나를 위로한 것도 모두 안도였다.
_본문 57쪽
사람들은 인공 지능 로봇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 로봇과 어떻게 깊은 관계를 맺냐고? 어떻게 로봇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의지할 수 있냐고? 하지만 로봇과 깊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은 반문한다. 어떻게 사람에게 자신의 깊은 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냐고.
나는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알 것 같다. 사람은 많은 걸 기대하고 요구하지만 로봇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사람은 배신하지만 로봇은 배신하지 않는다. 사랑은 변하지만 로봇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의지할 수 없을 것 같던 로봇에 의지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_본문 58쪽
호기심이 발동했다. 편지 봉투 하나를 꺼내 조심스럽게 열었다. 편지의 내용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 흔히 오갈 만한 것이었다. 자신이 어떻게 지내는지 구구절절 설명하고, 당신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는 그런 편지 말이다. 엄마와 아빠에게 나 말고 숨겨 둔 자식이 있었던 걸까? 그런데 그 자식의 이름이 하필 나와 똑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편지 봉투에 적힌 주소지를 다시 확인했다.
X 구역, 459지구, 섬 37, 퓨처랩. 퓨처랩이 뭐하는 곳이지? 인터넷으로 X 구역에 있다는 퓨처랩을 검색해 봤다.
“인간 장기 복제 연구소…….”
_본문 79쪽
복제 인간은 원래 인간과 완전히 똑같은 인간이 아니다. 물론 신체적으로는 똑같다. 유전자가 같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정신이나 의식까지 똑같은 건 아니다. 만약 서른 살인 사람을 앞서 설명한 기술로 복제하면 30년 늦게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가 나오는 것이다. 원본 인간과 같은 유전자를 가지지만, 신체 나이는 30세가 아닌 한 살이다. 또한 어떤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 복제 아기의 30년 뒤 모습은 DNA를 제공한 사람의 현재 모습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_본문 91쪽
바이오닉 레그가 더욱 발전하여 비장애인의 다리보다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면 어떻게 될까? 신체장애 극복의 수단을 넘어서 비장애인을 압도하는 수단이 되지 않을까? 바이오닉 레그 이외에도 신체 기관을 대신하거나 보조하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듣지 못하는 사람은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받으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인공 달팽이관의 성능을 극대화하면 초능력에 가까운 청력을 얻을 수도 있다. 시력을 잃은 사람은 인공 망막 보조 장치를 통해 사물을 식별할 수 있고, 실제 피부처럼 미세한 압력을 감지하는 인공 피부도 발명되었다. 가까운 미래에는 기계와 결합한 신인류가 등장해 현생 인류를 넘어설지 모른다.
_본문 112쪽
우주는 인간보다 로봇과 대화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로봇은 우주가 가난하다고, 고아라고 깔보는 눈빛은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최종 판정은 ‘재범 위험성 높음’이 나왔다. 인공 지능 심사관은 우주를 깔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우주에게 너그럽지도 않았다. 재범 심사를 거친 후 우주는 재판정에 섰다. 정식 재판 역시 인공 지능 판사가 맡았다.
2040년쯤 인공 지능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이후 사회는 인공 지능 시스템에 맞춰 급격히 변했다. 예전에 사람이 했던 많은 일을 이제는 거의 대부분 인공 지능이 하고 있다. 인공 지능 심사관, 인공 지능 판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