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 개그맨의 ‘공황장애’ 고백 이후
10여 년 전에 한 유명 개그맨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고 털어놓아 세간을 놀라게 한 이후 극도의 불안감과 함께 숨이 잘 안 쉬어지고 곧 죽을 것만 같은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는 그 증상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이 큰 관심을 보였다. 그의 용기에 힘입어 다른 유명 연예인들도 공황장애로 고생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공황장애는 한때 ‘연예인의 병’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들도 이런 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공황장애 환자가 4년 사이에 무려 44.5퍼센트나 증가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가장 강도가 높은 축에 속한다. 불안장애는 건강염려증, 사회불안증, 광장공포증, 강박장애, 범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다양한 범주가 있으며, 과호흡이나 호흡곤란, 심장 두근거림과 가슴 통증, 소화계와 수면 문제, 지나친 땀 흘림(발한), 안면홍조, 눈 떨림, 비현실감(이인증) 등의 신체적‧정신적 증상을 동반한다.
누구나 처음 이런 증상을 겪게 되면 자신에게 큰 문제가 생긴 것만 같아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며, 급격히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이 생기기 마련이다. 현대 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자신과 타인의 삶을 비교하는 일이 잦아진 데다 변화의 속도 또한 너무 빠른 나머지, 세렝게티 초원에서 맹수들을 피해 살아남아야 했던 먼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도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끝없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그동안 불안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그저 복합적인 요인이 결합한 결과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후 관련 연구가 상당히 진척되어 병의 원인과 치료법이 나와 있지만, 자신이 불안장애인 것 같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병원을 찾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반면 심리상담사를 찾아가는 경우는 제법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불안장애는 이제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감기 같은 질병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불안에 관한 책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일반인이 스스로 불안을 이겨내기 위한 지침으로 삼을 만한 대중서는 많지 않다. 『친절한 불안 상담소 - 불안장애를 극복한 두 심리치료사의 가이드』는 곧바로 정신과나 상담사를 찾아가기 망설이는 사람, 불안장애를 호소하는 대상을 마주해야 하는 심리상담사나 교사, 자기 상태가 어떤 수준인지 궁금한 사람, 불안과 불안장애에 관해 체계적으로 알고 싶은 사람, 주변인이 불안장애로 고통받고 있어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사람, 바로 그런 이들을 위해 펴낸 책이다.
◆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지금 당신은 불안한가? 세상에서 고립된 느낌이 드는가?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고 손에 흥건히 땀이 나며 호흡이 가빠오는가? 걷잡을 수 없이 몰아치는 온갖 생각에 휘둘리고 있는가?
특히 “만약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러붙는가?
중요한 일을 앞두고 왠지 나쁜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느낌에 시달리고 있는가?
자신의 판단력이 못 미덥거나 금방이라도 공포감에 잠식당할 것 같은 느낌에 두려운가?
불안 수준이 지나쳐 ‘공황장애’가 아닐까 하는 걱정에 안절부절못하는가?
지금 너무 불안해서 미치겠다고 아무나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은가?
자신의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 같아 불쑥불쑥 심리상담사나 의사를 찾아가고 싶어지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임자를 제대로 만난 것이다.
이 책이 당신에게 더없이 좋은 지침이 될 것이므로.
우선 이 책의 저자들도 오랫동안 공황장애와 광장공포증에 시달리다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위로와 희망을 얻고 완전히 극복한 경험이 있다. 그들은 공황장애를 극복하면서 심리치료사 과정을 밟았으며, 인스타그램 공동체 플랫폼도 만들고, 책도 쓰고, 방송도 하고, 실제 상담도 하면서 전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전파하고 있다.
그러니 일단 이 책으로 시작해보자. 제아무리 심각한 불안장애라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불안 반응이 왜 일어나고 왜 필요한지 알게 되면 한결 마음이 놓이면서 지금 상황에서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오를 것이다.
◆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심리 트레이닝
병원에 가면 흔히 듣게 되는 말이 있다. 뾰족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증에 대부분의 의사가 ‘스트레스’를 지목하는 것을. 그렇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불안’ 또한 마찬가지다. 인류가 처음 직립보행을 시작하며 지구 곳곳으로 퍼져나가던 때를 떠올려보자. 사방이 온통 위험하고 무서운 동물들로 가득했다. 동물만 위험했을까. 식물도 마찬가지였다. 아무거나 먹었다간 언제든 목숨이 위태로워졌을 것이다. 이런 엄혹한 진화의 과정에서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게 도와준 것은 다름 아닌 불안 반응이다. 그런데 지금은 과도한 불안 반응으로 전 세계의 많은 사람이 정상적인 생활을 해나가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불안 또한 습관이라는 것!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며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고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아야만 그나마 잠을 잘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말에 반발심이 들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말한다. 불안 또한 흡연처럼 습관에 따른 경우가 많으므로 우선 자기 자신에게 너그럽게 대하고, 불안이 휘몰아쳐올 때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지켜보라고. 그러면 생각보다 금세 그 사나운 파도가 잦아들기 마련이며 평소 하던 일을 계속 하면 된다고. 불안은 우리 뇌의 아드레날린과 토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편도체(도마뱀의 뇌처럼 가장 오래되고 가장 빨리 작동하지만 별로 똑똑하지는 않은 부위)의 영향으로 일어나는 생물학적 반응이므로 이 호르몬들과 신경계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만 갖추어도 불안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물론 전쟁이나 극단적인 참사 등을 겪어서 생긴 불안증이라면 심리상담사나 의사를 찾아가 도움을 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런 극단적인 예외 상황 이외에 우리가 흔히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안 관련 증상을 집중적으로 다루며, 스스로 자기 상태를 점검해보고 직접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다양한 극복 방법까지 제시한다. 그 모든 방법은 저자들이 이론서에서 보고 전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보고 추천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신뢰할 만하다.
예컨대 자신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상황 속에 ‘점진적으로’ 자신을 노출시키거나 아예 ‘홍수’가 덮치듯 한 번에 확 노출시키는 방법 등의 ‘노출법’을 소개하는가 하면, 지금 불안하다/불안하지 않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가 아니라 불안 자체를 스펙트럼으로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우리는 살면서 낮은 수준의 불안을 느낄 때도 있고, 매우 심한 불안을 느낄 때도 있다. 일단 불안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우는 결코 없다는 사실을 알아두면 매우 유익하며, 그것은 회복에도 정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스스로 자기 마음속에 갇혔다고 느낄 때, 생각이 너무나 빨리 치달릴 때, 마음이 마구 뒤엉켜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느껴질 때, 일단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자가진단표’를 펼쳐서 자신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점검해보자. 그다음 이웃의 친한 형이나 오빠가 들려주는 것 같은 친절한 조언에 귀 기울이며 불안이란 대체 무엇이고, 왜 일어나는지부터 알아보자. 급할 것 없다. 자가진단표의 점수가 예상보다 너무 높게 나와 더 두려워졌다면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책에서 알려주는 비법들 중 자신이 해볼 만하다 싶은 것을 적어두고 하나씩 실천해보도록 하자. 그래도 미덥지 못하다면 믿을 만한 심리상담사나 의사를 찾아가자. 어쨌든 나만 혼자 겪는 괴로움이 아니라는 것,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 스스로 해낼 수도 있음을 깨닫고 용기를 내려는 마음만으로도 이미 절반은 해낸 것이다!
저자들은 불안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방식으로 불안을 경험하며, 불안에 면역을 가진 사람은 없다. 그렇게 보이는 일부 사람도 불안을 아주 능숙하게 감출 뿐이다. 불안은 나약함이 아니며 부끄럽게 여길 일도 분명 아니다. 자기 연민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지속적인 회복에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