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무색해지는 사랑의 초상. - 퍼블리셔스위클리
가족에게 전하는 이 진심 어린 유언이 널리 전해지길 바란다. - 북리스트
고요하고 부드럽게 마음속 깊이 스미는, 조손 간의 사랑에 대한 찬가. - 커커스리뷰
뛰어난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놀라운 그림책으로 누구에게나 권할 만하다. - 스쿨라이브러리저널
할머니와 아이가 일궈낸 고요하고도 찬란한 연대!
아이는 동이 트기도 전에 집을 나섭니다. 아빠가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에 아이를 할머니 집에 실어다 주기 때문입니다. 이른 시간이지만 도로는 바삐 움직이는 차들로 가득합니다. 아이는 차창 너머 풍경을 바라봅니다. 어느새 떠올라 구름 사이로 빛을 드리우는 아침 해, 아직 남아 있는 어둠 속에서 고래 배처럼 보이는 산등성이, 아침 바다에 이는 잔물결……. 늘 똑같은 길을 달려도 매일 새로운 풍경입니다. 아이의 손에는 그림 한 장이 들려 있습니다. 고속 도로 옆에 자리한 바바의 오두막과 바바와 자신을 그린 그림이지요.
얼마 뒤 아이는 그림 속 오두막에 도착합니다. 아이의 지아데크(할아버지를 가리키는 폴란드어)가 양계장을 고쳐 만든 정겨운 오두막이지요. 아이는 익숙한 듯 부엌으로 걸어갑니다. 그곳에선 바바가 아이를 기다리며 아침밥을 짓고 있습니다. 감자 삶는 솥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뒤로 싱크대와 냉장고, 오븐 사이를 춤추듯 오가며 말이지요. 바바는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아침밥을 차려냅니다. 아이는 바바가 부르는 노랫말을 알아들을 수 없지만, 그저 한밤의 귀뚜라미 소리처럼 정겹게만 들립니다.
바바는 아이가 헤엄을 칠 수도 있을 만큼 커다란 그릇에 밥을 담아 아이에게 건넵니다. 어쩌다 아이가 음식을 흘리기라도 치면, 얼른 주워 입을 맞춘 뒤 그릇에 도로 넣어 줍니다. 아이는 바바가 차려 준 아침밥을 남김없이 다 비웁니다. 바바가 먹을 것이 부족해 힘든 시절을 겪었다는 엄마의 말을 기억하는 까닭이지요.
밥을 다 먹고 나면 바바는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줍니다. 바바의 걸음은 조금 느리지만, 그런 만큼 아이는 더 많은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바바의 걸음은 더 느려지곤 합니다. 빗물에 떠다니는 지렁이를 줍느라 그러는 것이지요. 바바는 유리병에 주워 모은 지렁이를 오두막 뒤 텃밭에 풀어놓습니다. 토마토, 오이, 당근, 사과나무 아래 말입니다.
바바의 뜰에는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 맡고 손으로 만지며 마음에 담아 둘 것들이 가득합니다. 아이 또한 바바의 뜰에서 자라는 생명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바바는 이제 오두막이 아닌 아이의 집 복도 끝 방에 누워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오두막이 있던 자리에는 커다란 빌딩이 들어서고 말았지요. 아이는 이제 바바가 자신을 돌봤던 것처럼 바바를 돌봅니다. 그리고 바바에게 텃밭에 가득했던 생명력을 돌려주고 싶어 합니다.
점점 척박해지는 세상 속에서 한 줄기의 햇살과도 같은 그림책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에 이어 《할머니의 뜰에서》 역시 시인 조던 스콧의 자전적인 이야기입니다. 조던의 외할머니, 바바는 폴란드에서 나고 자랐다고 합니다. 나치와 소련 점령 하의 폴란드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캐나다로 이민을 왔다고 하지요. 그러고는 유황 광산이 있는 바닷가 마을의 양계장에 터를 잡았다고 합니다. 바바는 그 보잘것없는 공간을 정성껏 꾸미고 가꾸어, 그곳에 머무르는 모든 존재들이 제대로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뜰을 갖게 되었지요.
조던 스콧은 그 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손자와 폴란드에서 나고 자란 할머니는 언어 대신 눈빛, 손짓, 표정 같은 비언어적 표현으로 소통하며 일상을 함께하고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그 단조로운 듯 풍요로운 일상은 어린 조던의 마음에 조금씩, 그리고 깊이 스며들어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를 만들고 시적 언어를 빚어냈을 테지요. 《할머니의 뜰에서》는 그 시간에 대한 깊은 감사를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시드니 스미스의 아름다운 그림은 우리 모두를 어린 조던이 뛰놀던 바바의 뜰로 데려다줍니다. 주인공 소년의 시점에도 이미 과거가 되어 버린 나날이기에 바바와 함께했던 일상을 담은 장면에는 많은 색이 쓰이지 않습니다. 대신 그림 속 깊숙한 곳에서 번져 나오는 듯한 빛이 소년의 기억에 색을 입히고, 우리의 마음까지도 구석구석 따스하게 데워 주지요. 나아가 우리의 마음속에 삶의 굽이굽이마다 말 없는 위로와 조언을 건넬 ‘바바의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