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혹은 ‘불행’을 희망과 사랑으로 환치시키는 힘
따뜻하고 친근한 언어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양광모 시인이 ‘희망’을 노래하는 시선집으로 독자들을 찾았다.
《꽃이 그늘을 아파하랴》는 희망을 주제로 총 87편의 시편을 묶은 시집으로, 때로는 고달프고 종종 절망스러운 삶에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역설적이게도 물질로부터 소외를 겪는 시대,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불통의 시대, 때문에 ‘절망’ 혹은 ‘불행’이 만연한 시대에 시인은 “위로의 그늘”과 함께 “희망을 향한 독려”를 주저하지 않는다. 시 한 편 한 편을 읽어 나가다 보면 부유하던 ‘불행’ 혹은 ‘절망’의 언어들은 사랑과 희망으로 가득 찬다.
시인은 평범한 언어들을 시적 언어로 환치시키는 데 탁월하다. 이른바 ‘쉬운 시’로 읽히지만, 시의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양광모 시인의 시가 감동을 주는 것은 바로 그 깊이에서 온다. 삶의 본질을 꿰뚫고, 그것을 쉽고 단순한 언어로 전달해 잔잔한 물결처럼 시가 독자에게 스민다.
희망을 피워내는 것은 나 자신, 스스로 뒷사람의 등대가 되라
《꽃이 그늘을 아파하랴》가 보다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일상의 언어로 살아가면서 겪는 희노애락을 노래하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피워내는 것은 나의 보편적이고 책임감 있는 노력이라고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희망이 절망을 이끌고/ 용기가 두려움을 이끌고/ 신념이 운명을 이끄는/ 삶을 살겠다고 말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 위대한 영웅이 되는 것은 / 인간으로서 추구해 볼 만한 목표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
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은 /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책임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 길」)
또한 나의 발자국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고 등대가 되리라고, 그래서 나 자신이 세상의 “희망”임을 시인은 절절하게 그린다.
“그리하여 삶의 이정표가 되게 하소서
지금까지 있어왔던 또 하나의 새해가 아니라
남은 생에 새로운 빛을 던져 줄 찬란한 등대가 되게 하소서” (「12월 31일의 기도」)
총 3부 87편의 시로 구성, 아름다운 일러스트 돋보여
《꽃이 그늘을 아파하랴》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노영주 작가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희망의 시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1부 ‘살아있는 한 첫날이다’는 절망 전부터 있었던 희망을 향한 기다림이 절망까지도 수용할 준비라는 것을 담백하게 던지면서 독자들의 마음 문을 톡톡 두드린다.
2부 ‘눈물 흘려도 돼’는 삶에서 누구에게든지 다가오는 절망을 “수용하는 것”에서부터가 희망을 맞이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3부 ‘나보다 더 푸른 나를 생각합니다’는 희망이라는 것은 어떤 사람이 어쩌다 얻는 행운이라는 환상적인 기적이 아니라 누구나 포기하지 않는 것이고, 그것을 이루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