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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지나갔다


  • ISBN-13
    979-11-92837-10-9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말그릇 / 말그릇
  • 정가
    14,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2-12-16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박애자
  • 번역
    -
  • 메인주제어
    예술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기차는지나갔다 #박애자 #박애자수필가 #박애자안동 #박애자동서문학 #말그릇출판 #말그릇 #예술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0 * 190 mm, 208 Page

책소개

박애자의 수필집 《기차는 지나갔다》(말그릇 출판)가 나왔다. 수록된 40편의 글은 온돌방 아랫목처럼 따뜻하다. 만나보지 않아도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마치 곁에 있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허구가 아닌 수필 읽는 맛을 제대로 맛보게 써낸 저자는 현재 안동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글 한 편 한 편에서 흙내도 나고 사과꽃 향기도 퍼지고 깻단 터는 소리도 ‘솨아아’ 들린다. “수필은 위로”라고 서문에 밝힌 저자는 다섯 살 때 “엄동설한에 트럭이 전복되어 강물에 빠진 아버지”와 영영 이별했다. 어릴 적부터 사무친 그리움에 걸핏하면 잘 울었던 작가는 한밤중 기차 소리에도 선물꾸러미를 사들고 올 아버지를 기다렸지만 돌아가신 아버지는 끝내 돌아올 수가 없었다. 그리움을 삼키며 살아온 저자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글쓰기의 씨앗이 된 게 아닐까 싶다. 간이역 인연으로 기차를 닮은 남자를 만나 결혼해 설움과 그리움은 얼추 잦아들었을 듯해 책장을 넘기면서 사람의 ‘인연’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진실하게 경작해 온 삶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앉은자리에서 네 챕터를 후다닥 읽지 않을 수 없게 이끄는 책이다. 파실파실한 감자처럼, 단물이 줄줄 나는 아삭아삭 부사처럼 실팍한 글들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목차

4 작가의 말

 

1장

 

12 커피가 식기 전에 

16 식이 아부지 

20 열흘 동안

24 감재가 우슬따

29 겨울 주산지

34 깨 쏟아질 날

39 어머니의 보따리

43 클레오파트라

48 어쩌다 수영

52 동백

 

2장 

 

58 어머니, 학교에 가다 

63 적과

68 탱자나무가 있던 풍경

72 신박한 정리

77 밭매다

81 기차는 지나갔다

85 조팝꽃

89 새벽예불

94 몸으로 우는 감나무

98 방앗공이

 

3장

 

106 기찻길 옆 양철집

110 열무김치와 보리밥 

115 민소영

120 아픈 사과나무

125 팝십골 이야기

130 봄날이 간다

134 살구나무집

139 눈물점

143 들깨를 털며

147 외딴 방

 

4장

 

154 그리운 계절

160 메뚜기, 날다

164 매화차 향기

166 예던 길을 걷다

171 큰 나무

175 코스모스 다방

179 몸이 운다

185 성진골을 소환하다

190 두릅을 위하여

194 주문

본문인용

엄동설한에 트럭이 전복되어 강물에 빠진 아버지를 건져 올린 날은 세상도 꽁꽁 얼었다. 아버지는 팔 베고 누워 잠든 나를 떼놓고 장사를 나갔다. 내 몸 열꽃이 더 심했더라면, 아버지는 보채는 나를 끌어안고 하루 장사는 쉬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와 헤어지던 그 장소다. 아버지가 마당에서 환하게 웃으며 초로의 딸을 바라본다. 다섯 살 아이는 할머니가 되었지만 아버지는 스물여섯 청년 그대로다. 무슨 말을 할까, 어떤 말이 하고 싶었던가. 반세기를 건너뛴 시간이 부녀 사이를 침묵으로 막아선다. 어느새 커피는 식어간다.(p. 14~15)

-<커피가 식기 전에> 중에서

 

 

언어란 입으로 내뱉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표정으로 마음을 읽고 소리 높낮이로 감정을 알아차린다. 헛기침 소리는 오랜 시간 주고받은 암호화된 그들 부부의 전용 언어가 아닐까. 진정한 소통엔 그리 많은 말이 필요치 않은지 모른다. 문제는 말의 모자람이 아니라 진정성의 정도일 터니. 

치켜든 도끼날이 햇살에 반짝 빛난다. 모탕에 올려놓은 나무 둥치가 바짝 긴장한다. 식이 아부지가 숨 고르기를 한 후 내리친다. 수십 년 갇혀 있던 침묵을 깨고 나무는 둥글게 감고 있던 말을 뱉는다. 도낏자루를 세우고 헛기침을 하자 그의 아내가 부엌에서 막걸리 한 병을 내놓는다. 텔레파시가 방금 둘 사이를 통과했다.(p.19) 

 

-<식이 아부지> 중에서

이제 기차는 멈췄다. 고향 간이역을 마지막으로 그는 기차와 작별했다. 삼십 년이 넘도록 그의 곁을 스쳐간 기차만큼이나 숱한 이야기들이 우리 곁을 머물다 갔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기차처럼 빨리 지나가버렸다. 놓쳐서 아쉬운 것들이 너무 많다. 종착역이 가까워진다. 수기를 흔들 듯 힘차게 흔들었던 삶의 깃발도 머지않아 내려야 할 때가 오고 있다. 

액자 속 남자가 기차를 배웅한다. 기차는 떠나고 기적소리도 멀어진다. 어쩌면 그는 아직도 간이역에서 수기를 흔들며 기차를 맞이하고 보내는지 모른다.(p. 84)

-<기차는 지나갔다> 중에서

 

온 힘을 쏟아 꽃을 피우는 나무가 봄볕에 휘청거린다. 삶과 죽음의 경계 사이에서 펼치는 축제일까. 불꽃처럼 타오르는 꽃빛이 서럽도록 곱고 눈부시다. 

우리네 삶이라고 뭐가 다르겠나. 노을 지기 전 하늘이 가장 아름답고 떠난 사랑이 더 애틋하다. 스무 살 풋풋함도 서른이 되어야 알게 되고, 육십의 의미도 여든 황혼 길에 들어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삶은 절박할 때 비로소 절실해진다. 비록 짧은 생이지만 뜨겁게 자신을 불사르는 사과나무의 마지막 투혼에 숙연해진다.(p. 123)

-<아픈 사과나무> 중에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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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박애자
수필가
2009년 《에세이스트》로 등단.
2016년 4인 수필집 《두 번째 목요일》을 출간.
동서문학상 수상자들 모임인 동서문학회 회원이며 수목회, 샘문학 동인 활동을 하고 있다.
안동에서 농사를 짓는다.
2022년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 창작준비지원금 수혜자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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