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 디자인으로 ‘실천’하려는 한 디자이너의 ‘일상’
‘일상의실천’ 웹사이트에서는 자신들을 이렇게 소개한다. “일상의실천은 권준호, 김경철, 김어진이 운영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일상의실천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또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소규모 공동체입니다.” 일상의실천이란 이름에는 ‘○○디자인’ ‘○○그래픽’과 같은 디자인 스튜디오임을 알리는 어떤 단어도 없지만, ‘일상’과 ‘실천’이라는 두 낱말에 이 디자인 스튜디오의 모든 정체성이 있다.
디자인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통용되는가. 무엇을 굳이 ‘디자인한다’는 것, 또는 ‘디자인한 것’과 ‘디자인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것. 그 배경에는 보다 아름답게, 세련되게, 지나가는 말로는 힙하게 만든다는 맥락이 있다. 어떤 면에서 현대미술보다 대중 가까이서 현대의 예술을 감각하는 분야가 디자인이다. 그러한 디자인계에서 이 스튜디오는 특별한 날이 아닌 “일상”과 언뜻 디자인과 연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실천”을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서의 “실천”이란 예쁘고 멋지게 디자인하는 일만은 아니다. 노동으로서의 디자인을 하는 한 사람, 직업인이자 개인으로서 그가 속한 사회와 공동체, 그 공동체의 시민으로서 본인이 해야 한다고 믿는 사회적 실천이 본체다.
‘갑과 을’이라는 말로 대변되는 클라이언트와 용역업체로서의 관계, 협업자의 위치에 있지만 그 안에서도 미묘하게 작용하는 큐레이터와 디자이너의 관계, 실체가 불분명한 대중을 대상으로 한 “대중적인 디자인”에 의문을 갖고 “진짜 내 작업”을 하고 싶은 창작자로서의 욕망이 그의 일상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해 고민하고, 부러 시민 단체에 찾아가 ’획일적 디자인‘을 바꿔주겠다 하고, 노동자의 ”뜨거운 글“을 세상에 펴낸 출판사에 연락해 ”현실에서 마주하는 문제를 외면하지 않을 최소한의 노력“으로 협업을 하고 싶다고 제안하는 일이 그의 실천이다.
그리고 그 모든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 안과 바깥에 “어딘가 어색하고 쑥스러운 모습으로 붕 떠 있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와, 할머니가 글을 배우며 필사한 성경 노트를 책으로 엮는 손자가 있다. 이 책은 권준호라는 디자이너의 “제법 공적인 발언”이자 한국 사회를 평범하게 거쳐온 한 시민의 “매우 사적인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