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질서가 재편됨에 따라 중국은 다자주의 외교정책을 기본골격으로 하는 새로운 다자주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하여 자국의 경제 발전에 필요한 지역 안정과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외교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따라 중국은 주변 관련국과의 다각적인 교류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ASEAN10+1, 일대일로(一带一路) 사업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러한 세계 속에서 다자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의 역할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상하이협력기구는 중국이 주도적으로 창설한 다자협력체로서 중국의 다자주의를 기초로 한 신안보관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되고 있다.
중국은 동남아를 비롯하여 주변 국가들과 정치, 경제적인 협력을 통하여 지역강대국으로 부상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다자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이는 국제 사회에서의 중국의 권리와 역할의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중심의 질서 속에서 한 극을 이루고자 하는 중국의 다자외교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러한 다자외교 전략의 가장 큰 장애물은 아직까지 미국의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놀라운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의 급격한 부상이 미국 주도적인 세계질서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중국위협론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미국은 아시아에서 양자관계에 기초한 상호동맹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군사적으로 아시아 각국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비될 것으로 예측되는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구축을 시도하는 등 언제든 중국을 봉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9.11 사건 이후 대테러 전쟁의 목적 아래 중동 및 중앙아시아 지역에 진출하여 중국을 사방에서 감싸고 위협하고 있다. 중동에 이어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장악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지역 안정과 에너지 수급이 절실한 중국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당량의 원유를 중동 지역에서 수급하는 중국이 최근의 불안정한 중동 정세에 따라 중국은 중앙아시아 지역과 에너지 관련 협력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다자외교의 중점이 중앙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을 통한 중국내 이슬람 민족의 분리주의를 방어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게 하고, 최근 발생한 티베트 등 중국내 민족 독립운동의 영향을 약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급격하게 성장해 온 중국으로서는 향후 지속적인 성장세의 유지를 위하여 지역 안정과 에너지 수급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에 다자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구소련에서 분리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뚜렷하게 어느 국가가 주도권을 잡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미국, 러시아 등이 서로 주도권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중국이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주요국과 함께 주도적으로 창설한 상하이협력기구는 향후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정치 경제적 위상확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가속화되고 특히 대만 문제에 대해서 첨예한 대립이 일어지고 있는 실정에서 한국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개념 중 하나가 ‘투키디데스 함정’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인용하면서 신흥 강대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견제를 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이로 인해서 한국 언론들은 투키디데스 함정론을 적극활용하여 중국의 동남아시아에서의 위상의 급격한 부상은 기존의 미국 중심의 질서에 대한 위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과 무력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미국의 군사력이 아직은 중국을 이길 수 있기 때문에 현재는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논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경제나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해결하고 다자주의를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현실에는 상황이 다르다. 따라서 중국이 추구하는 다자주의가 무엇이며,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거기에 따른 한국의 대응 전략을 알아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따라서 본 저서는 중국의 다자주의에 대한 정의와 배경,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와 실제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다자주의의 대한 성과와 이를 통한 한국의 득실과 대응 방안을 알아보려고 한다.
다자주의란 무엇인가?
다자주의(Multilateralism)란 여러 나라가 무역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세계적 협의체를 를 두고 가치 체계나 규범, 절차 따위를 각국이 준수하고 조율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지역적ㆍ공간적 한계를 넘어선 포괄적 상호주의를 표방하는 것을 말한다.
시진핑의 다자주의
중국이 국제외교 무대에서 ‘다자주의’를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은 새롭지 않다. 중국은 근 10년간에 걸쳐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제 회의에 참석하여 중국식 다자주의를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시진핑 국가 주석이 취임하면서 중국 지도부는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미국 중심의 세계 운영보다는 인류운명공동체(人类命运共同体)의 정신을 고양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영향력을 향상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그래서 일대일로(一带一路) 구상 역시 다자주의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다자주의에 대한 입장
한국의 윤정부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3월 통화와 8월 한중 수교 30주년 축하 서한을 교환하면서 새로운 한중협력 시대를 열어가자는데 공감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인적 교류를 포함해 한반도 및 일정한 구역의 안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함께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다자주의에 대한 미국의 입장
점차 중국의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파과하고,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국제기구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은 인식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에 부담을 느낀 바이든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자유민주적 가치를 중심으로 다자주의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부터는 실제로 중국이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줄이고 책임감 있는 국가로 변모하도록 각종 국제기구나 국제협약에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압박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