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작가의 첫 시집 '위미, 동백 또 동백'은 어렵지 않다.
또한 그렇게 긴 내용의 시들도 아니다. 그래서 일단은 쉽게 읽힌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가볍다는 건 결코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다가올 수 있는 사소한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나타냈다. 주제 또한 다양해서 연세 드신 부모님 곁에서 느낀 감정, 여행을 통해 얻은 생각들, 사람들 속에서 마주친 이야기들로,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로 묶어졌다.
시집의 제목으로 나와 있는 대표작 '위미, 동백 또 동백'은 제주 위미리 동백 군락지에서 떠오른 4.3사건을 기억하며 쓴 글로 보이고, 그 외 '호상은 없다.' '살림 밑천'. '그냥' 등 어렵지 않으면서 가슴을 움직이게 하는 매력을 가진 시들로 가득해서, 읽다 보면 금세 시인의 내면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또한 밥벌이가 삶의 전부이던 시절의 서글픈 기억들도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하고, 사랑하는 부모님을 떠올리며 눈물 짖게도 한다.
비록 평소에 시에 관심이 그다지 없던 지인들께 추천해도 전혀 손색없을 만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한권쯤 선물하기에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