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애초에 휴가를 내려고 한 이유가 지금 같은 분노와 좌절감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것이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직장 일과 밀려드는 고지서, 그리고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나는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나는 소진된 인생의 배터리를 여행으로 충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행길 초입부터 상황은 내가 원하는 것의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정말 이해가 안 가는군.”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다 소모하고, 충전하고, 또 다 소모하고 재충전하고. 그래서 결국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단 말인가.”
「3. 세상 끝으로 가는 길」, 39~40쪽
솔직히 말해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인생에는 내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의 어떤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오던 터였다. 그렇다고 내 인생이 형편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때로 좌절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훌륭한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좋은 친구들도 있었다. 평탄했다. 어떤 의미에서는 꽤 괜찮은, 좋은 인생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 깊숙한 곳 어디엔가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느낌이 도사리고 있었다. “바로 그 느낌 때문에 사람들이 이 질문을 던지게 되는 거랍니다.”
케이시는 또 내 마음을 읽고 있었다.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당황하고 있었지만, 케이시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등골이 서늘해졌다.
「8.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느낌」, 66~67쪽
“두 번째 날 녹색 바다거북을 보고 해변으로 돌아와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모래 위에 수건을 깔고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죠. 내 인생에서 밀려오는 파도는 바로 내 관심을 끌고 시간과 에너지를 가져가려 하는 모든 사람, 일 그리고 사물이라는 걸 알았어요. 내 인생의 진정한 목적과는 무관한 것들이요. 그리고 밀려가는 파도는 바로 내 존재 목적을 충족시키는 것을 도와줄 모든 사람, 일, 사물이라는 걸 깨달았죠. 지금 밀려오는 파도와 씨름하는 건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거라는 사실을……. 그러고 나면 나중에 밀려가는 파도에 쓸 힘이나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지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모든 게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13. 파도와 씨름하는 사람들」, 101~102쪽
“아니, 그런 뜻이 아니고요. 두려움이라는 것은 주로 무의식 속에 잠재합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매일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지는 않지요. 하지만 잠재의식 속에서는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하루 더 줄었다고 인식하죠. 그래서 언젠가는 하고 싶은 일을 아주 못 하게 되는 날이 진짜로 오지 않을까 두려워한답니다. 다시 말해 죽는 날을 두려워하는 겁니다.”
「18. 죽음이 두렵습니까?」, 135쪽
“그 사람들이 운이 좋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존?”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답했다.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냥 우연인 것 같기도 해요. 그래도 그런 우연 역시 자기 일을 진정으로 즐기며 사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 같아요. 그들이야말로 정말 자신의 존재 목적을 충족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죠. 얘기하고 보니 이런 사람들에게 항상 행운이 따라다니는 게 어쩐지 당연하게 느껴지네요.”
「21. 행운이 따라다니는 사람들의 공통점」, 156쪽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후회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좀 더 일찍 변화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사실뿐이다. 나는 그날 밤 카페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알게 되었고, 그 이유를 충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러므로 다시는 저 문 넘어 다른 쪽에 있는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에필로그_두려움이 사라지는 내 인생의 철학」, 197~19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