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대로에 있는 김청아 부티크는 도박장이라는 소문이 있다. 목 좋은 자리여서 비싼 월세임이 틀림없을 텐데 20년째 그 자리 그대로 영업 중이기 때문이다. 장사도 잘되지 않는 것 같다. 심지어 주인이 있는 모습을 본 적도 없다. 가끔 마네킹에 입혀진 옷이 바뀌는 것을 보면 영업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 9페이지 「거짓된 빛은 쉽게 꺼진다」 중에서
회사원이 돈이 왜 필요하냐는 것이 지원의 입장이었다. 사내 커플로 결혼을 했기에 지원은 회사 시스템에 대해 꿰고 있었다. 밥값은 사원증을 태그하면 자동 결제가 되어 월급에서 차감된다. 그럼 커피값, 담뱃값 정도만 필요해서 하루 용돈으로 만 원을 책정하였다. 주 5일 근무이기에 25만 원으로 책정한 지원에게 우는 소리를 잔뜩해서 겨우 5만 원 올려 30만 원을 한 달 용돈으로 받고 있다. 그런 내가 나의 한 달 치 용돈을 불법 도박 사이트에 입금한 것이다.
─-- 56페이지 「기회는 나에게 오지 않는다」 중에서
컨테이너 안에는 검은 방수포가 깔려 있었고 그 위에는 의자가 있었다. 그리고 청테이프로 입이 가려져 있는 상태로 한 남자가 결박된 채 의자에 앉혀져 있었다. 정우가 떠올랐다. 낮이었지만, 그 안은 어두웠다. 철로 막힌 그 공간에는 피 냄새인지 철 냄새인지 헷갈릴 정도로 메스꺼운 냄새가 지독했다. 손으로 코를 막았지만 손을 비집고 코를 타고 들어오는 역겨운 냄새가 기도는 물론 식도에까지 가득차는 것 같았다. 장기 속에 음식물 쓰레기를 가득 채운 기분이었다.
─-- 141페이지 「잿빛 하늘은 비를 품고 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