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p. 우리는 여성이 항상 모든 환경에서 자신의 몸과 돌봄에 대한 주도권을 빼앗겼던 건 아니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예상과 달리 의학 기술과 의학업계가 주도권을 독점하기 시작한 것은 역사 발전 상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일이었고,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그 전까지는 선대의 일부 여성들이 여성의 생활 주기와 관련된 문제들을 다루어 왔었다.
35~36p. 여성들은 언제나 치료사였다. 서구 역사 속에서 그녀들은 면허 없는 의사이자 해부학자였다. 그들은 낙태 시술자이자 간호사이자 상담가였으며, 약초를 재배하고 그 용도에 대한 비밀을 서로 교환하는 약사이기도 했다. 그들은 집에서 집으로, 마을에서 마을로 이동하는 산파였다. 수세기 동안 여성들은 학위만 없을 뿐 의사였지만 책을 읽거나 강의 듣는 것이 금지되어 이웃에서 이웃으로, 엄마로부터 딸에게로 경험을 전수하면서 서로 가르치고 배울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그들을 “현명한 여성wise women”으로, 국가에서는 마녀나 사기꾼으로 불렀다. 그럼에도 의학은 여성들의 유산이자 역사인 동시에 여성이 타고난 권리의 한 부분을 이룬다.
39p.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밝혀냈다. 남성 전문가가 우위를 차지하고 건강을 돌보는 여성들을 억압하게 된 것은 의료가 과학화됨으로써 자동적으로 일어난 “당연한” 과정이 아니었다. 하물며 여성들이 치료 업을 맡는 데에 실패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도 아니었다. 이것은 남성 전문가들에 의한 적극적인 탈취였다. 그리고 남성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은 과학이 아니었다. 결정적인 싸움은 현대 과학 기술이 발전하기 훨씬 전에 이미 일어났다.
57p. 이제 여성은 모든 죄목들 중에서도 가장 기상천외한 고발의 대상이 된다. 마녀는 살인과 독살, 성 범죄와 음모뿐만 아니라 도움을 주고 치료를 해주었다는 이유로도 기소되기에 이른다.
78p. 유일한 의학 전문가가 된 치료사 집단은 현대 과학과의 결탁이 아니라 부흥하는 미국 사업체와의 결탁 덕분에 유명해졌다. 파스퇴르Pasteur와 코흐Koch를 비롯한 19세기 다른 위대한 유럽 의학 연구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미국 의학 전문가에게 최종 승리를 안겨주는 데에 개입한 사람은 카네기Carnegies와 록펠러Rockefellers였다.
95p. 전문직이란 지배 계급이 만들어낸 창조물에 불과하다. 유일한 의학 전문직이 되기 위해서 “정식” 의사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지배 계급의 후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