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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표지(3D 표지)

백치라 불린 사람들

지능과 관념 · 법 · 문화 · 인종 담론이 미친 지적 장애의 역사


  • ISBN-13
    979-11-965525-5-8 (0333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생각이음 / 도서출판 생각이음
  • 정가
    22,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2-12-3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사이먼 재럿
  • 번역
    최이현
  • 메인주제어
    사회, 사회과학
  • 추가주제어
    역사, 고고학 , 법 , 예술 , 소설 및 연관 상품 , 의학, 간호학 , 철학, 종교
  • 키워드
    #사회, 사회과학 #역사, 고고학 #법 #예술 #소설 및 연관 상품 #의학, 간호학 #철학, 종교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52 * 223 mm, 416 Page

책소개

18세기 영국의 지적장애인들은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평범한 일상을 보내다 19세기에 들어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이른바 ‘대감호 시대’에 이들은 외딴 시설에 강제로 수용된다. 저자는 1980년대 한 시설에서 지적장애인을 처음 만난 뒤 많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가? 그리고 이런 질문들을 바탕으로 이들에 대한 과거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일상 속의 재판 기록과 속어, 유머, 소설, 시, 풍자만화, 회화, 기행문학 같은 대중적인 창작물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찾아낸다. 그리고 당시 서구사회에 널리 퍼져 있던 제국주의와 계몽주의, 우생학, 진화심리학, 도덕성 운동, 공리주의 같은 사상 및 인종주의가 지능과 지적 장애에 대해 어떤 잘못된 관념 및 사고방식을 심어줬는지 깊숙이 파고든다. 여기에는 장애인에 대한 나치의 집단 학살 사건 뒤에 숨겨진 놀라운 이야기도 들어 있다.

 

과거 한국사회에서는 ‘백치’가 지적장애인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지적장애인을 가리키는 용어는 시대와 사회(국가)에 따라 바뀌고 심지어 조롱 섞인 욕설로까지 변질되어 남아 있다. 그럼에도 ‘비역사주의’를 피하고 중요한 역사적 진실을 포착하고자 당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한 저자의 의도에 따라 과거 서구사회에서 지적장애인을 지칭했던 ‘idiots’를 ‘백치’로 번역하여 반영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모든 구성원이 함께 살아가려면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교훈을 준다.

목차

서문

 

1부 18세기 백치와 치우, 1700년경~1812년

 1장 지능이 낮아 쉽게 이용당한 사람들, 법적 관념

 2장 병신과 머저리, 문화적 관념

 3장 미개한 유럽 밖의 사람들, 인종적 관념

 

2부 새로운 사고방식, 1812년경~1870년

 4장 의료계의 등장, 법정에 등장한 새로운 관념

 5장 연민과 혐오, 새로운 문화적 사고

 6장 식민지와 인류학자와 정신의료시설, 인종과 지능

 7장 시설로 들어간 백치, 대감호 시대

 

3부 우생학에서 지역사회의 돌봄까지, 1870년~현재

 8장 다윈 이후의 지적 장애와 우생학, 그리고 심리학, 1870년부터 1939년까지

 9장 다시 지역사회로? 1939년부터 현재까지

 

감사의 말 

참고문헌 

더 읽을거리 

삽화 출처 

찾아보기

본문인용

36

1732년에는 존 리의 발 통증이 심해지자, 윌리엄 베이드라는 약제사가 나타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그를 관리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교활한 베이드는 존 리가 잘 속는다는 점을 간파하고, 발가락을 잘라내도 다시 자란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러더니 실제로 그의 발을 통째로 절단해 버렸고, 이에 격분한 존 리는 베이드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분풀이를 했다. 베이드는 계속해서 존 리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자신의 허락 없이는 방문객도 받지 못하게 했다. 그중에는 가까운 친척이지만 전에는 서로 모르고 지냈던 두 사촌도 있었다.

 

67~68 

만담집에 등장하는 시골 사람들은 런던 부두에 정박해 있는 큰 배가 한 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그 배가 어른이 되면 얼마나 커질지 궁금해한다. 또 신축된 세인트 폴 대성당을 보면서는 자기 집 헛간을 새로 짓는 비용보다 훨씬 많은 돈이 성당 건립에 들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한다. 도시에 사는 영리한 소년 견습생들은 그들을 “멍텅구리”라고 불렀다. ‘무지한 시골뜨기’는 자신이 글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표지판의 해학적인 문구를 잘못 이해한 나머지 런던 거리에서 엉덩방아를 찧고 “런던은 내 엉덩이가 좋은가 봐!”라고 외친다. 이런 우스운 이야기들은 18세기 내내 유행했다.

 

110

원주민에 대한 유럽인들의 기대가 양면적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원주민은 그들이 사는 땅의 동식물처럼 관찰하고, 설명하고, 지도로 만들어야 할 대상이었다. 원주민과 거래를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이 값싼 ‘하찮은 물건들’만 소중히 여긴다는 점에서 이미 그 거래는 불공평하리란 예상이 있었다. 원주민이 우호적일 수 있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과학자들의 역할은 새로운 땅에 사는 미개한 원주민과 접촉해서 그들을 관찰하고 특징을 파악하여 최종적으로 범주화하는 일이었다. 

 

157

19세기 중반 (광범위한 사회 혁명에서 갓 벗어난 두 나라) 프랑스와 미국에서는 배심원들의 비현실적인 의견과 변호인의 난해하고 장황한 변론 대신, 전문가들의 증언으로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획기적이고 현대적인 의학 지식을 도입하라는 요구가 강하게 일어났다. 이 무렵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 법전의 명문화를 통해 과학적 증거와 의학적 증언에 신뢰성이 확보됨에 따라 의료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었다. 프랑스 혁명으로 ‘시민 의사’라는 새로운 집단이 탄생했는데, 이들은 스스로를 “질병과의 싸움에서 구원하는 사람”이자 “국가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194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되자, 스마이크는 니콜라스의 누이인 케이트에게 연정을 품게 된다. 하지만 그 사랑은 응답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스마이크가 느끼는 연정은 그 자신에게 사형 선고나 다름없다. 그는 한 남자로서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지만, 완전한 사람한테서 나온 사랑이 아니기에 그저 헛될 뿐이다. 케이트가 스마이크에게 보여주는 사랑은 가엾은 사람에 대한 다정한 연민이다. 마지막에 스마이크가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때, 니콜라스는 아이 같은 그를 아름다운 장소로 데려갔다. 

 

235

인종과 지능이 연관된다는 주장을 둘러싸고 논쟁은 지속됐다. 1802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 흥미롭게도 먼 이국땅의 미개인이 아닌 프랑스에서 발견된 미개인 소년이 등장했다. 이 아이는 아베롱의 ‘야생 소년’ 빅토르였다. 이 야생 소년은 1800년에 (세 번째로) 붙잡혔는데, 아이를 발견한 소농들은 소년이 수년 동안 테른 지역의 산과 숲속을 네 발로 달려 다녔다고 주장했다. 빅토르는 1800년에 파리에 있는 국립 농아 시설로 옮겨졌는데, 그곳의 보건 담당자 장 마르크 가스파르 이타르라는 젊은 의학도가 허가 하에 빅토르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가정부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를 대상으로 심리학 실험을 수행했다.

 

274

소극적인 태도로 앉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듣기만 해서는 충분치 않았다. 구원에 이르는 길은 지식과 배움이었다. 급진주의자가 생각하는 정치적 구원은 지능을 개선하고 무능력자들의 의식을 깨울 때 일어난다. 보수적인 종교인이 생각하는 구원은 각자의 자리를 파악하고 신의 말씀을 깨달을 수 있도록 정신을 수양하는 것이었다. 양측이 보상으로 제시한 것은 미래에 얻게 될 지상의 행복 또는 천상의 행복이었다. 그러나 이런 진보 과정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공동체로 들어갈 입구는 없고 거기에서 나와야 할 출구만 있을 뿐이다. 

 

316

그가 반대한 이유는 정신결함자라는 꼬리표가 붙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애정이나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유와 민주적 책임이라는 가치를 신봉했기 때문이다. 웨지우드가 생각하기에, 그들이 누구이든 어떤 꼬리표를 달았든, 모든 시민은 권리를 가진다. 인정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사회에서 축출되거나 밀접 감시로 통제될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웨지우드에게 그 법은 우생학회 같은 자유주의 단체에 힘을 실어주는 도구이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제도였다. 그는 120번이나 수정안을 내고 150회나 반대 연설을 했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저항은 효과가 없었다. 

 

355

그는 이들이 자존감을 지키고 타인에게 존중받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노력했지만 얇고 낡은 ‘능력 망토’를 걸친 탓에 정상 ‘통과’에 실패했다고 여겼다. 일단 그들은 ‘비정상’으로 분류되면서 원래 자리를 유지하려고 고군분투했고, “적소에서 무능력한 채로 살면서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야”만 생존할 수 있었다. 이 주장은 사회가 정신지체자에게 부여한 구성원 자격은 당연히 가질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라 조건부이자 다수 구성원의 선의에 좌우됐기 때문에, 그들이 지역사회로 복귀하더라도 낙인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서평

이 책은 수십 년간 지적 장애에 관심을 기울여온 한 역사학자가 1700년대부터 현재까지 영국과 유럽사에 퍼져 있는 지적 장애 및 지적장애인의 역사를 추적한 이야기다. 먼저 일상 속의 재판 기록과 속어, 유머, 소설, 시, 풍자만화, 회화, 기행문학 등 다양한 대중적 창작물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찾아낸다. 그리고 18세기부터 서구사회에 널리 퍼져 있던 지적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관념 및 사고방식에 영향을 끼친 당대의 사회문화적 맥락과 사상, 지능 및 인종주의에 관해 깊숙이 파고든다. 

 

- 재판 기록과 속어, 유머, 소설, 시, 회화, 풍자만화 같은 수많은 자료 수집을 통해 지적장애인들의 과거 이야기와 다른 동시대인의 생각과 사고방식까지 읽어냈다.

 

18세기, 19세기 지적장애인에 대한 판결 내용과 증언들을 흥미롭게 서술하고, 평범한 거리에서 들을 수 있었던 속어 사전과 만담집 등에서 이들에 관한 동시대 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를 찾아낸다. 워즈워스의 시, 디킨스 소설, 풍자만화가 길레이, 윌리엄 호가스의 그림 등 이 대표적이다.

 

- 19세기 중반부터 1980년대까지 수많은 지적장애인이 외딴 시설에 격리된 이른바 ‘대감호 시대’에 주목하고 증언 등을 통해 그 안에서의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지적장애인은 빅토리아 시대 개혁 대상자 중 가장 열등한 집단에 분류되어 처음에는 구빈원으로 흘러들어갔다. 하지만 백치는 고칠 수 있는 병도 아니었기에 새로운 시스템에서 문젯거리가 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소수의 의사들은 백치전문시설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 지적 장애에 대한 잘못된 관념 및 사고방식의 변화에 영향을 끼친 제국주의, 계몽주의, 우생학, 진화심리학, 공리주의 등 당대에 퍼져 있던 여러 사상과 지능 및 인종주의에 관해 깊숙이 파고든다. 

 

역사가마다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저자는 ‘이성’을 중시했던 계몽주의 사상에 더해 1789년 프랑스 혁명을 기점으로 등장한 급진주의와 반동적으로 일어난 보수주의적 분위기가 중상류층의 불안감과 더불어 우생학을 등장시켰고, 이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 홀로코스트보다 앞서 나치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단종 조치 후 어린이를 비롯하여 잔혹한 집단 학살을 자행했는데, 여기에는 또 다른 놀라운 사실도 들어 있다.

 

1933년 정권을 잡은 국가사회당 아돌프 히틀러는 권력을 잡자마자 ‘유전병을 지닌 자녀 출산을 막기 위한’ 단종법을 통과시켰다. 또 유전적으로 장애가 있다고 추정된 어린이들에게 독극물을 주입하거나 아사하게끔 감금하여 수많은 어린이들을 곳곳에서 학살했다. 이후 집단 학살 장소로 가스실이 선택됐다.

 

- 계용묵의 소설 『백치 아다다』에 나오듯, ‘백치’는 과거 한국사회에서 지적장애인을 지칭하는 용어였다. 그밖에 우리말로 번역한 은어 및 비속어들은 이 책이 비록 서구의 지적 장애 역사지만 과거와 현재 한국사회의 지적장애인들의 위치가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형사 사건으로 재판에 불려 나온 증인들은 백치 모습을 이런 말로 묘사했다. ‘그는 멍청했어요.’ ‘그는 이해가 늦고 우둔했어요.’ 또 ‘멍청이’, ‘덜 떨어진 사람’, ‘모자란 녀석’, ‘우둔한 사람’, ‘머리가 텅 빈 녀석(판단력이나 분별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 등은 일상에서도 흔하게 사용됐다.

 

- 정의상 지적장애인은 문해력 부족으로 자신에 대한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아 그만큼 기록물이 드물고 역사가들로부터 소외되거나 관심을 끌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더 의미 있는 역사서라 할 수 있다. 

 

“어느 역사가의 지적처럼 ‘학습장애인이 역사에서 소외됐다는 사실은 그들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타고난 탁월한 지능을 활용하여 평생 연구에 매진했을 대다수의 학자들이 지적 장애나 낮은 지능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거나 받아들이기는 아마 어려웠을 것이다. 또한 정신병 및 광증의 역사 또는 정신질환의 역사가 백치의 역사를 가려왔던 것도 사실이다.”

저자소개

저자 : 사이먼 재럿
사이먼 재럿은 런던 대학 버크벡 칼리지Birkbeck, University of London 연구원으로 학습 장애(현재 학술적 용어로는 지적장애), 지능 및 의식의 역사, 소속감, 시민권, 수용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 역사가이자 작가다. 학계에 들어가기 전에는 수년간 학습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에서 일했다. Community Living Magazine의 편집자이자 South London에 있는 Corali Dance Company의 대표이기도 하다.
번역 : 최이현
연세대학교에서 행정학을 공부했다. 독서와 글쓰기에 마음을 뺏겨 십 년 가까이 다니던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글밥아카데미를 수료하고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당신이 꼭 알아야 할 자본주의 키워드 50》, 《리볼트》, 《쿠데타, 대재앙, 정보권력》, 《정치는 어떻게 시간을 통제하는가?》,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 등이 있으며, 철학 잡지 《뉴필로소퍼》 한국어판 번역에 참여하고 있다.
감수 : 정은희
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로 정신건강과 사회복지, 생애주기, 주거 등에 관심을 갖고 정신건강 사회복지 및 사회문제와 관련하여 동 대학과 가천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중고령 장애인의 주거환경과 자존감 및 건강에 관한 경로분석〉, 〈정신장애인의 주거지원서비스 요구도〉, 〈19세기 영국 정신의료시설(Asylums)의 변화과정 연구–물리적 환경과 치료의 관계를 중심으로〉를 공동으로 학술지에 게재하는 등 다수의 논문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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