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부터 이탈리아 안에서 야만족들이 벌인 전쟁은 거의 다 교황들이 일으켰고, 이탈리아를 황폐화시킨 야만족들은 대개 교황들이 불러들였다. 이런 교황의 행동 방식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지금껏 이탈리아가 분열되어 무기력해진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P50, 1권 제9장
그 결과 하인리히는 교황의 영적인 무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통감한 최초의 군주가 되었다. 교황이 로마에서 종교회의를 열어 하인리히의 왕관과 왕국을 빼앗았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탈리아인은 교황을, 다른 이탈리아인은 하인리히를 따랐다. 이 대립이 구엘프(교황파)와 기벨린(황제파)의 시작이었고, 이로 인해 이탈리아는 야만족의 침입이 사라진 뒤에도 내전으로 갈기갈기 찢기게 되었다. -p60~61, 1권 제15장
이런 위험을 감지한 교황 보니파시오는 콜론나 가문을 제거하기로 마음먹고, 그들을 파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을 상대로 성전까지 선포했다. 이런 조치들은 확실히 콜론나 가문에 큰 타격을 입혔지만, 로마교회가 받은 타격에는 훨씬 못 미쳤다. 왜냐하면 우리의 고결한 신앙을 위해 정의롭게 사용되던 칼이 교황 자신의 야심을 위해 같은 기독교도를 향하자, 그 날카로움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결국 권력욕을 채우려는 교황의 과도한 열망이 도리어 교황을 점차 무장 해제시켰다. -p82~83, 1권 제25장
이런 사회적·군사적 토대 위에서 피렌체는 자유를 확립했다. 짧은 시간 만에 피렌체가 얼마나 큰 권위와 세력을 획득했는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피렌체는 토스카나의 1인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전체의 제일가는 도시들에 포함됐다. 만일 계속 발생한 새로운 분열들이 피렌체의 발목을 잡지만 않았다면, 피렌체는 진실로 위대한 국가의 반열에 올라섰을 것이다. -p133, 2권 제6장
교황들은 늘 이탈리아 내에서 큰 권력을 획득한 이들을 두려워했으며, 심지어 교회의 지지를 통해 권력이 강화된 이들조차 시기해 언제나 그들을 파멸시키려고 애썼다.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던 잦은 혼란과 변화는 모두 그 결과였다. 다시 말해 어느 한 군주가 강력해지면 그에 대한 두려움으로 교황들은 약한 다른 군주를 강하게 만들었고, 그 약한 군주가 강해지자마자 다시 그 강해진 군주를 시기해 그를 무너뜨리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p142, 2권 제11장
확실히 자유를 지킬 때보다 박탈당했던 자유를 회복할 때, 인간의 분노는 더 크고 복수는 더욱 잔혹하다. 그 젊은이는 그때 아직 채 열여덟 살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어린 나이나 준수한 용모, 또 그의 결백도 군중의 무자비한 분노에서 그를 구하지는 못했다. 부자는 순식간에 살해당했고, 굴리엘모와 아들이 살아있을 때 해를 가하지 못한 자들은 죽은 그 둘의 사지를 절단했으며, 사지를 칼로 자르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손과 이로 갈기갈기 찢었다. 이렇게 그 둘의 울부짖음을 듣고, 그 둘의 상처를 보고, 그 둘의 찢긴 살점들을 손으로 만진 뒤에도 군중은 자신들의 모든 감각이 복수를 만끽할 수 있도록 그 둘을 음미하기를 원했으며, 그래서 외부의 모든 기관을 충분히 만족시킨 후 그 둘의 살로 자신들의 내부기관 역시 충족시켰다. -p209, 2권 제37장
정부가 이런 토대 위에 재수립되었으므로, 만일 귀족들이 자유로운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자제력을 가지고 살았더라면, 도시는 안정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귀족들은 정반대로 행동했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는 평등의 개념을 경멸했고, 공직에 오르면 군주가 되기를 원했다. 매일 그들의 오만방자한 행태가 새로 터져 나왔고, 이로 인해 화가 난 평민들은 한 명의 폭군을 제거했더니 천 명의 폭군이 나타났다고 한탄했다. -p213, 2권 제39장
로마의 불화는 항상 시민의 군사적 미덕을 증가시켰지만 피렌체는 이를 완전히 없애 버렸고, 로마의 불화는 사회에 다양한 계급을 형성했지만, 피렌체는 이전에 존재했던 구분을 폐지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차이로 평민이 승리한 로마는 더욱 고결해졌다. 왜냐하면 평민이 귀족과 똑같이 군대와 정부의 요직들에 올라 도시를 통치할 수 있게 되자, 귀족과 똑같은 ‘비르투(미덕·능력)’로 자신을 채워 나갔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로마의 미덕은 커졌고, 미덕이 증가함에 따라 도시의 세력 역시 확대되었다.
하지만 피렌체에서는 평민이 승리하자 귀족은 정부의 요직에서 철저히 배제당했다. 그러므로 만일 귀족이 다시 관직에 오르려면 행동, 성격, 생활방식 모두 진짜 평민이 되거나 적어도 평민처럼 보여야 했다. 이런 이유로 평민의 호의를 얻기 위해 가문의 문장과 이름을 바꾸는 귀족이 많아졌다. 그리하여 귀족 안에 있던 관용의 정신과 군사적 미덕은 사라지고 말았고, 단 한 번도 이것들을 가져본 적 없는 평민의 내면에서 다시 살려낼 수도 없었다. 그 결과 피렌체는 점점 더 초라하고 비루해졌다. -p228~229, 3권 제1장
공화국으로 불리는 도시들, 특히 그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지 않은 도시들은 많은 이가 생각하는 것처럼 자유와 억압 사이가 아니라, 억압과 방종 사이를 번갈아 오가며 자주 그 통치자와 정부 형태를 바꾼다. 방종의 대리인인 평민이나 억압의 대리인인 귀족이 모두 찬양하는 것은 오직 자유라는 이름뿐이지만, 그들 중 누구도 법이나 통치자한테 기꺼이 복종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 훌륭한 법과 제도가 부족했거나 부족한 공화국들은 자주 자신들의 정부를 전제적인 정권에서 방종한 정권으로, 그리고 다시 방종한 정권에서 전제적인 정권으로 계속 바꾸었으며, 또 지금도 바꾸고 있다. 이런 국가에서는 각각의 정권이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강력한 적으로 인해 그 어떤 안정도 존재하지 않으며 또 존재할 수도 없다.
전제적인 정부는 선량한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고 방종한 정부는 현명한 이들을 불쾌하게 하며, 전제적인 정부는 쉽게 악을 행하고 방종한 정부는 아주 드물게만 선을 행하며, 전제적인 정부에서는 오만한 사람들이, 그리고 방종한 정부에서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p3131~314, 4권 제1장
얘들아, 나랏일을 하며 안전하게 살려면 법과 동료 시민들이 너희에게 주는 만큼만 받아야 한다. 사람이 미움을 받는 이유는 기꺼이 그에게 준 것 때문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부당하게 가져간 것 때문이니, 주는 만큼만 받아들이면 시기를 받지도 또 위험에 빠지지도 않을 게다. 그리하면 남의 것을 탐하다가 자기 몫마저 잃거나, 심지어 자기 몫을 잃기도 전에 끝없는 불안과 걱정 속에 사는 자들보다는 분명 더 잘살 수 있을 게다. -P345, 4권 제16장
그렇지만 상황이 바뀌면 의견 역시 크게 달라지고, 군중은 자신의 것을 지키는 것보다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 또한, 인간은 잃을 두려움보다 얻을 탐욕에 훨씬 더 쉽게 끌린다. 상실은 만일 그것이 가까이 있지 않으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지만, 획득은 비록 그것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조차 기대로 흥분되기 때문이다. -P350~351, 4권 제18장
“교묘하고 대담한 방책은 처음 들었을 때는 좋아 보이지만, 실행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끝은 대개 해로운 법이오." -p384~385, 4권 제31장
적국에서 벌어진 전쟁에 참여한 이들에게 이 전투보다 위험하지 않았던 전투는 그때껏 없었다. 그토록 큰 패배를 당하고도, 또 오후 4시부터 저녁 8시까지 계속된 꽤 긴 전투를 치르고도 겨우 한 사람만이 죽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전투에서 입은 부상이나 다른 어떤 결정적인 타격을 당해 죽은 것이 아니라, 자기 말에서 떨어진 후 다른 말들에게 밟혀 죽었다.
당시 군인들은 그렇게 안전하게 싸웠다. 그들은 모두 말을 타고 갑옷을 입었으며, 항복하면 언제나 죽음을 면할 수 있었기에 목숨을 걸고 싸울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싸우는 동안에는 갑옷의 보호를 받았고, 더 이상 싸울 수 없을 때는 항복해 목숨을 구했다. -p483, 5권 제33장
자신을 부유하게 그리고 적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 전쟁을 벌이는 자들의 일관된 목적이며, 또 그래야 합리적이다. ... 그러므로 승리하고도 빈곤해지고 정복하고도 약해지면, 전쟁을 벌인 목적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그 목적을 넘어선 것이다. ... 비록 적과의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적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해 전리품과 몸값이 자신이 아니라 군인들의 먹이가 된 군주나 공화국은 승리하고도 가난해진다. 그런 군주나 공화국은 전쟁에서 패하면 불행해지고, 승리하면 훨씬 더 불행해진다. 지면 적이 가하는 침해로, 이기면 친구들이 가하는 침해로 고통받기 때문이다. -p492, 6권 제1장
어떤 분열은 공화국에 해롭고, 또 어떤 분열은 공화국에 이롭다는 말은 진실이다. 다시 말해 파벌과 반목을 동반하는 분열은 공화국에 해로우며, 파벌과 반목을 수반하지 않는 분열은 공화국에 이롭다. 따라서 공화국의 설립자는 비록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적개심을 다 막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파벌의 성장에는 대비해야 한다.
... 하지만 불행히도 피렌체의 분열은 늘 파벌을 동반했고, 그 결과 항상 공화국에 해로웠다. 승리한 파벌도 반대 파벌이 아직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을 때를 제외하면 결코 단결되지 않았으며, 도시를 지배한 파벌은 적대적인 파벌이 소멸하자마자, 내부적으로 더는 분열을 자제하거나 이를 막을 두려움이 사라져 버렸으므로 그 즉시 분열했다. -p589, 7권 제1장
코시모가 망명 생활에서 돌아오자 몇몇 시민들이 그를 찾아가서는, 그가 그토록 많은 훌륭한 시민들을 도시 밖으로 쫓아내며, 도시를 망치고 신에게 죄를 짓고 있다고 비난하자, 코시모는 망가진 도시가 사라진 도시보다 낫고, 장밋빛 천 두 필이면 한 명의 훌륭한 시민을 만든다고 대답하며, 국가는 손에 묵주를 들고 주기도문을 외우는 자들에 의해 유지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p603, 7권 제6장
사람들의 특별한 기대를 받으며 최고 행정관직이나 군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들은 항상 행해질 수 있는 것 이상을 기대하지만, 그들이 기대하는 모든 위대한 사업을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 결과 사람들의 기대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명과 경멸로 바뀌기 때문이다. -p620, 7권 제14장
‘거기서 당신이 웃는 게, 내가 여기서 울지 않는 이유요. 만일 당신이 피렌체에서 웃고 있었다면, 나는 나폴리에서 울고 있었을 것이오. ... 당신이 한 일에 대한 변명으로 조국애를 들먹이지 마시오. 아무도 이 도시가 메디치 가문보다 아차이우올리 가문에 의해 더 사랑받고, 더 위대해졌다고 믿지는 않을테니 말이오. 그러니 거기서 그냥 굴욕 속에 사시오. 당신은 여기서 명예롭게 사는 법을 모르잖소.’
음모에는 당연히 많은 어려움이 수반된다. 그러므로 대개 음모에 가담한 자에게는 파멸을 가져다주지만, 그 대상이 되는 이들의 권한은 더 강화된다. 그래서 음모의 표적이 되는 국가의 군주는 밀라노 공작처럼 살해당하지 않는다면, - 사실 이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 거의 항상 더 큰 권력을 쥐게 되고, 보통은 선량한 사람에서 악인으로 변한다.
음모는 그 시도만으로 군주에게 두려움의 원인을 제공하고, 두려움에 빠진 군주는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려 애쓰며, 자신의 안전을 과도하게 확보하려는 군주는 남을 해치는 부당한 행위를 저지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다시 증오가 생기고, 이는 종종 군주의 파멸로 이어진다. 이런 식으로 음모는 이를 실행하는 자를 그 즉시 파괴하며, 그 대상이 되는 이도 조만간 모든 면에서 전보다 더 나쁜 인간으로 만든다. -p674~675, 8권 제1장
이처럼 군주에게 신의를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은 종이 위에 적힌 약속이나 조건이 아니라, 바로 힘과 필요다. ... 도시들을 돌려받고 왕과 다시 명예로운 협정을 체결해 도시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자, 말하기 좋아하고 방책을 현명함이 아니라 그 성공 여부로 판단하는 피렌체 사람들은, 목소리를 싹 바꿔 로렌초의 분별력은 사악한 운명이 전쟁으로 그들한테서 빼앗아간 것들을 평화롭게 회복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고, 로렌초의 지혜로움은 적의 군대가 힘으로 행한 것보다 더 많은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떠들며 입이 닳도록 그를 칭찬하고 또 칭찬했다. -p724~725, 8권 제22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