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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 ISBN-13
    979-11-91433-55-5 (03920)
  • 출판사 / 임프린트
    무블출판사 / 무블출판사
  • 정가
    44,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2-12-14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니콜로 마키아벨리
  • 번역
    하인후
  • 메인주제어
    유럽사: 중세시대
  • 추가주제어
    유럽사: 르네상스
  • 키워드
    #유럽사: 중세시대 #유럽사: 르네상스
  • 도서유형
    종이책, 양장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2 * 228 mm, 780 Page

책소개

“마키아벨리 생애 마지막 역량을 쏟아부은 역작... 

한마디로 ‘시대의 요청’, 그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성찰하라는 것”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

 

“그 찬란했던 로마제국의 행방에 대한 단서... 

귀감이든 반면교사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소설가 이문열

 

국내 최초로 완역된

마키아벨리의 생애 마지막 ‘역작’

 

 정치학과 처세술에 관한 대표작 『군주론』 덕분에, 마키아벨리는 흔히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정한 냉혈한의 이미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사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다면 이미 잘 알려진 『군주론』, 『로마사 논고』 등을 넘어 그가 생애 마지막으로 쓴 『피렌체사』를 꼭 읽어봐야 한다. 

 『피렌체사』는 13~15세기의 피렌체와 주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중세 정치, 역사를 총망라한 책으로, 마키아벨리가 죽기 꼭 1년 전인 1526년 교황 클레멘스 7세에게 헌정되었다. 피렌체의 역사는 물론, 이탈리아 반도와 주변국의 정세, 사건을 폭넓게 서술한 『피렌체사』는 그를 ‘위대한 사상가의 반열에 세운 역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현자’라고도 불리는 마키아벨리는 자신이 태어나고, 활발히 활동하다 죽은 피렌체에 대해 과연 어떤 이야기를 썼을까. 

 그가 이 책을 쓸 당시 피렌체는 메디치 가문에 의해 통치되고 있었다. 공직에서 쫓겨나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던 마키아벨리는 메디치 가문의 수장이자 교황인 클레멘스 7세의 요청에 의해 『피렌체사』를 집필하게 된다. 마키아벨리의 입장에서는 교황과 메디치 가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책에서 냉철하고 신중한 통찰력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때로는 간접적인 비판 등을 통해 재치 있게 정확한 사실을 기술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이 책은 쉽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역사서가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탈리아의 역사를 넘어, 당시의 유럽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지 않고 마키아벨리를 안다고 하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가깝다. 추천사를 쓴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의 저자,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김상근 교수는 “대한민국은 공화정과 군주정의 희망과 횡포 사이에서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사』에서 제시했던 공화정과 군주정의 조화, 시대의 흐름에 대한 통찰력에 대해 이해한다면 좋으련만”이라며, 독자들이 당시 피렌체의 분열을 보며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희망에 대한 힌트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이문열 소설가 역시 “지금 우리 사회와 겹쳐지고 역사의 반복에 침울해지지만, 그것이 귀감이든 반면교사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라고 말하면서, 당시 피렌체의 정치사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관해서도 깊게 생각할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피렌체, 자유와 분열의 

핏빛 역사를 간직한 도시

 

 이탈리아의 손꼽히는 아름다운 지역 중 하나인 피렌체는 ‘르네상스의 도시’, ‘천재들의 도시’, ‘예술과 낭만의 도시’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하지만 피렌체의 진짜 역사, 무수한 분열과 권력의 투쟁에 의해 붉게 물든 피렌체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면 단순히 아름다운 겉모습만으로 그 도시를 바라볼 수 없을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사』를 통해 자기 고향인 피렌체의 무구한 역사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며, 때로는 안타까운 시선을 숨기지 않은 채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갔다. 무엇보다 13~15세기 피렌체의 평민이 어떻게 귀족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되었는지, 귀족은 어떻게 권력을 잃고 사라지게 되었는지 또 평민과 하층민의 권력 투쟁은 어떠했는지 그 치열한 역사를 자세히 기술한다. 피렌체인의 자유를 향한 끝임 없는 투쟁과 열망은 마키아벨리의 글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도 생생하게 전달된다. 나아가 그는 귀족과 평민 그리고 하층민이 서로 치열하게 싸우다가 메디치 가문의 지배를 받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도 구체적인 사건을 들어 자세히 설명한다. 

 총 8권으로 구성된 『피렌체사』에서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의 역사만 다루지는 않는다. 피렌체의 역사를 논하기 전에 이탈리아가 어떻게 그 당시 이 지역을 통치했던 권력자들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를 먼저 보여 주기 위해 제1권에서 제4권까지는 피렌체와 그 주변 이탈리아 역사에 관한 서론이 되는 내용을 다룬다. 특히 제1권에서는 로마제국이 동서로 분열되는 4세기 후반부터 1차 롬바르디아 전쟁이 개시되는 15세기 초반까지 1000년 넘는 세월을 개략적으로 설명한다. 

 이에 대해 마키아벨리는 본문에서 “이탈리아의 역사를 쓴다고 약속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들을 이야기하지 않을 이유는 없고, 또한 피렌체가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했던 전쟁들은 대개 다른 이탈리아 국가나 군주들의 행동에서 비롯되었으므로, 만일 그것들이 서술되지 않는다면 피렌체의 역사는 이해하기 더 어렵고 재미 역시 덜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부온델몬테의 결혼과 죽음으로 시작하는 제2권에서는 교황파(구엘프)와 황제파(기벨린)의 갈등을 거쳐, 귀족과 평민의 대립으로 분열되는 피렌체를 그렸다. 제3권에서는 1354년부터 1414년까지 피렌체 내부를 중점적으로 다루었으며, 권력을 차지한 구엘프당과 급료와 처우에 불만을 품은 하층민의 봉기 그리고 무력 투쟁 끝에 권력을 되찾은 유력한 평민과 구엘프당의 모습 등을 묘사한다. 제4권에서는 피렌체 내부적으로는 메디치 왕조의 창시자 조반니 데 메디치의 등장과 그의 아들 코시모의 추방과 귀환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또한, 외부적으로는 1·2·3차 롬바르디아 전쟁과 볼테라 반란, 루타 전쟁 등을 깊이 있게 서술했다. 

 제5권에서는 1434년에서 1440년까지 피렌체와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전쟁들을 주로 다루었으며,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사라진 그림으로도 유명한 앙기아리 전투 등이 생생하게 묘사되었다. 제6권에서는 4차 롬바르디아 전쟁의 종식과 필리포 공작의 죽음 그리고 밀라노 공국을 차지하기 위한 프란체스코 스포르차와 베네치아의 세 차례 전쟁 등을 기술한다. 제7권에서는 코시모의 아들 피에로를 제거하려는 반 메디치파의 음모와 그의 아들 로렌초 일 마니피코의 등장을 중점적으로 그리며, 대외적으로는 베네치아 전쟁, 프라토 소동, 볼테라 폭동, 시에나 전쟁 등을 보여 준다. 이 책의 마지막인 제8권에서는 로렌초 데 메디치를 죽이려는 파치 가문의 음모에서 시작해 계속된 패배로 곤경에 처한 피렌체의 모습을 서술한다. 그밖에 소금 전쟁과 교황 인노첸시오 8세와 페르디난도 1세의 전쟁, 피렌체의 사르차나 수복 전쟁 등을 서술한 후, 로렌초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앞서 얘기했듯이 마키아벨리는 이 글을 교황 클레멘스 7세에게 바치고 1년 뒤 1527년에 피렌체에서 사망했으며, 이후의 피렌체 역사를 더 썼는지는 아쉽게도 확실하지 않다. 마키아벨리는 통합만이 외세의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굳게 믿던 뼛속 깊은 공화국의 주창자였다. 이런 그의 사상은 그가 생애 마지막에 심혈을 기울여 쓴 이 책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김상근 교수는 “달랑 『군주론』을 읽고 마키아벨리를 이해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왕십리까지 와서 서울을 봤다고 자랑하는 시골 양반의 허세와 같다”라며 진짜 마키아벨리를 이해하려면 『피렌체사』를 읽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이 태어나고 활동하고 죽은 피렌체의 역사를 넘어서 이탈리아 전체의 흐름을 서술하며 공화국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보여 준 이 책은 과연 마키아벨리의 역작이라 불릴 만하다. 

 

 

방대한 역사적 사실을 세밀히 확인하며 

심혈을 기울인 2년여의 번역 과정

 

 이 책을 번역한 하인후 역자는 번역을 위해 무려 2년이 넘는 시간을 들였다. 역자는 마키아벨리와 관련된 서적과 수많은 자료를 찾아보며 그의 천재성에 무수히 감동했다. 역사적 사실을 기술하다 갑자기 상상력을 발휘하는 마키아벨리의 글은 역사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잘못 해석하기 쉽다. 이에 역자는 최대한 많은 자료를 찾아 방대한 역사적 사실을 일일이 확인하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수백 개의 각주를 본문에 첨가했다. 또 각 권의 마지막에는 깊이 있는 설명이 추가된 미주를 추가해 당시 시대적 배경과 좀 더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마키아벨리가 이 글을 쓸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인터넷은커녕 자료도 넉넉하지 않았을 때이다. 그 당시 이렇게 방대한 양의 역사서를 서술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무척 놀랍지만, 간혹 잘못된 정보가 발견되기도 했다. 역자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그에 대한 정확한 사실 관계를 서술해 친절하게 각주로 첨부했다. 또 원서에는 없지만 각 상황에 어울리는 이미지와 자료를 직접 찾아 본문에 실어 이 글을 읽는 독자의 이해와 재미를 높였다. 이미지에는 내용과 관련된 자세한 캡션을 달아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보는 듯 구성했다. 

 또한 본문에 등장하는 전쟁과 사건 등을 좀 더 가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당시 이탈리아의 지역들과 사건을 나타낸 지도를 추가했다. 그로 인해 독자들은 지금과는 조금 다른 당시 이탈리아 지역들의 정확한 위치와 사건이 진행된 이동 경로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본문의 마지막에는 13~14세기의 ‘피렌체 권력 지형과 정부의 변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표로 만들어 이 책의 제2~3권에서 다루는 끊임없이 변화되는 피렌체의 분열에 대해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목차

추천사_김상근

추천사_이문열

헌사

서문

 

제1권

제2권

제3권

제4권

제5권

제6권

제7권

제8권

피렌체 권력 지형과 정부의 변화 13~14세기

옮긴이의 말

본문인용

 이때부터 이탈리아 안에서 야만족들이 벌인 전쟁은 거의 다 교황들이 일으켰고, 이탈리아를 황폐화시킨 야만족들은 대개 교황들이 불러들였다. 이런 교황의 행동 방식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지금껏 이탈리아가 분열되어 무기력해진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P50, 1권 제9장

 

 그 결과 하인리히는 교황의 영적인 무기가 얼마나 강력한지 통감한 최초의 군주가 되었다. 교황이 로마에서 종교회의를 열어 하인리히의 왕관과 왕국을 빼앗았기 때문이었다. 어떤 이탈리아인은 교황을, 다른 이탈리아인은 하인리히를 따랐다. 이 대립이 구엘프(교황파)와 기벨린(황제파)의 시작이었고, 이로 인해 이탈리아는 야만족의 침입이 사라진 뒤에도 내전으로 갈기갈기 찢기게 되었다. -p60~61, 1권 제15장

 

 이런 위험을 감지한 교황 보니파시오는 콜론나 가문을 제거하기로 마음먹고, 그들을 파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을 상대로 성전까지 선포했다. 이런 조치들은 확실히 콜론나 가문에 큰 타격을 입혔지만, 로마교회가 받은 타격에는 훨씬 못 미쳤다. 왜냐하면 우리의 고결한 신앙을 위해 정의롭게 사용되던 칼이 교황 자신의 야심을 위해 같은 기독교도를 향하자, 그 날카로움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결국 권력욕을 채우려는 교황의 과도한 열망이 도리어 교황을 점차 무장 해제시켰다. -p82~83, 1권 제25장

 

 이런 사회적·군사적 토대 위에서 피렌체는 자유를 확립했다. 짧은 시간 만에 피렌체가 얼마나 큰 권위와 세력을 획득했는지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피렌체는 토스카나의 1인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전체의 제일가는 도시들에 포함됐다. 만일 계속 발생한 새로운 분열들이 피렌체의 발목을 잡지만 않았다면, 피렌체는 진실로 위대한 국가의 반열에 올라섰을 것이다. -p133, 2권 제6장

 

 교황들은 늘 이탈리아 내에서 큰 권력을 획득한 이들을 두려워했으며, 심지어 교회의 지지를 통해 권력이 강화된 이들조차 시기해 언제나 그들을 파멸시키려고 애썼다.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던 잦은 혼란과 변화는 모두 그 결과였다. 다시 말해 어느 한 군주가 강력해지면 그에 대한 두려움으로 교황들은 약한 다른 군주를 강하게 만들었고, 그 약한 군주가 강해지자마자 다시 그 강해진 군주를 시기해 그를 무너뜨리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p142, 2권 제11장

 

 확실히 자유를 지킬 때보다 박탈당했던 자유를 회복할 때, 인간의 분노는 더 크고 복수는 더욱 잔혹하다. 그 젊은이는 그때 아직 채 열여덟 살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어린 나이나 준수한 용모, 또 그의 결백도 군중의 무자비한 분노에서 그를 구하지는 못했다. 부자는 순식간에 살해당했고, 굴리엘모와 아들이 살아있을 때 해를 가하지 못한 자들은 죽은 그 둘의 사지를 절단했으며, 사지를 칼로 자르는 데 만족하지 못하고 손과 이로 갈기갈기 찢었다. 이렇게 그 둘의 울부짖음을 듣고, 그 둘의 상처를 보고, 그 둘의 찢긴 살점들을 손으로 만진 뒤에도 군중은 자신들의 모든 감각이 복수를 만끽할 수 있도록 그 둘을 음미하기를 원했으며, 그래서 외부의 모든 기관을 충분히 만족시킨 후 그 둘의 살로 자신들의 내부기관 역시 충족시켰다. -p209, 2권 제37장

 

 정부가 이런 토대 위에 재수립되었으므로, 만일 귀족들이 자유로운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자제력을 가지고 살았더라면, 도시는 안정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귀족들은 정반대로 행동했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는 평등의 개념을 경멸했고, 공직에 오르면 군주가 되기를 원했다. 매일 그들의 오만방자한 행태가 새로 터져 나왔고, 이로 인해 화가 난 평민들은 한 명의 폭군을 제거했더니 천 명의 폭군이 나타났다고 한탄했다. -p213, 2권 제39장

 

 로마의 불화는 항상 시민의 군사적 미덕을 증가시켰지만 피렌체는 이를 완전히 없애 버렸고, 로마의 불화는 사회에 다양한 계급을 형성했지만, 피렌체는 이전에 존재했던 구분을 폐지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차이로 평민이 승리한 로마는 더욱 고결해졌다. 왜냐하면 평민이 귀족과 똑같이 군대와 정부의 요직들에 올라 도시를 통치할 수 있게 되자, 귀족과 똑같은 ‘비르투(미덕·능력)’로 자신을 채워 나갔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로마의 미덕은 커졌고, 미덕이 증가함에 따라 도시의 세력 역시 확대되었다.

 하지만 피렌체에서는 평민이 승리하자 귀족은 정부의 요직에서 철저히 배제당했다. 그러므로 만일 귀족이 다시 관직에 오르려면 행동, 성격, 생활방식 모두 진짜 평민이 되거나 적어도 평민처럼 보여야 했다. 이런 이유로 평민의 호의를 얻기 위해 가문의 문장과 이름을 바꾸는 귀족이 많아졌다. 그리하여 귀족 안에 있던 관용의 정신과 군사적 미덕은 사라지고 말았고, 단 한 번도 이것들을 가져본 적 없는 평민의 내면에서 다시 살려낼 수도 없었다. 그 결과 피렌체는 점점 더 초라하고 비루해졌다. -p228~229, 3권 제1장

 

 공화국으로 불리는 도시들, 특히 그 제도가 잘 정비되어 있지 않은 도시들은 많은 이가 생각하는 것처럼 자유와 억압 사이가 아니라, 억압과 방종 사이를 번갈아 오가며 자주 그 통치자와 정부 형태를 바꾼다. 방종의 대리인인 평민이나 억압의 대리인인 귀족이 모두 찬양하는 것은 오직 자유라는 이름뿐이지만, 그들 중 누구도 법이나 통치자한테 기꺼이 복종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다. ... 훌륭한 법과 제도가 부족했거나 부족한 공화국들은 자주 자신들의 정부를 전제적인 정권에서 방종한 정권으로, 그리고 다시 방종한 정권에서 전제적인 정권으로 계속 바꾸었으며, 또 지금도 바꾸고 있다. 이런 국가에서는 각각의 정권이 필연적으로 갖게 되는 강력한 적으로 인해 그 어떤 안정도 존재하지 않으며 또 존재할 수도 없다.

 전제적인 정부는 선량한 사람들을 불쾌하게 하고 방종한 정부는 현명한 이들을 불쾌하게 하며, 전제적인 정부는 쉽게 악을 행하고 방종한 정부는 아주 드물게만 선을 행하며, 전제적인 정부에서는 오만한 사람들이, 그리고 방종한 정부에서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p3131~314, 4권 제1장

 

 얘들아, 나랏일을 하며 안전하게 살려면 법과 동료 시민들이 너희에게 주는 만큼만 받아야 한다. 사람이 미움을 받는 이유는 기꺼이 그에게 준 것 때문이 아니라 그가 스스로 부당하게 가져간 것 때문이니, 주는 만큼만 받아들이면 시기를 받지도 또 위험에 빠지지도 않을 게다. 그리하면 남의 것을 탐하다가 자기 몫마저 잃거나, 심지어 자기 몫을 잃기도 전에 끝없는 불안과 걱정 속에 사는 자들보다는 분명 더 잘살 수 있을 게다. -P345, 4권 제16장

 

 그렇지만 상황이 바뀌면 의견 역시 크게 달라지고, 군중은 자신의 것을 지키는 것보다 남의 것을 빼앗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 또한, 인간은 잃을 두려움보다 얻을 탐욕에 훨씬 더 쉽게 끌린다. 상실은 만일 그것이 가까이 있지 않으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지만, 획득은 비록 그것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조차 기대로 흥분되기 때문이다. -P350~351, 4권 제18장

 

 “교묘하고 대담한 방책은 처음 들었을 때는 좋아 보이지만, 실행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끝은 대개 해로운 법이오." -p384~385, 4권 제31장

 

 적국에서 벌어진 전쟁에 참여한 이들에게 이 전투보다 위험하지 않았던 전투는 그때껏 없었다. 그토록 큰 패배를 당하고도, 또 오후 4시부터 저녁 8시까지 계속된 꽤 긴 전투를 치르고도 겨우 한 사람만이 죽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는 전투에서 입은 부상이나 다른 어떤 결정적인 타격을 당해 죽은 것이 아니라, 자기 말에서 떨어진 후 다른 말들에게 밟혀 죽었다.

 당시 군인들은 그렇게 안전하게 싸웠다. 그들은 모두 말을 타고 갑옷을 입었으며, 항복하면 언제나 죽음을 면할 수 있었기에 목숨을 걸고 싸울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싸우는 동안에는 갑옷의 보호를 받았고, 더 이상 싸울 수 없을 때는 항복해 목숨을 구했다. -p483, 5권 제33장

 

 자신을 부유하게 그리고 적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 전쟁을 벌이는 자들의 일관된 목적이며, 또 그래야 합리적이다. ... 그러므로 승리하고도 빈곤해지고 정복하고도 약해지면, 전쟁을 벌인 목적에 도달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그 목적을 넘어선 것이다. ... 비록 적과의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적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해 전리품과 몸값이 자신이 아니라 군인들의 먹이가 된 군주나 공화국은 승리하고도 가난해진다. 그런 군주나 공화국은 전쟁에서 패하면 불행해지고, 승리하면 훨씬 더 불행해진다. 지면 적이 가하는 침해로, 이기면 친구들이 가하는 침해로 고통받기 때문이다. -p492, 6권 제1장

 

 어떤 분열은 공화국에 해롭고, 또 어떤 분열은 공화국에 이롭다는 말은 진실이다. 다시 말해 파벌과 반목을 동반하는 분열은 공화국에 해로우며, 파벌과 반목을 수반하지 않는 분열은 공화국에 이롭다. 따라서 공화국의 설립자는 비록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적개심을 다 막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파벌의 성장에는 대비해야 한다. 

 ... 하지만 불행히도 피렌체의 분열은 늘 파벌을 동반했고, 그 결과 항상 공화국에 해로웠다. 승리한 파벌도 반대 파벌이 아직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을 때를 제외하면 결코 단결되지 않았으며, 도시를 지배한 파벌은 적대적인 파벌이 소멸하자마자, 내부적으로 더는 분열을 자제하거나 이를 막을 두려움이 사라져 버렸으므로 그 즉시 분열했다. -p589, 7권 제1장

 

 코시모가 망명 생활에서 돌아오자 몇몇 시민들이 그를 찾아가서는, 그가 그토록 많은 훌륭한 시민들을 도시 밖으로 쫓아내며, 도시를 망치고 신에게 죄를 짓고 있다고 비난하자, 코시모는 망가진 도시가 사라진 도시보다 낫고, 장밋빛 천 두 필이면 한 명의 훌륭한 시민을 만든다고 대답하며, 국가는 손에 묵주를 들고 주기도문을 외우는 자들에 의해 유지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p603, 7권 제6장

 

 사람들의 특별한 기대를 받으며 최고 행정관직이나 군주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들은 항상 행해질 수 있는 것 이상을 기대하지만, 그들이 기대하는 모든 위대한 사업을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 결과 사람들의 기대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명과 경멸로 바뀌기 때문이다. -p620, 7권 제14장

 

 ‘거기서 당신이 웃는 게, 내가 여기서 울지 않는 이유요. 만일 당신이 피렌체에서 웃고 있었다면, 나는 나폴리에서 울고 있었을 것이오. ... 당신이 한 일에 대한 변명으로 조국애를 들먹이지 마시오. 아무도 이 도시가 메디치 가문보다 아차이우올리 가문에 의해 더 사랑받고, 더 위대해졌다고 믿지는 않을테니 말이오. 그러니 거기서 그냥 굴욕 속에 사시오. 당신은 여기서 명예롭게 사는 법을 모르잖소.’

 

 음모에는 당연히 많은 어려움이 수반된다. 그러므로 대개 음모에 가담한 자에게는 파멸을 가져다주지만, 그 대상이 되는 이들의 권한은 더 강화된다. 그래서 음모의 표적이 되는 국가의 군주는 밀라노 공작처럼 살해당하지 않는다면, - 사실 이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 거의 항상 더 큰 권력을 쥐게 되고, 보통은 선량한 사람에서 악인으로 변한다.

 음모는 그 시도만으로 군주에게 두려움의 원인을 제공하고, 두려움에 빠진 군주는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려 애쓰며, 자신의 안전을 과도하게 확보하려는 군주는 남을 해치는 부당한 행위를 저지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다시 증오가 생기고, 이는 종종 군주의 파멸로 이어진다. 이런 식으로 음모는 이를 실행하는 자를 그 즉시 파괴하며, 그 대상이 되는 이도 조만간 모든 면에서 전보다 더 나쁜 인간으로 만든다. -p674~675, 8권 제1장

 

 이처럼 군주에게 신의를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은 종이 위에 적힌 약속이나 조건이 아니라, 바로 힘과 필요다. ... 도시들을 돌려받고 왕과 다시 명예로운 협정을 체결해 도시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자, 말하기 좋아하고 방책을 현명함이 아니라 그 성공 여부로 판단하는 피렌체 사람들은, 목소리를 싹 바꿔 로렌초의 분별력은 사악한 운명이 전쟁으로 그들한테서 빼앗아간 것들을 평화롭게 회복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고, 로렌초의 지혜로움은 적의 군대가 힘으로 행한 것보다 더 많은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떠들며 입이 닳도록 그를 칭찬하고 또 칭찬했다. -p724~725, 8권 제22장

서평

추천사 _김상근, 이문열

 

우리 사회에 작은 희망을 선물하는 마키아벨리의 생애 마지막 역작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교수 김상근

 

 무릇 추천사는 저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출간되는 책의 내용에 대한 상찬賞讚을 목표로 삼는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유명한 니콜로 마키아벨리이니, 그에 대한 개괄적 인물평은 번역자인 하인후 선생께 맡기기로 한다. 마키아벨리는 흔히 『군주론』의 저자로 소개되고 있지만, 『피렌체사』는 그가 생애 마지막 역량을 쏟아부은 역작이다. 14년이나 재임했던 피렌체 공직에서 막 쫓겨난 마키아벨리가 가난과 익명의 삶을 푸념하며 쓴 『군주론』이 독기를 품고 있다면, 생애 마지막 통찰력을 쏟아부은 『피렌체사』에는 성숙한 지혜가 넘쳐난다.

 달랑 『군주론』을 읽고 마키아벨리를 이해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왕십리까지 와서 서울을 봤다고 자랑하는 시골 양반의 허세와 같다. 그가 생애 마지막에 심혈을 기울여 쓴 책 『피렌체사』를 읽어야만 마키아벨리 사상의 전모가 드러난다. 무릇 한 사람의 생애에 대한 평가는 그의 마지막 장면까지 지켜보고 내려야 한다. 모든 것을 가졌던 사람이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때 깨달음을 얻는다. 그것이 바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였다. 마키아벨리도 모든 것을 잃었다. 야심작 『군주론』을 헌정하고 메디치 가문의 재임용을 기다리고 있던 마키아벨리는 그 마지막 기대마저 내려놓아야만 했다. 깨끗이 포기했을 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피렌체의 동량棟梁 들이 모여 로마 시대의 고전을 읽으며 함께 공화정의 미래를 꿈꾸던 ‘루첼라이 정원’ 공부 모임의 교사로 초빙된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후기 대표작인 『로마사 논고』와 해학과 풍자로 가득한 『만드라골라Mandragola』와 같은 희곡들이 바로 이 시기에 집필되었다. 마키아벨리 생애 마지막 작품인 『피렌체사』는 그 점에서 매우 포괄적인 전망을 내포하고 있다. 초기 작품인 『군주론』이 메디치 가문에게 바치는 권력 유지를 위한 비책이라면, 중기 작품 『로마사 논고』는 ‘루첼라이 정원’의 젊은 도반들을 위한 권력 획득의 비책이라고 할 수 있다. 『군주론』이 그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군주제의 속성을 파헤친다면, 『로마사 논고』는 로마 공화정 시대의 영광을 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마키아벨리는 그의 마지막 작품 『피렌체사』에서 군주제와 공화제 사이의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상적인 정체政體를 설명하거나 강요한 것도 아니다. 포기할 것은 깨끗이 포기하고 삶에 대한 집착마저 버린 리어왕의 경지에 오른 마키아벨리는 그 모든 것이 ‘시간의 지배’ 속에 있음을 『피렌체사』를 통해 설파한다.

 마키아벨리의 ‘피렌체 역사’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베키오 다리에서 벌어진 참사1216년 이후부터 메디치 가문의 집권1434년까지가 1부이고, 그 이후 코시모 데 메디치의 통치부터 마키아벨리가 집필하는 시점1520년까지가 2부이다. 1부는 공화정의 이상이 펼쳐지던 시대이고, 2부는 군주정의 권력 집중이 발생했던 시대이다. 그러니까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사』를 통해 자기 생애의 주장을 역으로 배치한 것이다. 자신이 쓴 책은 『군주론』군주제에서 『로마사 논고』공화제로 이어졌지만, 피렌체의 역사는 역으로 전개되었으니, 공화제에서 군주제로 넘어간 것이다. 이것은 마치 로마의 역사를 신화로 풀어냈던 베르길리우스가 아이네아스 일행의 지중해 여정을 먼저 쓴 다음, 정착 과정에서 발생한 치열한 정복 전쟁을 뒤에 배치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로마 시대의 베르길리우스는 그리스 시대의 호메로스를 역으로 배치했다. 트로이 전쟁의 역사를 서사시로 풀어냈던 호메로스는 전쟁을 먼저 배치하고「일리아스」 의 내용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뒤에 배치했었다「오디세이아」 의 내용이다. 마키아벨리도 생애 마지막 책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것을 역으로 배치했다. 그리고 두 가지 정체가 가진 장단점을 동시에 드러내고, 두 정체를 이상적인 정치 형태로 추구하는 양쪽 진영 모두에게 경고의 말을 남긴다. 평민들의 자유를 추구했던 공화정 시대를 향해 자유를 지키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고 난 다음에 자유를 추구하라고 경고했다. 피렌체 군주제의 실체였던 메디치 가문을 향해서는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라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공화정이냐, 군주정이냐의 선택을 놓고 마키아벨리를 ‘평가’하거나 ‘절하’하는 것은 그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마키아벨리는 괘념치 않았다. 그가 주장하고 싶었던 것은 한마디로 ‘시대의 요청’이었다. 그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잘 성찰하라는 것이다.

 무릇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은 읽기 어렵다. 역사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문장의 의미는 오독誤讀되기 일쑤다. 이탈리아 학자들에게도 마키아벨리의 글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역사적 사실을 기술하다가 갑자기 상상력을 발휘하는 재기발랄한 마키아벨리의 글을 번역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에서 나와 함께 호흡을 맞춘 하인후 선생은 그 점에 큰 노고를 하셨다. 그 책에서 부분적으로 소개되었던 마키아벨리의 전모가 이 번역 완전체를 통해서 잘 드러날 것이라 기대한다.

 이 어려운 책을 번역한 하인후 선생께 찬사를 드리면서 동시에 짧은 위로의 말씀도 드려야겠다. 각고의 노력 끝에 번역서를 출간했지만, 기대처럼 그렇게 많은 독자가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라는 슬픈 현실에 관한 것이다. 베스트셀러를 원한다면 독자가 원하는 글을 써 주면 된다. 대중이란 원래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글을 찾는다. 가난한 자들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삶에 지친 청년들이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는다. 그래서 고단한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공화정과 군주정의 희망과 횡포 사이에서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사』에서 제시했던 공화정과 군주정의 조화, 시대의 흐름에 대한 통찰력에 대해 이해한다면 좋으련만, 한국의 독서 대중들은 이 책을 쉽게 손에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권력을 잡아보겠다고 날뛰는 사람들이 허다한 이 시대에, 그의 마지막 책 『피렌체사』가 번역되고 출간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게 작은 희망이 남아 있음을 확신한다. 부디 이 어려운 책이 소수의 현명한 독자에게나마 희망을 선물하게 되기를!

 

그 찬란했던 로마제국의 행방에 대한 단서

-소설가 이문열

 

 유럽 역사에서 이탈리아는 하나의 이채異彩다. 로마제국 쇠퇴 이후 1,000년 넘게 작은 도시들로 나뉘었지만, 피렌체 하나로도 어지간한 강국 대접을 받았다. 일찌감치 이탈리아가 통합됐다면, 유럽의 국경은 지금과 달라져도 한참 달라졌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눈여겨본 것은 이제 유럽의 변방 같은 이탈리아, 그리고 피렌체에 관한 관심보다는 바로 그 찬란했던 로마제국의 행방이었다. 게르만족의 남하로 제국이 무너지고, 황제와 기독교 세력의 충돌을 거쳐 19세기 이탈리아로 통일될 때까지의 잃어버린 고리다. 로마가 망해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나름의 생존을 통해 현재까지 올 수 있었다는 단서를 독자 여러분도 『피렌체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당시의 분열상을 이웃집 얘기처럼 정연하게, 지독하리만치 엄중하게 정리했다. 역사 속 이탈리아, 피렌체는 그토록 인문적이고 문화적이면서도, 또 그토록 야만적이고 잔인했다. 세속군주도 교황도 권력과 재물 앞에 존엄을 잃고, 몰락한 제국의 귀족은 당연했을 미덕 없이 탐욕만 넘쳐났다. 귀족을 몰락시킨 평민은 탐욕만을 배워 광기와 포퓰리즘으로 도시를 타락시키고, 상대 파벌에 대한 맹목적인 적의, 심지어 동료에의 질투로 칼자루를 바꿔 잡는 비열함만이 도시에 가득했다. 외부의 적이든 내부 파벌이든 결국 승리한 쪽도 적이 사라지면 그 즉시 분열했다. 과거 로마제국에서 평민이 귀족과 싸우며 미덕을 배웠다면, 피렌체에서는 모두 관용과 군사적 미덕을 잃으며 비루해졌다. 심지어 외부와의 전쟁은 비열한 용병들만 배를 불려, 결국 피렌체는 ‘전쟁에서 패하면 불행해지고, 승리하면 훨씬 더 불행해졌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다른 국가라면 벌써 무너졌을 분열상 속에서도, 유럽 어느 강국에도 밀리지 않는 구조와 세력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야 말로 피렌체의 위대함이라고 역설한다. 만약 통합을 이뤄냈다면 “피렌체보다 더 우월한 공화국은 적어도 내가 아는 한 현재는 말할 것도 없고 과거에도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페이지를 넘길수록 지금 우리 사회와 겹쳐지고 역사의 반복에 침울해지지만, 그것이 귀감이든 반면교사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저자소개

저자 : 니콜로 마키아벨리
마키아벨리는 1498년 피렌체 공화국의 시뇨리아최고행정기구를 보좌하는 ‘세그레타리오 델라 세콘다 칸첼레리아제2서기국 국장’에 임명되며 화려하게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맡은 임무마다 강한 충성심과 비범한 능력을 발휘한 그는 재임하는 동안 프랑스·로마냐·로마·신성로마제국 등지에 파견되어, 프랑스 수상으로 루이 12세의 총신寵臣인 조르주 당부아즈 추기경, 교황 알렉산데르 6세의 아들이자 군주론의 모델로 알려진 체사레 보르자,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닮기 위해 율리오란 이름을 택했다는 전사戦士 교황 율리오 2세와 같은 당대 제일의 인물들을 만났다.
또한, 마키아벨리는 1507년 ‘9인의 군사 위원회Nove di Milizia’ 의 수장으로 임명되어 피렌체 시민군을 조직하는 일에 앞장섰고, 이 시민군을 기반으로 1509년 피사를 피렌체에 재복속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러나 1512년 이 시민군이 프라토에서 스페인군에게 참패하며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로 귀환했고, 그는 14년간 몸담았던 모든 공직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게다가 1513년에는 메디치 가문을 제거하려 한 이른바 ‘보스콜리Pietro Paolo Boscoli 음모’에 가담한 혐의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이 이후 집필에 전념한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사』를 비롯해 『군주론』, 『로마사 논고』, 『전쟁의 기술Dell’arte della Guerra』, 『카스트루초 카스트라카니의 생애』, 『만드라골라』희곡, 『대악마 벨파코르』소설 등을 썼다.
번역 : 하인후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2003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그림자 밟기」를 발표했고, 2021년 카카오페이지에 장편소설 『만질 수 없는』을 썼다. 현재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출간을 준비하며, 『로마사 논고』를 번역하고 있다.
무블출판사는 문학도서를 출판하는 무불(無不), 그리고 비문학 임프린트 무블북스(MOBL Books)를 통해 다양한 장르와 주제를 선보이는 출판사입니다.
문학 임프린트 이름인 ‘무불’은 한자로 無不, 다시 말해 ‘~하지 않는 것이 없다’ 혹은 ‘모두 ~이다’라는 뜻입니다. 부정적인 한자어가 두 번 잇따르며 강한 긍정이 됩니다. 이를테면 ‘無不貴’라고 하면 ‘귀하지 않은 게 없다’ ‘모두 귀하다’는 뜻이 됩니다. 귀하고 아름다운, 유의미한 콘텐츠만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담습니다.
2020년 10월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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