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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 지능


  • ISBN-13
    979-11-6909-003-2 (03100)
  • 출판사 / 임프린트
    주식회사 글항아리 / 주식회사 글항아리
  • 정가
    19,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2-06-1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최연호
  • 번역
    -
  • 메인주제어
    심리학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통찰 #아이큐 #이큐 #의학 #inq #메타인지 #통찰력 #선견지명 #후견지명 #철학 #심리학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5 * 210 mm, 384 Page

책소개

세상을 꿰뚫어보는 '통찰'의 힘
최연호 성균관대 교수의 30년 연구의 총결산
IQ와 EQ를 넘어 INQ로 세상살이의 문해력을 높여라
보이지 않는 곳을 보는 관찰과 맥락의 힘

IQ와 EQ의 시대는 지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IQ와 EQ로 지능을 구분짓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주변을 둘러보자.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 반드시 IQ가 아주 높고 EQ가 엄청 돋보이던가? 가만히 보면 성공하는 사람에겐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런 사람은 IQ와 EQ는 당연히 어느 정도 갖추고 있고 이에 더하여 두 가지 지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매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세상을 꿰뚫어보는 ‘통찰’이다.

목차

추천의 말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정경미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머리말
프롤로그

제1장 통찰지능
IQ+EQ
제2장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관찰, 그 영원한 기본┃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인간 1: 한석봉 어머니와 고흐의 대결┃상상으로 보기┃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인간 2: 팬텀 톨부스┃게슈탈트 전략으로 보기┃보이게 만들기: 조선의 단발 기생 강향란

제3장 인간이 보이지 않는 것에 취약한 이유
아이 오래된 설사에 약을 주지 않는 의사 선생님┃시야 사고: 실패한 연구 결과는 발표되지 않는다┃지식 사고: 생일 축하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있네?┃만족 사고: 사람들이 사주팔자를 보러 가는 이유┃보이지 않는 것에 취약한 사고의 한계성: 헛똑똑이

제4장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
담석과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의심되어 유전자 검사를 권유받은 아이┃데릭 지터와 아지 스미스 중 누가 더 뛰어난 유격수인가?┃세상은 상상이고 상상 안에 질서가 있다: 탄탈로스의 형벌┃익명성

제5장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
투명 망토의 법칙┃정상을 비정상으로 해석한 의사┃베이컨과 동갑내기 한음 이덕형┃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의 BTS

제6장 본질에 다가가기
박인비의 품격┃맥락 지능(CQ)=통찰지능(InQ)┃통찰지능과 인공지능의 대결 1: 세렌디피티┃통찰지능과 인공지능의 대결 2: ‘특이점’은 아직 멀었다┃과정과 결과: 우리가 수학을 배우는 이유┃만성 질환 치료의 본질: 이스터섬의 비극┃못된 것 대 못난 것

제7장 명분과 실리
나무꾼과 김신조┃인간이 실리만 따지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첫 주장 독식 현상┃이성주의와 경험주의┃부부 싸움: 명분과 실리 둘 다를 살리는 인생의 자습법

제8장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열 가지 방법
네 안에 나 있다┃진심을 보라┃무의식은 샌다┃당신은 무엇이 두려운 거죠?┃쿠이 보노(Cui Bono), 누가 이득을 보는가?┃뒷담화 그리고 상상┃패턴 인식과 빅데이터┃유추: 그것이 무엇이 될까?┃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일상의 기적

제9장 그리고 통찰은 직관으로 나타난다
물결(~) 커브: 질병의 관점으로만 환자의 증상을 바라보는 의사의 오류┃경험, 상상, 그리고 직관

에필로그

본문인용

InQ를 높이는 것은 뇌의 훈련으로 가능하다. 대뇌 피질의 많은 영역이 사용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인간의 능력이 무한하여 차차 그 부분들을 활용하고자 남겨둔 신의 한 수가 아닐까?_37~38쪽

환자의 증상이 여러 개일 때 하나의 진단으로 모든 증상을 설명하지 못하면 의사가 틀린 것이다. 의사는 알게 모르게 다양한 증상들로부터 간결한 집단성을 찾아내도록 훈련받는다. 「닥터 하우스」나 우리 소아소화기 팀이나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환자를 살펴봤고, 증상 간에 잘 보이지 않는 연결 고리를 찾아내서 올바른 진단에 이르는 것이다. (…) 우리는 마음과 머리로 맥락을 본다._79쪽

통찰은 경험이다.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이것은 미래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일을 위해 준비하는 내 마음의 판단과 결정은 나의 과거 경험으로부터 나온다. fMRI를 이용한 뇌과학 연구에서도 미래를 시뮬레이션할 때 당연히 활성화되는 판단과 결정의 뇌 전전두엽 외에 활활 타오르는 부위가 더 있는데 그곳이 바로 기억의 뇌 해마다. 그동안 쌓아온 나의 경험은 기억으로 남고 이 기억을 기반으로 미래 계획이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올바르지 못하고 나쁜 기억이 가득한 사람은 밝은 미래를 만들어내기가 아마도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내 앞에 보이는 것이 다 옳은 것은 아닌데 그것을 구분할 만한 지식이 부족하고 타인의 진심 어린 충고를 무시하는 사람들은 아집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므로 남들로부터 배척당할 수밖에 없다. 소수가 아닌 다수의 사람이 나와 가까이하기를 꺼린다고 느낀다면 자신을 성찰해봐야 하는데, 이때 내 경험들에서 문제를 찾아보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그러니 아직 늦지 않은 지금 경험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어려서부터 좋은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_93쪽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담낭염과 복통을 바로 인과관계로 이어버린 의사의 시야 사고, 지식 사고, 만족 사고가 문제였다. 손해는 환자의 몫이 돼버렸다. 이렇듯 전문가라 할지라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란 매우 어렵다._139쪽

수술도 안 하고 게다가 특별히 치료할 필요도 없다고 하니 가족들은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아이와 가족을 바라보면서 문득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만일 이 아이가 첫 번째 바륨 관장 조영술 검사만으로 선천성 거대결장증 진단을 받고 수술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실제로 진단 검사 한 가지만으로 어려서 수술을 했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었다. 나와 우리 팀은 이 의문점에서 시작해 내가 근무하고 있던 병원의 과거 기록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 의료 시스템에서 진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물론 잘못된 진단을 피하기 위해 과잉 검사를 하는 의료 시스템도 바람직하지 않다._177~179쪽

4세 남자아이가 9개월간의 간 기능 이상 소견으로 내 외래에 왔다. 처음에는 상기도 감염으로 혈액검사를 했다가 우연히 간 수치가 높은 것이 발견되었고 한 대학병원에서 수개월 동안 여러 간 질환 검사를 했지만 원인을 모르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선천성 질환, 근육 질환, 특이 바이러스 질환 검사가 모두 음성으로 나왔고 초음파 검사도 간이 조금 커져 있는 것 말고는 정상이었다. 그 대학병원에서는 간 수치만 높고 특별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으니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 간염이라고 진단한 상태였다. 하지만 우리 팀은 간 수치가 높고 간이 약간 커져 있는 것에 더하여 다른 화학적 혈액검사가 정상인 것에 주목했다. 정상 소견을 정상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_179~180쪽

당연한 것이지만 교활한 누군가가 올바른 말을 내뱉고 있어도 우리는 믿지 않는다. 교활하다고 알려진 그의 무의식을 이미 봤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본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이 흘린 것이다. 그는 이득에 예민하다. 손해 보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이득을 보려고만 하니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일이 종종 생길 수밖에 없다. 남들이 그것을 눈치챈다._213쪽

그럼에도 그는 자신감 넘치는 확신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통찰이었다. 당시 상황에서 피터의 마음을 한번 읽어보자. ‘머리를 관통당한 사람이 의사의 손을 잡다니 처음인데…… 지금까지 머리 관통상이 이런 모습으로 나타난 적은 없었어.’ 피터는 그동안의 임상 경험을 빠르게 되살려 후견지명을 정리했다. ‘어서 빨리 수술을 해보는 게 낫겠어.’ 머리의 어디로 어떻게 접근해서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뇌 손상을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해 피터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이 같은 최적의 치료에 대한 판단은 그의 선견지명이다. ‘분명히 기퍼즈는 살아날 거야.’ 그의 통찰이 확신에 찬 예측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_224~225쪽

나 자신의 능력을 고양시키고 싶다면 나쁜 경험도 나에게는 스승이 된다. 이 경험으로 우리의 통찰은 발전한다._241쪽

대부분의 의사는 1단계 치료를 먼저 시도하고 잘 안 들으면 2단계 치료로 넘어간다. 2단계 치료로 해결되지 않을 때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것이 생물학적 항체의 투여다. 나는 이 전통적인 이 치료 방법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다. 순서대로 계단을 올라가는 스텝-업 치료는 의사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한 방법이다. 치료하다가 안 되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은 하등 문제 될 것이 없다. 예를 들어 스테로이드라는 약제는 매우 강력한 항염증제라서 사용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좋아진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는 부작용이 워낙 강해 두어 달 내에 끊는 게 목적인 약이다. 약인데 유지 요법으로 쓰지 못하고 중단하는 것이 목적인 약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이렇게 스테로이드를 쓰다가 중단하면 크론병이 재발하고 다시 사용하면 바로 좋아지지만 중단하면 도로 재발이 예상되니 의사는 자연스럽게 2단계 면역조절 치료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이런 치료를 하다보면 금세 여러 해가 흐른다._256~257쪽

인간의 타고난 심리적 면역 체계는 자기 합리화 기전을 발휘하여 회복 탄력성을 기르게 하는데, 못된 것에 대해서는 욕하고 말지만 그것이 사실상 못난 것이었음을 알아내면 우리는 나 자신이 못난 그들보다 한결 나음을 확인하고 심리적인 만족감을 되찾을 수 있다. 못된 것 안에 숨어 있던 못난 본질은 각 상황에서 벌어졌던 장면과 장면을 연결하는 맥락을 의미한다. 맥락을 읽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빠진 과정을 찾아 퍼즐 맞추듯 이어가면 된다. 상대방은 항상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행동을 흘리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읽고 못 읽고는 오롯이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못돼 보이는 것에서 못난 것을 찾아보자. 본질을 알게 된 나는 훨씬 더 행복해진다._267쪽

의사는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의 모든 증상을 기존에 알고 있던 ‘질병’의 패턴으로 분석하려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의과대학과 전공의 과정을 거치며 질병에 주목하도록 교육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본질을 놓치고 현상에만 반응하는 의사가 상당수 있어 그 피해는 환자에게 갈 수밖에 없다. 본인이 배우고 아는 범위 내에서 진단과 치료를 행했기 때문에 어떤 특별한 잘못을 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하지 않아도 됐을 검사와 치료로 인해 환자에게 피해가 돌아갔다면 누군가 잘못된 지점을 지적하고 교정하면 된다. 그것이 인간사회가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통찰의 진화다._362쪽

서평

‘통찰지능’이란 무엇인가

 

IQ와 EQ의 시대는 지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IQ와 EQ로 지능을 구분짓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주변을 둘러보자. 자기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이 반드시 IQ가 아주 높고 EQ가 엄청 돋보이던가? 가만히 보면 성공하는 사람에겐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런 사람은 IQ와 EQ는 당연히 어느 정도 갖추고 있고 이에 더하여 두 가지 지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매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세상을 꿰뚫어보는 ‘통찰’이다.

성공하고 싶다면 보이지 않는 것을 봐야 한다. 그 순간 세상이 읽힌다. 단순한 진리지만 이 한 끗 차이로 운명이 결정된다. 타인의 마음을 잘 읽어주는 사람은 이미 내가 숨기고 있던 작은 부분마저 들여다보는 이다. 중재와 타협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을 훤히 꿰뚫고 있다. 미래 계획을 잘 세우는 이는 어떤 고리를 이어야 일이 쉽게 풀리는지 아는 사람이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들은 세상을 통찰하는 법을 깨닫고 있다.

이것은 성균관대 의대 학장을 지냈고, 소아크론병의 세계적 권위자인 최연호 교수가 펴낸 『통찰지능: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는 의사로서 인간의 지능을 비롯해 정신적 능력에 대한 남다른 탐구를 수십 년째 해왔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방대한 임상의학 자료는 물론, 인접한 뇌과학과 심리학, 다양한 인문학이 동원된 ‘통찰학 개론’이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IQ + EQ < InQ”다. IQ와 EQ의 합이 InQ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InQ는 저자가 만든 조어로 통찰지능Insight Intelligence의 약자다. IQ와 EQ는 타고나는 능력이지만 ‘통찰지능InQ’은 연습하면 충분히 만들어진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일상생활에서 ‘통찰지능’을 키우는 루틴

 

이 책은 또한 ‘일상의 교과서’다. 사람들을 만나 웃고 떠들며, 일에 매진하다가 고민에 빠지기도 하고, 말 한마디에 높이 고양됐다가 곤두박질치며, 잠깐이라도 사랑이 충만함에 웃음 짓는 우리의 하루하루는 다 인생 수업이다. 중간에 시험도 보고 성적표를 받기도 한다. A, B, C로 매겨지지는 않았어도 우리는 자기 성적을 안다. 중간고사에 실패했으면 기말고사를 벼르게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다음이 있어 나는 성장하는 법이다. 내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세상을 아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주변에서 늘 일어나고 있는 통찰에 주목했다. 그것이 수업이고 수업 종료 벨이 울릴 때까지 나 자신이 집중하여 노력할 포인트를 깨닫도록 책을 기술했다. 이 책을 통해 매일같이 벌어지는 일을 바라보며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보자. 보이지 않는 것에 취약한 사람은 관찰 단계부터 새롭게 시작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잘 보더라도 하나로 모으는 데 약점이 있다면 내게 부족한 면을 도와줄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찾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렇게 수업하다보면 어느덧 성장한 나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의학 교과서’이자 일반인도 읽을 수 있는 의학 교양서다. 의료 서비스에서 제공자 하나만 있어서는 시스템이 굴러가지 않는다.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가 있기에 의료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의사가 배우는 기본을 일반인도 공유한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엔 의학적인 에피소드와 약간의 깔려 있다. 조금 어려운 지식은 쉽게 읽어 넘겨도 좋은데, 다만 그 속에 숨겨진 함의만큼은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인공지능은 죽어도 못하는 맥락 찾기의 중요성

 

이 책은 IQ와 EQ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통찰지능을 뜻하는 신조어 InQ를 이해하고 나면 관찰이 왜 중요한지, 관찰하는 데 왜 게슈탈트 전략을 이용해야 하는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일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한지가 사례들과 함께 차례로 이어진다. 다음으로는 인간이 왜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에 취약한지에 대한 태생적 원인이 소개된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계 안에서 보는 것만 믿고 스스로 만족하는 우리를 돌아보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못해 벌어지는 사건들과 반면에 보이지 않는 것을 잘 봐서 성공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그러고 나면 본격적으로 본질 찾기에 들어간다. 여기서 본질이란 통찰을 통해 다가가려는 진실을 뜻한다. 겉으로 보이는 현상에만 반응해 가려진 본질을 곧잘 놓치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저자는 ‘빠진 과정’ 즉 ‘맥락’ 찾기를 강조하고, 세상의 모든 일에 숨겨져 있는 ‘명분’과 ‘실리’의 균형 감각을 갖는 데 힘쓸 것을 주장한다. 그리고 여러 예시를 통해 통찰지능은 맥락지능을 바탕으로 하며 인간이 이른바 인공지능AI에 몰입되더라도 맥락과 과정을 중시하는 인간 고유의 통찰은 AI를 능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피력한다.

근대 철학의 양대 산맥인 이성주의와 경험주의는 둘 다 통찰을 지향한다. 어느 쪽의 사고가 더 옳다고 판정할 수 없으며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성공의 길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명분과 실리 모두를 챙겨야 한다. 사물과 사건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도 그것의 명분과 실리를 꼼꼼히 파악해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갑자기 드러남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은 통찰의 훈련 방법이 열거된다. 열 가지 정도로 제시되는 방법을 체크리스트로 활용하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으로 이 책을 통한 ‘통찰지능’ 공부는 끝난다. 그다음에 따라오는 것은 실전이다. 일상에서 통찰 훈련을 하다보면 곧 발전된 자신을 느끼며, 직관이 많아짐에 놀란다. 자주 엉뚱한 시나리오를 써서 남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것을 이번 기회에 만회해보자. 꾸준한 통찰 훈련은 우리를 창의적이고 올바른 직관으로 인도해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지 못한 사례

 

5개월 된 유미는 여태 잘 먹고 잘 자랐는데 어느 날 힘든 기색을 보여 부모는 딸을 가까운 큰 병원으로 데려갔다. 의사는 혈액 검사와 소변 검사,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나온 혈액 검사에서 염증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증거는 소변 검사에서 나왔는데, 바로 요로 감염이었다. 의사는 유미가 입원해 항생제 주사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주일 후 요로감염의 후유증으로 콩팥 질환이 새로 생겼는지 알아보려고 초음파를 시행했는데 엉뚱한 소견이 발견됐다. 담낭에서 담석이 보인 것이다. 다시 혈액 검사를 하자 간수치가 올라가 간염도 의심되고 총콜레스테롤 값이 최고치를 훌쩍 넘은 310이 나왔다. 의사는 갑자기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의심되니 유전자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깜짝 놀란 엄마는 물어물어 저자의 병원으로 찾아왔다. 저자는 이전 처치 기록지를 보며 익숙한 항생제를 발견했다. ‘세프트리악손.’ 3세대 항생제인 이 약은 때로 담낭에 가성 담석증을 일으키지만 약을 끊으면 담석도 곧 사라진다. 저자는 엄마에게 유미가 아직 모유를 먹는지 물었다. 엄마는 그렇다고 했다. “가끔은요 엄마의 식이 상태에 따라 모유 먹는 애들의 콜레스테롤이 확 올라가기도 해요. 그리고 간수치가 뛴 이유는 요로 감염과 관련해 일시적 간염으로 나타난 듯하니 너무 걱정 마세요.” 아이는 이후 몸을 회복했다.

열세 살 우진이는 두 달 전부터 윗배와 오른쪽 아랫배가 자주 아팠다. 원인 파악이 안 돼 1차 의료 기관에서 주는 대증 요법 약을 먹으며 경과를 지켜보던 중 복통이 계속돼 한 대학병원으로 의뢰됐다. 혈액 검사 등 기본 검사는 모두 정상이어서 바로 CT 촬영을 했다. 결과를 보니 담낭에 담즙 찌꺼기가 보였지만 담낭 벽에 염증 소견은 없었다. 의사는 염증이 없더라도 복통 원인이 담낭에 있는 듯하니 담낭 제거 수술을 하자고 권유했다. 아이의 고통을 지켜보던 엄마는 즉각 동의했고 이튿날 담낭은 제거됐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복통을 느껴 결국 저자를 찾아왔다. 저자가 우진이를 보며 느낀 점은 걱정이 많고 예민한 아이였다는 것이다. 질병보다는 기능성 장애가 의심되는 사례였다. 이런 아이들은 과거 경험이 현재를 지배하는 탓에 복통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우진이는 학교에서 대변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나 차를 타기 전에 멀미할까봐 늘 염려하는 무의식이 있었다. 치료는 이 부분에 집중됐고 아이는 곧 좋아졌다.

두 사례에서 우리는 담낭염과 복통을 바로 인과관계로 이어버리는 의사의 좁은 시야 사고, 지식 사고, 만족 사고를 목격하게 된다. 환자의 증상이 여러 개일 때 하나의 진단으로 모든 증상을 설명하지 못하면 의사가 틀린 것이다. 진단명과 증상을 설명해주는 병리학적 이론들은 맥락을 갖고 있다. 다만 이 맥락이 잘 보이지 않으니, 의사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도록 통찰지능을 쌓아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시야 사고에 갇히지 않기

 

인간이 저지르는 실수 중 많은 것은 좁은 시야에서 발생한다. 이는 보통 ‘시야 사고’라 불린다. 저자는 주로 병원에서 의사와 환자 간에 시야 사고로 인해 치료의 적절한 방식이나 시기를 놓치는 경우는 없는지를 관찰한다. 통찰지능에 있어 ‘관찰’은 중요하다. 보이지 않던 상황을 관찰을 통해 인지한 뒤 단계를 미리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크론병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들 역시 의사의 좁은 시야 사고에서 비롯되기도 하며, 더불어 인터넷에서 질병에 대한 정보를 얻는 환자의 시야 사고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보통 환자들은 병에 걸렸을 때 인터넷을 통해 먼저 정보를 접한다. 문제는 인터넷 검색으로 나타나는 정보들이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주기 쉽다는 것이다. 저자의 환자들도 하나같이 처음 꺼낸 말이 “크론병은 대부분 협착이 오고 반 이상 수술하며 치료도 잘 안 되는 병이라고 알고 왔습니다”였다. 저자는 환자와 가족이 처음부터 절망에 빠지는 것은 결코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부정적인 정보에 의한 시야 사고는 약물의 부작용보다 훨씬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더 멀리, 더 빠르게 퍼져나간다.

 

정상을 비정상으로 해석한 의사

 

환자의 검사 소견에서 ‘정상’이라고 나온 결과를 ‘비정상’으로 해석한 의사가 있다면 이는 잘못된 일일까? 물론 이것은 오진이 될 위험이 있어 의사로서는 피해야 하지만 관점을 뒤집으면 옳은 일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책에서 두 가지 정반대 사례를 살피며, 정상을 비정상으로 해석한 것이 맞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생후 한 달 된 아이가 배가 불러 어느 날 외래로 내원했다. 아기들은 복근이 발달하지 않아 배가 부른 게 정상이지만 이 아이는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태어나서 바로 배가 부르면 의사들은 선천성 거대결장증을 의심한다. 진단 방법으로는 항문 안으로 바륨이라는 조영제를 넣어 대장의 모양을 엑스레이로 보는 바륨 관장 조영술이 가장 기본이다. 이 아이도 2차 병원에서 바륨 관장 조영술을 하고, 항문에 가까운 부위 직장의 직경이 좁아져 있어 선천성 거대결장증을 의심하며 더 큰 병원을 찾아 저자와 만나게 됐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아이는 모유 수유 중이었고 잘 먹고 잘 자라고 있어 선천성 거대결장증과는 거리가 있었다. 대변은 묽은 변으로 보고 있기도 했다. 바로 압력 검사와 조직 검사를 시행해보니 모두 정상이었다. 그리고 조직 검사에서 알레르기에 반응하는 호산구가 보였다. 이것이 문제였다. 진단명은 알레르기성 직장염이었다. 원래 모유는 알레르기가 없지만 엄마가 먹는 음식의 단백질이 모유로 아이에게 넘어가면서 직장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이 염증 때문에 직장이 잘 펴지지 못하면 바륨 관장 조영술 소견이 선천성 거대결장증과 비슷하게 나온다. 하지만 저자는 ‘수술이나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만약 이 아이가 첫 번째 바륨 관장 조영술 검사만으로 선천성 거대결장증을 진단받고 수술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 의문을 품게 된 저자는 연구팀과 함께 병원의 과거 기록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수개월 안에 배가 부른 증상이 있어 바륨 관장 조영술을 시행한 영아는 105명이었다. 이 아이들의 최종 진단까지 모두 뒤져보니, 105명 중 51명은 정상 판정을 받았고, 54명에게서 선천성 거대결장증이 의심된다는 판독 결과가 나왔다. 그 54명에 대해 항문직장 압력 검사와 조직 검사를 시행하자 결국 선천성 거대결장증으로 확진된 환자는 38명, 즉 54명 중 70.4퍼센트였다. 그렇다면 나머지 30퍼센트는 어떻게 됐을까? 정상으로 최종 판정된 아이가 12명, 알레르기성 직장염으로 확진된 환자가 4명으로, 16명의 아이는 치료가 전혀 필요 없었다.

 

지식 사고의 한계가 불러일으킨 결과

 

저자가 전공의 과정을 마칠 때까지 국내에는 9형 당원병이 없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한국에서는 주로 1a형만 발견된다고 배웠다. 하지만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한 환자에게서 9형 당원병을 발견하고는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특히 혈액 검사가 정상으로 나와도 끈질기게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다른 나라 데이터들은 공통적으로 9형 당원병이 가장 흔하다고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2004년까지 자신이 속한 병원에서 진단한 12명의 당원병 환자를 분석해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당원병이 1a형이 가장 많다고 알려졌지만 우리 연구에 따르면 1a형은 2명, 1b형 1명, 3형 2명, 9형 2명, 아직 밝히지 못한 환자가 5명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9형이 많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발표를 들은 학회의 선배 의사들 반응은 냉담했다. 그동안의 임상 경험으로 볼 때 그럴 리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끝까지 물고늘어졌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4년 저자의 연구 팀은 단일 병원에서 진단된 21명의 당원병 환자 연구 결과를 학술지에 게재했다. 예상대로 국내 당원병의 주된 타입은 1a형과 9형 둘 모두로, 각각 7명과 6명이 나왔다. 그동안의 고정관념이 오랜 기간의 연구로 뒤바뀐 것이다. 저자는 지식 사고의 한계로 오진이 일어날 수 있음을 늘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후견지명과 메타인지

 

삶을 살아가는 데는 IQ나 EQ보다 더 중요한 것은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능력이다. 어떻게 보면 한 단계 상위 개념의 지능은 맥락지능이다. 특히 인간은 자신의 경험을 활용함으로써 후견지명을 얻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선견지명까지 갖게 된다면 현재의 순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통찰력을 지니게 된다. 즉 맥락지능이란 후견지명과 선견지명을 바탕으로 둘의 상승 작용을 통해 통찰을 이끌어내는 지적 능력을 뜻한다. 저자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이 맥락지능과 통찰지능이 혼용되면 좋으리라고 본다.

통찰지능의 본질은 ‘과정’이다. 그리고 과정은 맥락이다. 그에 따라 결과가 나온다. 결과만 바라본다면 시야 사고, 지식 사고, 만족 사고만을 반복하게 된다.

인간의 통찰지능은 ‘메타인지’에서 꽃을 피운다. 메타인지란 ‘자신이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능력’이다. 아이들의 학습을 예로 들면, 메타인지를 잘하는 아이는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수 있어 부족한 부분을 위주로 학습해 성과를 내는 반면, 메타인지가 부족한 아이들은 어떤 것을 공부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성적이 떨어진다. 통찰지능인 메타인지 역시 많은 연구에서 훈련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즉 통찰은 발전한다. 저자는 ‘통찰은 지능과 달리 단련만 하면 늘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소개

저자 : 최연호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현재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에서 소아소화기영양 분야를 전공하는 교수로서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소아청소년의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서 약물농도모니터링 및 톱다운 전략으로 새로운 치료 기틀을 마련하여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있고, 복통이나 구토, 설사 같은 소아의 기능성 장 질환에 휴머니즘 진료를 도입하여 약을 주지 않고 치료하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책 읽기를 좋아하며 ‘에코의 반서재’를 부러워해 집과 연구실 서재에는 전공 서적보다 철학, 경제학, 심리학, 과학 도서를 가득 쌓아두고 있다.
성균관의대 학장을 맡아 우리나라 최초로 ‘인성 중심의 절대평가제’를 2020년 도입했고 ‘통찰’을 기치로 삼아 지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의학 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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