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책 소개]
이 책은 소크라테스 이전의 자연철학자들을 소개하는 책이다. 서양 철학사는 이들 자연철학자들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왜 최초의 철학이 그리스에서, 그것도 그리스 본토가 아니라 식민 폴리스에서 시작되었을까? 또 이들을 철학자라고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최초의 철학자들은 무엇을 한 사람들인가? 무엇보다 이들이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철학이란 무엇인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시원하게 해주는 책은 흔치 않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 플라톤의 철학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소크라테스가 등장하는 배경이 된 아테네의 역사와 문화, 정치에 대한 이해와 자연철학자들의 사유를 누구나 쉽게 되밟을 수 있도록 풀어썼기 때문이다.
[책 소개]
최초의 철학자들
이 책은 ‘그리스의 폴리스 형성과정’(1장)에서 시작한다. 그리스의 폴리스는 광장을 중심으로 구성원 모두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규모와 구조로 형성되었다. 이후 철학자들이 이상으로 여긴 국가의 모델이 되기도 한 폴리스는 그렇게 철학의 싹을 잉태하며 형성된 것이다. 최초의 철학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폴리스 형성과정에서부터 시작해, 역사와 정치,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하게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다른 곳이 아니라 바로 그리스에서 철학이 시작된 까닭에 대한 답이다(2장).
하지만 철학은 그리스 본토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그리스의 식민 폴리스에서 시작되었다. 철학자들은 그 이유를 대체로 세 가지 정도로 설명한다. 첫째, 여유 있는 삶, 둘째, 활발한 교역으로 말미암은 다양한 사회 구성원, 셋째, 본토가 아니어서 비교적 더 누릴 수 있었던 정치적 종교적 지배로부터의 자유 등이다. 이런 배경에서 자연철학자들은 신화의 설명에 의문을 품고 질문을 할 수 있었다(3장).
자연철학자들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듯이 신화의 설명에 의심을 품고 우주의 근본물질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시작된 “철학의 시작을 철학사에서는 ‘신화(mythos)에서 이성(logos)으로의 전환’이라고 한다.” 그러나 거기서 멈춘 것은 아니다. 그들은 우주의 구조, 운동과 변화 등에 대해서도 질문하고 탐구했다. 이 책은 최초의 철학자들이 근본물질에서부터 우주의 구조와 운동과 변화에 이르기까지 무엇을 묻고 탐구했는지, 또 그들의 사고실험이 어떤 과정을 거치며 진행되었는지, 독자들이 간접 경험을 하며 되밟을 수 있도록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4~7장).
소크라테스의 등장 배경
자연철학자들은 신화에서 벗어나 질문을 던졌고, 그로써 철학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등장하면서 철학은 다른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소크라테스는 자연과 우주에 대한 철학의 질문을 인간과 인간의 삶으로 돌렸다. 철학의 질문이 인간과 인간의 삶을 향하게 된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아테네의 정치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테네의 정치 상황은 이소노미아(Isonomia)에서 민주주의(demokratia)로 전환되는 과정을 거쳤다. 페르시아와의 전쟁을 치르고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격돌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거치면서 아테네 민중(demos)은 성장했고, 비극이나 희극 공연과 서사시 경연대회 등은 아테네 민중들을 결집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중의 정치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소피스트들이 등장하고 작가와 시인들이 현인으로 칭송받았으며, 이런 와중에 사회는 외모와 물질 만능주의로 흐른다. 한편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패하면서 아테네는 민주정을 폐지하고 스파르타에게 우호적인 정치인들이 지배하는 30인의 참주정를 겪는다(8~11장). 인간과 인간의 삶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질문은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되었다.
자연철학자와 소크라테스는 사고의 전환을 최초로 이끌어낸 사람들이다.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 힘은 바로 의심하고 질문하는 능력에 기초한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론≫에서 소크라테스가 철학자의 임무는 ‘지혜를 사랑하며 자신과 남들을 캐물어 들어가는 것’이라고 한 것처럼, ‘캐물음(exetasis)’이 철학의 정신이자 실천이다. 최초의 철학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