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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화에 대하여

건축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


  • ISBN-13
    979-11-89534-21-9 (03540)
  • 출판사 / 임프린트
    이유출판 / 이유출판
  • 정가
    21,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1-10-15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모센모스타파비 , 데이빗레더배로우
  • 번역
    이민
  • 메인주제어
    건축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건축이론/비평/역사 #건축이야기/건축가 #건축
  • 도서유형
    종이책, 반양장/소프트커버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200 * 203 mm, 164 Page

책소개

풍화라는 자연 현상을 건축과 관련하여 논하되 이를 폭넓은 주제로 확장해서 우리의 시야를 열어주는 책이다. 이 책에서 두 저자는 풍화가 건축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면서 시간성, 즉 건물의 생애주기를 폭넓게 바라볼 것을 권한다. 건물은 마감 공사로 완성되지만, 풍화는 마감 작업을 새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풍화 현상을 건축에 활용한 역사적 사례를 검토하면서 모더니즘 건축이 간과했거나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도 면밀하게 짚는다. 출간 당시 뉴욕 타임스에 서평이 실렸고 미국건축가협회의 건축이론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목차

풍화에 대하여 8
원주 134
감사의 말 156
옮긴이의 글 158

 

본문인용

‘건물은 마감 공사로 완성되지만, 풍화는 마감 작업을 새로 시작한다.’

누가 이 같은 주장을 한다면 ‘건축은 시간을 초월해 존재한다’는 건축의 오랜 상식에 반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건물이 어떻게 시간을 이길 수 있을까. 애초부터 예견된 일이지만, 영원히 존재하는 건물은 있을 수 없고, 모든 건물은 결국 자연의 힘에 굴복하고 만다. 그렇다면 자연의 영향으로 건물이 쇠락해지는 상황에서, 풍화가 어떻게 건물의 “마감”을 한다는 것일까? 풍화는 사실 건물을 세우는 게 아니라 부수는 현상이 아닌가?         -8~9쪽

 

앞으로 이어질 논의에서 우리가 말하고 싶은 것은, 건축 프로젝트의 최종단계를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수정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즉 마감 공사가 끝난 시점을 건물의 완성으로 보는 게 아니라 건물이 완공된 이후, 풍화에 의해 생기는 건물 자체의 지속적인 변형을 건물의 새로운 시작으로, 건물이 계속해서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가는 ‘완성’의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11쪽

 

풍화 작용에 의해 부재가 분해되거나 붕괴되는 현상은 ‘기능적 쇠락’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대건축의 비평에서는 침식에 따른 표면층의 변형과 풍화에 의한 오염의 축적 현상이 자주 언급되었는데, 이는 윤리적인 문제를 내포하는 물리적 현상이기도 하다. 이런 형태의 표층 변화는 건물을 보기 좋게 또는 보기 싫게도 할 수 있으므로 심미적 쇠락이라고 부를 수 있다.  -62쪽

 

건물이 비바람에 노출되면 오염물질이나 잔여물이 쌓이며 이때 추가되는 것과 제거되는 것이 함께 만들어내는 결과가 바로 그 건물의 생애를 증언하는 기록이 된다. 이는 “과거의 기억에 얽매이지 않고, 과거를 있는 그대로 보며 거기서 현재의 모습을 창조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이런 점에서 세월을 견딘 건축은 과거의 의미, 즉 현재에 속하면서 동시에 미래를 내다보는 과거를 암시한다.  -72쪽

 

하지만 로스는 흰색을 다른 관점에서 보고 있었다. 그는 빈에 있는 미하엘러하우스Michaelerhaus의 흰색 회벽면을 설명하면서 모든 도시는 저마다 독특한 색감을 갖고 있는데 빈의 경우는 회벽색을 띤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흰색은 이 지역의 문화와 건설방식의 결과물일 뿐, 르 코르뷔지에의 경우처럼 모든 장소에 적용 가능한 객관적이고 아름다운 건축 마감을 위한 것은 아니다.  -85쪽

 

카를로 스카르파Carlo Scarpa의 작업은, 적어도 그 디테일에서 전통적인 요소를 창조적으로 변형시킨 예를 보여준다. 베로나 시민은행the Banca Popolare di Verona과 브리온 묘지the Brion cemetary는 그가 전통적인 요소를 재해석한 사례다. 베로나 은행의 원형 창문 아래쪽에는 빗물이 흘러내릴 만한 곳에 수직으로 홈이 새겨져 있다. 이 홈은 빗물이 건물 표면에 미치는 영향을 막으면서 빗물의 낙수 경로를 유도하는 디자인이다. 이 가상의 물줄기는 빗물에 의한 영향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장치로서, 이 장치가 급격히 진행되는 벽면 오염 가능성을 제거하거나 지연시킨다는 사실이 육안으로 “보이게” 디자인 되었다.         -108~109쪽

 

스케치와 드로잉, 모형 등을 통해 가정해보는 프로젝트의 구상안은, 그 건물의 과거에 속하는 것으로 건물이 세워진 후에는 풍화의 흔적으로 오염될 것이다. 이 같은 풍화의 영향은 창조적인 해결책을 찾아내 늦출 수 있다. 건물 표면에 흐르는 빗물의 흐름을 제어하거나 방지하는 건축 요소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고 또 변화하는 재료의 특성을 파악해서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무엇보다도 풍화로 인한 재마감을 건축의 새로운 출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이것이 요점이다. -132쪽

서평

풍화에 대하여

김미옥

 

시간에서 자유로운 존재는 없다.

생물이 노화하듯 무생물도 풍화하고 침식되며 소멸로 나아간다.

자신이 태어난 장소로 돌아가서 흙으로 동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 시간이 주는 놀라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끼 낀 담장, 세월이 묻은 벽돌, 오랜 손길로 윤이 나는 마루, 그리고 폐허의 아름다움.

자연의 감가상각이 건축물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경우다.

사람도 그렇다.

노년에 이르러 영혼이 아름다운 인간을 만나면 나는 감탄한다.

세상이 준 수많은 상처를, 인간을 이해하는 단초로 쓰는 이를 보면 콧등이 시큰해진다.

환경과 경험이 존재를 규정함에도 상황을 초월하는 인간은 경이의 대상이다.

쇠락이 완성의 과정이 되는 존재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래된 건축물을 만날 때 나는 비슷한 느낌을 갖는다.


그런데 세월과 관계없이 처음부터 늙어있는(?) 건물을 만날 때가 있다.

안도 다다오의 콘크리트 노출 건물을 보았을 때 친구와 나는 함성을 질렀다.

처음부터 늙은 애인을 만나 늙을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되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물론 그의 건축물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과의 조화이다.

‘처음부터 늙은 양식’이 카페의 유행을 휩쓸지 예상하지 못했다.

신장개업 카페들이 유행처럼 인더스트리얼(Industrial)인테리어로 콘크리트를 노출시켰다.

‘막 사 입어도 1년 된 듯한 옷, 10년을 입어도 1년 된 듯한 옷’ 홍보문구가 생각났다.

건물 안으로 들어온 노후 양식은 비위생적인 느낌이어서 천정에서 뭐가 떨어질까 염려됐다.

어쩌면 건축의 역사는 세월과 환경으로부터 건물을 지키려는 투쟁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건축미를 얘기하지만 건축가는 건물의 완성을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보았을 것이다.

풍화하고 노후하는 건물을 유지 보수하는 일은 손이 많이 간다.

나는 인문학도 좋아하지만 건축이나 물리학, 유전학 같은 자연과학서적을 즐겨 읽는다.

골치 아픈 일이 있을 때 자연과학 책을 집어 들면 머리가 명료해진다.

 

지금 내가 읽은 건축학 책은 『풍화에 대하여』이다.

미국 대학의 건축과 교수 두 명이 공저한 이 책은 ‘건축물로 사유하는 철학 서적’으로 읽힌다.

어떤 영역이든 경지를 넘어서는 순간 철학이 되지 않는가.

간단하게 말하면 이 책은 풍화와 시간으로 건물의 생애주기를 말하지만 행간에서 인생을 읽게 된다.

풍화에 의해 건물이 지속적으로 변형되는 것을 소멸과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건물의 새로운

시작으로, 건물이 계속해서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가는 ‘완성의 과정’으로 본다.

노후과정을 지체하기 위해 건축자재에 대한 수많은 혁신이 있었지만

 ‘폭풍이 몰려와서 자연이 그 힘을 드러내 보여주기까지’ 결함은 알 수 없었다.


일례로 『빛나는 도시』로 유명한 프랑스의 건축가 코르뷔지에는

​“전 세계를 위한 건축”으로 어떤 기후와 환경에서도 섭씨 18도를 유지할 수 있는 단열벽을 도입했는데 이중 유리벽이었다.

내부 공기 순환시스템을 가동해서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를 차단했다.

이 폐쇄유리벽은 여름철 건물을 온실로 만들어 버렸다.

우리나라에도 성남시청과 용인시청 등의 관공서 건물이 이 건축방법으로 유리건물을 지었다가

여름엔 찜통이 되고 겨울엔 시베리아가 되었다.

첨단 냉난방 내부 공기 순환시스템이 생각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폐쇄벽은 결국 창문을 내어 개방벽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풍화 현상을 건축에 활용한 역사적 사례와 모더니즘 건축이 간과했거나 잃어버린 것을 주도면밀하게 짚어낸다.

1920년대의 모더니즘 건축 이전의 건축물이 유기적인 재료를 사용해서 자연과 함께 소멸했다면

이후의 건축물은 무기적인 재료로 노화를 거부하며 영원한 젊음을 꿈꾸었다.

그러나 유기질 재료는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무기질 재료는 소비재로써 폐기된다.

이 책은 자연을 거부하는 모더니즘 건축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저자는 건축을 말하지만 ‘풍화’라는 단어가 주는 다의성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는 옛 건축물보다 튼튼한 재료로 아파트를 짓고 수명을 40년으로 재건축을 추진한다.

영원한 젊음을 추구하듯 건물을 완성하고 더 많은 이익을 위해 건물을 파괴한다.

현대는 미학이 가치를 앞서는 시대이다.

영혼이 아닌 육체를 보는 시대가 불안하다.

『풍화에 대하여』는 미국건축가협회AIA의 건축이론상을 수상했다.

소감을 말하자면 전문서적과 대중서적의 경계에 있어 가독성이 좋다.

건축을 인생과 바꾸어 읽으면 생각이 깊어진다.

저자소개

저자 : 모센모스타파비
이란 이스파한 출신으로 영국 AA스쿨, 미국 코넬 대학에서 가르쳤고 2008년부터 2019년까지 하버드 디자인 대학원의 학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동 대학원 알렉산더&빅토리아 와일리 디자인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런던 개발청LDA 디자인 위원, 아가칸 건축상 운영위원이며 국제인 건축, 도시 프로젝트에서 활발한 자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Approximations: The Architecture of Peter Markli』, 『Surface Architecture』, 『Ecological Urbanism』 등이 있다.
저자 : 데이빗레더배로우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웨스트민스트 대학을 거쳐 1984년부터 미국 펜실베이니아 건축대학원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동 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2020년 건축 교육에 기여한 공로로 토파즈 메달리온상을 수상했다. 그의 연구는 건축, 정원, 도시의 역사와 이론의 영역을 포괄한다.
저서로는 『Building time: architecture, event, and experience』, 『20th Century Architecture』, 『Roots of Architectural Invention』 등이 있다.
번역 : 이민
충남대 건축학과,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거쳐 이탈리아 로마대학원에서 수학한 후, 나폴리의 Francesco Venezia 스튜디오에서 실무를 익혔다. 1997년 건축가 손진과 (주)이손건축을 설립하고, 어린이 교육시설, 주거, 미술관 등을 설계했다. 1996년 베니스비엔날레, 2002년 광주비엔날레에 출품했으며 김수근 문화상,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 2014년 이유출판을 설립,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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