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역량평가 뭔지 정말 제대로 알고 있을까?
역량평가는 무엇일까? 말뜻 그대로 역량평가는 “역량”을 “평가”하는 시험test이다. 인사human resource를 위한 모든 테스트는 평가대상자의 능력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설계된다.
토익을 예로 들어보자. 토익은 영어 실력을 측정하기 위한 테스트이다. 따라서, 개념적으로 보면 토익 이전에 영어가 먼저 존재한다. 토익을 위해서 영어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역량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 역량평가가 존재한다. 역량평가를 시행하기 위해 역량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테스트를 잘 보기 위해서는 일단 측정하고자 하는 것이 뭔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뭘 측정하는지 모르고서 테스트를 잘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토익에서 측정하고자 하는 것인 “영어 실력”이 무엇인지는 비교적 개념이 명확하기 때문에, 사람마다 달리 해석할 여지 또는 오해의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런데 역량평가에서 측정하고자 하는 것인 “역량”이 무엇인지 정확하고 심도 있게 이해하지 않고 역량평가를 보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
역량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기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 평가위원에 대한 과도한 의전, 넥타이를 찰 것인지 말 것인지, 글머리 기호 또는 표와 같은 문서의 외관, 멋져 보이는 프레젠테이션 스킬, 심지어 성형수술을 해야 하는지 등 역량의 본질과 상관없는 지엽적인 부분에 목숨을 건다.
누가 어떻게 해서 합격했는지 소문에 귀 기울이기 전에, 아주 심플하고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자.
역량이 뭔지 정확하게 모르는데, 역량평가를 잘 볼 수 있을까?
토익의 예시에서 현상의 또 다른 측면을 생각해 보자. 토익 학원에서는 “영어”뿐만 아니라 “요령”도 가르친다. 예를 들어, “to 부정사가 선택지로 등장하면 정답일 확률이 높다”, “길이가 긴 선택지가 답일 확률이 높다”와 같은 것이다. 토익은 4지 선다형으로 문제의 포맷이 결정되어 있고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되기 때문에, 실제로 to 부정사가 정답일 확률이 높은 이론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영문학의 본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것은 영문학이 아니라 토익학(學)이다.
그러나 요령만으로 토익에서 고득점을 획득하기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토익이 정형화된 시험이라고 하더라도 영어 실력 자체가 받쳐 주지 않는데 요령만 가지고 고득점을 할 수가 없다. 토익을 잘 보려면 일단 영어 실력 자체를 향상하고, 준비의 마지막 단계에 요령으로 갈무리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
같은 맥락에서 역량평가를 생각해 보자. 역량 자체를 향상하지 않고 요령만으로 고득점으로 하겠다는 시도는 무모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역량과 역량평가의 본질을 이해하기보다는 실전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만능공식을 찾는 데에만 목숨을 건다. 잘못 알려진 만능공식의 예로 다음과 같은 것을 들 수 있다.
“(기획안의 앞뒤 맥락과 내용이 어찌 되었건 전혀 상관없이) 세부추진계획에는 MOU, 교육, 홍보, TFT, 협의체, 지원금, 보조금, 인식개선을 제시하면 된다.”
영어 실력이 전혀 뒷받침되지 않는 수험자가 학원에서 알려 준 몇 가지 공식만으로 토익에서 고득점을 거둘 수 있을까? 역량평가의 본질과 원리는 뒷전으로 미룬 채, 겉으로 보이는 형식만을 분석한 “요령 기반의 역량평가학學”으로 역량평가를 준비한다면, 잘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이 책은 역량평가에서 측정하고자 하는 개념인 역량의 본질에 집중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역량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실제 일하는 장면에서의 역량이 향상되면 역량평가를 잘 보게 된다. 실제 생활에서의 역량은 그대로 두고, 역량평가만 잘 보는 것은 훨씬 더 구현하기 어렵다. 실제 역량이 향상되고, 그 결과 역량평가도 잘 보는 것이 오히려 훨씬 구현하기 쉽고 자연스럽다. 또한, 이 책은 충분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 알려진 만능공식과 같은 뻘짓으로 역량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를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