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국기로 생소한 세계사의 허들을 낮추다
세계사를 공부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은 모든 것이 낯설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사건들을 머릿속에 집어넣기도 벅찬데 이름과 지명마저 생소하다 보니, 공부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고 고유명사만 외우다 지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판 시장에서 한국사에 비해 세계사 분야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독자들이 세계사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세계사에 흥미를 가지기 위해 넘어야 할 허들이 높아서입니다.
이런 허들을 낮출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콘텐츠가 국기입니다. 국기는 독자들이 필연적으로 마주치는 상징입니다. 뉴스를 보거나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를 보거나 여행을 갈 때 국기를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다른 나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국기만큼은 익숙합니다. 이렇게 익숙한 국기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면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됩니다. 여기에 텍스트보다 직관적인 그림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독자들이 훨씬 편하게 이해하고 세계사에 대한 기초를 쌓을 수 있는 입문서가 될 수 있습니다.
한 폭의 국기에 담긴 방대한 역사
국기 한 폭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요? 한 장의 국기에는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습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인 국기를 정하는데 대충 만들 나라는 없습니다. 그 나라의 역사와 민족, 정체성을 함축한 상징이 국기이기 때문입니다.
포르투갈 국기에는 천문관측기구인 혼천의가 새겨져 있습니다. 포르투갈이 뛰어난 천문관측기술을 바탕으로 항해술을 발달시켜 대항해시대의 지배자가 됐음을 의미하는 상징입니다. 옆 나라 스페인 국기에는 석류 그림이 들어 있습니다. 1492년 재정복운동(레콘키스타)을 끝냈을 때 마지막을 정복한 도시가 그라나다이고, 그라나다는 스페인어로 석류를 의미합니다.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에는 왜 유니언잭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요? 여기에는 프랑스 식민지에서 영국 식민지가 된 캐나다의 역사와 미국독립전쟁으로 인한 영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한 장의 그림에는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 있고, 그 이야기들은 그 나라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나라의 국기를 공부하는 것은 그 나라의 근간을 알아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국기는 연결되어 있다
국기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독자적인 상징이지만, 나라에 따라서는 비슷한 국기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미국과 아프리카 대륙 서안에 위치한 라이베리아라는 나라의 국기는 거의 흡사합니다. 가장 유명한 인물이 전 AC 밀란 소속으로 발롱도르를 수상한 조지 웨아일 정도로 생소한 나라 라이베리아는 미국의 해방 노예가 이주해서 만든 나라입니다.
유럽 국가들이 프랑스와 비슷한 모양의 삼색기를 사용하는 이유는 프랑스혁명과 나폴레옹의 영향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녹색, 노란색, 빨간색의 세 가지 색깔을 바탕으로 국기를 만든 이유는 아프리카 독립의 상징, 에티오피아의 영향 때문입니다. 국기를 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연관성과 규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연관성을 이해하게 되면 세계의 역사가 고립된 것이 아닌 연관되어 있고, 함께 발전해왔음을 더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