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우영우가 읽은 소설
★ 국내 최초 ‘레이먼드 비숍’ 목판화 일러스트 수록 완역본
절대적 진리만을 강요하던 폭력의 시대에 맞서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문학의 효시가 된 불후의 고전
『모비 딕』은 단순한 해양모험소설이 아니라 수많은 상징과 은유를 품은 다면적인 소설이다. “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 이 유명한 첫 문장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성을 지닌다(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첫 문장 30’). 주인공 이슈메일뿐 아니라 에이해브, 요나, 욥, 프로메테우스, 페르세우스, 나르키소스 등 성경과 그리스신화 인물들이 주요 모티브와 알레고리로 작용한다. 또한, 에이해브 선장과 모비 딕의 극적인 대립, 선원 커뮤니티의 계층·인종 간 갈등, 등장인물의 개성적인 캐릭터와 심리가 복합적으로 뒤얽힌 채 장엄하게 서사가 흘러간다.
1851년에 출간된 『모비 딕』은 이미 반세기 앞서 20세기에 도래할 모더니즘을 예고했다. 세상 모든 진리를 안다는 듯 신의 위치에서 소설을 써 내려간 19세기 리얼리즘 소설가들과는 달리, 20세기 모더니즘 소설가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화자의 주관적 관점과 내면 심리를 극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하여 『모비 딕』은 획기적인 퓨전풍 스토리텔링, 독창적인 작품 구조, 다양한 인간 군상 추적, 이야기와 상징의 절묘한 결합, 인생의 신비를 둘러싼 깊은 종교적·철학적 탐구, 뛰어난 유머 감각과 풍자, 열린 결말 등등 기존에 없던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형식으로 미국 모더니즘 문학의 효시이자 상징주의 문학의 대표작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궁극적으로 추적하는 흰 고래 모비 딕은 무엇을 의미할까? 색깔이 ‘흰’ 고래는 하나로만 해석되는 절대적 존재가 아니라 사실상 모든 것을 상징한다. 독자가 부여하는 빛에 따라 상징의 색깔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역자 해제에서는 종교, 신화, 사회, 심리, 철학적 측면에서 각각 신, 괴물, 노예제, 트라우마, 존재의 신비로 해석했다. 이 다섯 가지 해석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읽으면 작품의 의미가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다가올 것이다. 베테랑 고전 번역가 이종인 선생이 멜빌 특유의 장중하고 거침없으면서도 재치 있고 섬세한 문장을 탁월하고 가독성 높은 우리글로 옮겨 즐거운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이제 해석의 주도권은 독자 각자에게 주어졌다. 여러분도 『모비 딕』을 통해 나만의 ‘흰 고래’를 찾아 머나먼 항해를 떠나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