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을 해도 부모의 마음은 늘 괴롭다. 내 선택이 옳다고 이야 기해주면 좋을 텐데…. 누구도 내 아이와 내 문제에 책임져주는 이는 없다. (28p)
세상은 발달장애에 대해 너무 모른다. 세상이 발달장애에 대해 무지하게 만든 데는 우리 어른들이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세상 속에서 다치지 않도록 너무 꽁꽁 싸매고 보호한 부모와 교사들의 탓도 있다. 안타깝지만 교사와 부모는 아이를 가르치는 일과 세상을 가르치는 일을 함께해야 한다. 아이들이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할 곳은 결국 이 세상이기 때문이다. (34p)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발표회 무대에는 거울이 없다. 아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보지 않는다. 옆 친구와 비교도 하지 않는다. 비교하는 눈이 성장하기 전의 아이들은 ‘잘한다 잘한다’ 치켜세워주면 정말 얼굴에 스스로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뿜뿜 묻어난다. (53p)
부모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곧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를 대하는 태도다. 아이의 가치는 부모가 세상과 타인을 인식하는 가치와 다르지 않다. 나는 아이들도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 스스로 존중받는다 느끼길 원한다. (64)
많은 분은 일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이들의 한글 교육에 집중 투자를 한다. 그러나 일반 학교에서는 한글을 읽고 쓰는 것보다 자조기술이 더 중요하다. 착석 능력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공격적인 행동의 유무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114p)
아이들에게 학교는 처음 만나는 거대한 사회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만나고 관계를 맺으며 성장한다. 성장에는 여러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아이들은 진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을 지키며 다른 이들과 어울리며 커간다. (121p)
1/3은 우리 아이를 불편해할 것이고, 1/3은 보통이고, 나머지 1/3 은 우리 아이를 조용히 응원하고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 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145p)
중·고등학생 시기는 분명 스무 살 어른으로 가는 전환기다. 이 전환기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아이의 사회생활과 독립해 살아가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전환기에 부모가 함께 고민하지 않는다면 자녀는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지도 배우지도 못할 것이고 많은 것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자녀에게 중·고등학교 6년은 독립을 준비하고 연습하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 (192p)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늘 아이들 뒤에 따라다니기에 많은 부분에서 기회가 차단되거나 사람들이 신경조차 쓰지 않는 것들이 많아진다. 경험할 기회가 제한되면 과정에서 배울 것도 제한된다. 경험이 많지 않으면 실패도 성공도 느낄 수 없다. (212p)
우리 지역에는 맛집이 많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 맛집에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 이 지역에 살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맛집이 수두룩했다. 나는 아이들이 사는 지역에 대해 제대로 알기를 원했다. 졸업한 후에도 자신들이 살아갈 지역을 더 잘 즐기며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15p)
중·고등학생이면 어떤 문제가 생기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판단하여 필요한 것을 찾아야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런 모습은 부족했다. 왜 그런지 이유와 해결방안을 찾아야 했다. (224p)
아이들은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가진 자유와 평등이라는 권리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선택하며, 결정해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경험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아이의 삶 안에 스며들어야 한다. (243p)
아이에게는 ‘생각하는 힘’과 ‘좋고 나쁜 것을 선별하는 힘’이 있다. 아이의 그 힘을 믿는 것이 출발이다. 아이는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262p)
장애의 어려움은 신체와 정신의 일부로 늘 머물지만, 우리네 삶에는 그 외의 많은 것들도 함께 존재한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들도 가족들이 자신에게만 초점을 두고 희생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내 부모나 남편, 자식들이 나만 바라보기를 절대 원하지 않듯이 말이다. (281p)
그럴 때 행인들의 수군대는 소리를 들을 때면, 그 순간 지진이라도 나서 갈라진 땅속으로 아이와 둘이서 영원히 사라지기를 바랐다. (285p)
아들의 빵점짜리 시험지를 보며 틀린 답이라도 써냈다는 것을 기뻐하는 나에게, 아이들은 자신의 50점, 60점 시험지를 들고 와서 자랑하기도 하였다. 나는 그 아이들의 발전도 기꺼이 칭찬했다. 가장 약한 자를 품는 사회에서는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다. (308p)
철인 경기 같은 치료 투쟁을 하느라 소외되었던 가족들, 남편과 비장애 자녀와의 일상과 유연한 관계를 회복하면 장애의 독특한 특성도 함께 수용할 수 있다. (316p)
아들이 대여섯 살 때, 이웃분이 오셔서 말씀하셨다. “이런 아이한테는 세 가지를 주면 안 된다. 불, 칼, 끈.” 그분이 가시자마자, 나는 도마와 칼을 꺼냈다. (317p)
이유 없는 행동은 없다. 문제의 답은 사건의 현장 바로 거기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가장 가까운 이들이 풀어낼 수 있다. (323p)
스물다섯 된 아들을 보며 이제는 완전한 사랑을 꿈꾼다. 그것은 이별을 준비하는 것이다. 정신연령은 아직 대여섯 살 아기 같지만 몸은 어엿한 청년이 되었고, 표현 못하는 그 안에 다른 여인과 친구들, 새로운 사회에의 호기심, 혼자만의 공간과 비밀들을 갖고 싶지 않겠나. (33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