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불평등의 시대,
‘기후정의’의 깃발을 들다
기후정의의 관점에서 기후운동에 접근하고자 하는 이들의 교류와 소통, 실천을 모색하기 위한 플랫폼인 ‘기후정의포럼’ 회원들이 올해(2021년) 초부터 6개월간의 토론과 집필, 수정을 거쳐 20개의 테제로 구성된 『기후정의선언 2021』을 팸플릿 형식으로 내놓았다.
이들은 머리말 「기후정의선언에 부쳐」에서, 기후위기와 불평등이 심화되고 기업 중심의 정부 그린뉴딜과 탄소중립 정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기후정의’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고 있으나 이 개념이 가진 혼란도 존재한다며, 이 선언문이 “기후정의운동의 방향을 보여 줄 ‘깃발’”이자 “한국 기후정의운동의 방향타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기후정의선언 2021』은 지금까지의 기후운동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술적・경제적 방안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반면, 기후위기의 사회적・정치적 차원의 논의는 크게 부족했다고 평가한다. “기후위기는 불평등한 사회의 위기이고 민주주의의 위기”이며 “현재의 자본주의적 성장 체제를 변혁하지 않고서는 해결이 불가능”한 위기라 선언하고, 기후정의운동은 이를 말하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한다.
선언은 기후위기의 원인과 결과, 주류적 대응 방식의 특징과 문제점에 대한 분석과 기후정의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20개의 테제로 구성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제시한다. “전대미문의 기후위기”에 대한 다양한 해법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녹색 성장에 기반을 둔 기후 정책과 운동은 실패”했고 “불평등은 당면한 기후위기의 원인이자 결과”라 선언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후위기 최전선에 있는 당사자들은 구호 대상이 아니라 탈탄소 전환의 주체”로 설정되어야 하며, “분배의 정의보다 생산의 정의가 더 중요하다”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기후정의운동은 “시장주의 해결책”, “성장주의 이데올로기”, “기술 위주의 해결 방식과 기술관료주의”를 거부하고, 대신 “필요 기반의 돌봄과 생태적 전환 경제” 및 “아래로부터의 권력에 의한 민주적 과정과 공공적 수단”으로 추진되는 에너지 전환을 추구해야 한다고 밝힌다. “기후위기 대비는 돌봄, 의료, 교통, 전기, 물 등의 공공적 서비스 보장과 확대로 가능”하며,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순환경제로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정의로운 전환은 “사회생태적 변혁을 위한 길잡이”여야 하며, 기후위기 해결이 어떻게 “국제주의와 평화-반군사주의와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 준다. 마지막으로 기후정의운동은 “기후, 사회경제 그리고 민주주의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투쟁”하고 “대중운동에 기반한 기후정의동맹의 사회적 권력”을 만들어 내는 운동임을 선언한다.
『기후정의선언 2021』은 “기존 기후운동, 그리고 무관심했던 여러 사회운동에 대한 매서운 비판과 도전”이자 “기후위기만이 아니라 불평등과 민주주의의 위기를 넘어서려는 많은 운동들과 연대의 고리”를 만들기 위한 기획이다.
이번 선언은 도서출판 한티재의 ‘팸플릿 시리즈’로 정식 출판·발매하는 동시에, 사태의 긴급함과 기후정의운동의 절박함을 고려하여 PDF 파일로 무료 배포하기로 했다. 이 선언문이 기후정의운동에 헌신하는 활동가, 기후위기를 염려하고 참여를 모색하는 시민들이, 마을과 일터에서, 카페와 술집에서, 무엇보다도 거리에서 함께 돌려 읽는 팸플릿이자 치켜드는 피켓이 되기를, 그리고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만들어낸 현 체제를 향해 내던지는 정치적 ‘짱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 팸플릿의 집필에는 강동진, 구준모, 김상현, 김선철, 이현정, 채효정, 한재각이 참여했고, 기후정의를 상징하는 표지 그림은 김차랑(멸종저항서울 활동가)이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