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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따니스트

모험하는 식물학자들


  • ISBN-13
    979-11-86440-71-1 (03400)
  • 출판사 / 임프린트
    가지출판사 / 가지출판사
  • 정가
    18,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1-09-1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마르장송 , 샤를로트포브
  • 번역
    박태신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식물학 및 식물과학 , 어린이, 청소년 교양: 생태계 , 생태과학, 생물권
  • 키워드
    #과학 #국내도서 #기초과학/교양과학 #동물과 식물 #식물 일반 #에세이, 문학에세이 #식물학 및 식물과학 #어린이, 청소년 교양: 생태계 #생태과학, 생물권 #식물학자 #과학자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0 * 210 mm, 320 Page

책소개

식물학자가 쓴 ‘식물학자’ 이야기

지구 어딘가에 뿌리 내린 생명, ‘식물’을 연구한다는 미친 짓에 대하여

 

이것은 식물 또는 식물학에 관한 평범한 이야기가 아니다. 책 속에서 저자가 ‘온화한 미치광이들’이라고 위트와 존경을 담아 표현한 식물학자들, 즉 ‘보따니스트’(Botaniste)들의 일과 모험에 관한 독특한 역사서이며 자전적 에세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물학 자료를 소장한 프랑스 국립 ‘파리 식물표본관’의 총괄책임자이자 1982년생 신진 식물학자인 마르 장송은 선대가 남긴 800만 점의 마른 잎들과 부서지기 쉬운 열매들, 표본 라벨 속의 이야기와 여기저기 흩어진 역사·문헌 자료들을 참조해 한 편의 장편소설 같은 식물 모험사를 펼쳐 놓는다. 조경사이며 다큐멘터리 작가인 샤를로트 포브가 집필을 도와 글의 완성도를 높임으로써 과학과 문학 어느 장르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책을 만들어냈다. 프랑스 원작으로 출간 직후 현지 언론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았고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번역 소개되는 중이다.
 

*추천사

 

“나도 이렇게 잘 쓰면 좋겠다.” 

식물표본관은 식물만 있는 곳이 아니다. 나는 고요하고, 춥고, 죽은 식물이 가득해 스산하지만 끝없는 이야기가 보관된 식물표본관을 좋아한다. 어린 연구생 시절에는 아무 이유도 없이 종종 표본관에 들어가 앉아 있곤 했다. 식물표본들 사이에 켜켜이 쌓인, 이곳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어떻게 전해야 할지 엄두도 나지 않는 많은 식물학자들의 전설적인 모험담을 떠올리면서.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이 책에 있다! 나는 감동에 차서 이 글들을 읽었다. 《보따니스트》는 지금까지 내가 읽어 온 식물학자가 쓴 책들 중에서 글 솜씨가 단연 돋보인다. 식물학적으로 결코 가볍지 않고 단순하지도 않은 내용들을 마치 한 편의 모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저자들의 능력치에 진심으로 매료되었다. 나도 이렇게 글을 잘 쓰면 좋겠다. 

신혜우_그림 그리는 식물학자, 《랩걸》 표지 그림과 《식물학자의 노트》 저자 

 

 

“내가 알고 있는 그 어떤 식물에 대한 판타지보다도 매혹적이다.”

문과형 인간에게 과학은 이 세계의 다른 차원을 보여주는 언어처럼 낯설고 신비롭다. 그런데 식물학자와 저널리스트가 함께 쓴 이 아름다운 에세이를 읽다 보면 식물학과 문학이 실은 아주 가까이 닿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기 위해 애쓰고, 기록을 위해 묘사의 기술을 총동원하며, 늘 끼고 다니는 종이뭉치에 무언가를 남긴다는 점에서. 

심지어 상상력에서도 식물학자들은 소설가에 뒤지지 않는 듯하다. 이들의 식물 이야기는 시공간 뿐 아니라,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능숙하고 유려하게 넘나든다. 센 강이 불어 범람하면 파리의 식물표본관 서랍 속 깊숙이 잠들어 있는 온갖 씨앗 표본들이 발아해 도시 전체가 거대한 숲이 될 거라는 마르 장송의 상상은 내가 알고 있는 그 어떤 식물에 대한 판타지보다도 매혹적이다. 

무루_모험을 사랑하는 에세이스트,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저자 

 

목차

추천의 말 
현지에서 쏟아진 찬사 
책에 등장하는 주요 식물학자 목록 

들어가며 1?3
1장.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는 법 4?9
2장. 온화한 미치광이들의 세계 10?15
3장. 파리 식물표본관과 이곳에 운을 맡긴 사람들 16?22
4장. 말린 식물이 갖는 역사적 위력 23?30
5장. 식물학자는 정원사가 아니다 31?37
6장. 나의 카리오테아이, 종려나무 이야기 38?42
7장. 아시아로 간 식물학자 43?48
8장. 죽은 식물들의 능이 그려낼 미래 지도 49?53
9장. 열대 탐험가들의 흔한 신세 54?58
10장. 메멘토 모리 59?63
감사의 말 64

역자 후기 
참고문헌 
미주

 

본문인용

나는 식물 ‘발굴자’다. 적어도 18세기엔 나의 직업을 이렇게 규정했다. 이 표현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오만의 극치가 담겨 있긴 하다. 우리네 식물학자들은 기상천외한 기계나 새로운 기법을 구상하거나 하지도 않고 그저 자연이 우리 눈앞에 열을 지어 보여주는 무궁무진한 생물목록 속에서 독창적인 요소를 발견하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발굴자’라는 이 표현이 상상계의 힘에 도움을 구하는 것 같아서 좋기는 하다. | p.28 〈들어가며〉

 

파리 사람들은 파리 식물원 뒤쪽에 한 근엄한 건물로 서 있는 이 식물표본관의 이름이나 존재를 알지 못할뿐더러, 오늘날 지구 표면에서 자라는 식물의 상당수가 이곳에 수집돼 있고 그와 관련한 광범위한 지식이 축적돼 있으며, 더 나아가 나와 동료들이 정성껏 돌보고 있는 식물표본이 800만 개나 된다는 사실을 짐작도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팀은 350년 이상의 모험과 지식, 그리고 권력자들의 욕망에 의해 거의 300년간 지속돼 온 광적인 수집 여정의 결과물을 상속받았다. | p.32 〈들어가며〉

 

천생 식물학자로 태어나는 사람은 드물다. 시간이 흐르면서 식물학자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는 법을 터득한다. 동물은 본능적으로 아주 매혹적인 존재라 시선을 끌게 마련이지만 식물은 그렇지 않다. 움직이지 않고 조용하다. 외관상 눈에 띄는 반응이 없기 때문에 세상의 뒤쪽으로 밀려나 영원히 그 자세 그대로 있다고 여겨지기 일쑤다. | p.47 〈보이지 않는 세상을 보는 법〉

 

수집품 전체를 통해 아당송은 자신이 알아낸 모든 것을 세상에 남기려 시도했다. 표본의 풍부한 양, 분류에 대한 열정, 매 표본마다 원 식물에 대해 어떤 것도 망각하지 않겠다는 듯 죽을힘을 다해 써놓은 한없이 긴 설명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심지어 아당송은 빌레트 지역에서 채집한 양파 줄기 옆에 달걀껍질 부스러기를 붙여 놓기도 했는데, 부활절에 기독교인들이 달걀을 물들일 때 이 양파껍질을 천연염색제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 p.59 〈온화한 미치광이들의 세계로 들어서다〉

 

불행하게도 후세대는 남성들의 활약상만 기록으로 간직했다. 언젠가 로르와 대화를 나누던 상대가 그녀가 일을 잘한다면서 한결같은 삶을 산 잔 바레(Jeanne Barret)를 상기시켰을 때 로르는 더부룩한 머리를 흔들어댔다. 식물학 분야의 유일한 여성 모험가로 알려진 바레는 코메르송을 따라 가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고 남장을 한 뒤 띠 모양 천을 가슴에 둘러야 했다. 당시에 여성은 매춘부거나 배우자 또는 식물을 쫓아다니는 남성을 쫓아다니는 ‘여자들’ 중 한 명이 아니라면 배를 탈 수 없었기 때문이다. | p.115 〈말린 식물이 갖는 역사적 위력〉

 

투른포르의 표본에 대해 말하자면, 날카로운 바늘로 고정시킨 섬세함의 기적이라 표현할 수 있는데 거의 복식 디자이너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 17세기엔 표본을 일컬어 ‘마른 정원’이라고 유행어처럼 부르기도 했지만 투른포르는 그의 작품성을 인정받기에 더 적합한 단어라고 생각해 ‘표본’이라는 말을 더 좋아했다. | p.131 〈말린 식물이 갖는 역사적 위력〉

 

정원사는 식물을 보살피고 식물의 삶을 유지시키는 반면, 식물학자는 식물을 자르고 식물의 죽음을 관찰해 생물계 속에 제대로 자리 잡게 만드는 사람이다. 이 두 가지 방식의 지식은 서로 긴밀하면서도 대조적이다. 물론 이런 구별에 구애받지 않고 식물을 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의 동료 대부분이 그렇듯 린네나 투른포르는 분명 힘들여 제라늄을 키우는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 p.140 〈식물학자는 정원사가 아니다〉 

 

식물은 불안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겐 동반자와 같다. 초목이 없는 방이나 플라스틱 무화과나무로 장식된 호텔 방에 들어가면 나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파트리크 블랑은 이걸 ‘타잔 콤플렉스’라고 불렀는데, 자연과의 항구적인 접촉 욕구를 의미한다. 그래서 부득이 나는 식물이 피어나게 하는 법을 배웠다. 그럭저럭 해내기는 했는데 내가 식물의 이런 저런 계보를 언급할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도움 받은 것은 전혀 없다. | p.175 〈나의 카리오테아이, 종려나무 이야기〉 

 

나는 온갖 국면들로 인해 카프카 소설풍이 되어 버렸던 나의 미국 도착일의 해프닝을 잊지 못한다. 그땐 어떤 생활용품보다도 내 일상에서 상징이 돼 버린 식물들을 가지고 가는 것이 긴급하게 여겨졌다. 천남성과 식물, 야생 바나나나무, 종려나무는 특히 그랬다. 그래서 순진하게도 나는 식물학자가 자신의 집안 생태계를 운반하는 것보다 더 정상적인 일은 없다고 공무원들이 이해해 줄 것이라 믿고는 세관에 이 모두를 신고해 버렸다.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 p.181 〈나의 카리오테아이, 종려나무 이야기〉 

 

오늘날 무언가를 찾아내는 작업은 박진감 넘치는 탐사 현장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해 탐구하다 보면, 우연한 만남은 어느 탐사 현장의 어두운 나무 밑에서가 아니라 연구실에서 수집품들을 꼼꼼히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더 빈번히 이루어진다. 끈질긴 관찰과 분자 분석을 통해, 그리고 뜻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어떤 오류로 혼동돼 있던 두 식물이 제자리를 찾아가곤 한다. 내가 재명명한 ‘카리오타 하스타타’가 사촌 종려나무와 오랫동안 혼동돼 다른 이름표를 달고 살아 왔던 것처럼 말이다. 또한 종종 무명의 표본이 10년, 100년의 끈질긴 기다림 끝에 이름을 얻기도 한다. | p.185 〈나의 카리오테아이, 종려나무 이야기〉 

 

오래전 식물 발굴자들은 그야말로 모험을 떠난 것이다. 그들은 바지가 해지도록 미끄러운 비탈길을 돌아다녔고, 폭우를 맞으며 해먹에서 잠을 잤고, 희미한 촛불 옆에서 식사로 마른 크래커를 삼켰다. 그러다가 이미 오래 전부터 다른 우스꽝스러운 사람들이 그들의 역할을 대체했는데, 바로 다이어리에 짜인 스케줄을 따라 두 대의 비행기 사이를 험상궂게 뛰어다니는 ‘과학자’라는 사람들이다. | p.209 〈아시아로 간 식물학자〉 

 

식물을 묘사하는 작업은 강한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종이 위에 올려 압착하는 순간, 식물은 본연의 모습을 영원히 상실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진이 남지만 어떤 이미지도 글로 적은 세세한 기록을 대체할 수는 없다. 식물학자의 글쓰기는 식물의 비밀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말하자면 줄기에서 나오는 유액과 암술에서 방울방울 흘러내리는 꽃꿀에 대해 기록하는 일, 꽃부리에서 넘쳐 나오는 향기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일, 가지 밑에 맴도는 그림자에 대해 말하는 일, 그리고 연필을 내려놓고 눈을 감고서 그저 식물 본연의 모습이 온전히 다 기록되었기를 소망하는 일이다. | p.222 〈아시아로 간 식물학자〉 

 

250년 전엔 레위니옹 섬에 어떤 식물이 존재했고 어디에 어떻게 분포돼 있었을까? 코메르송의 표본은 이 섬의 식물학적 원형에 대한 유일무이한 견해를 제공한다. 현재 이표본들은 우리가 머릿속으로 당시의 울창했던 섬의 모습을 되새길 수 있는 유일한 현존 출처다. 현대 연구진의 조사에 따르면 인간과 자연의 싸움은 코메르송 시절에도 이미 상당히 진행되고 있었다. 아마도 코메르송은 식민지 개척자들이 숲이 우거진 섬 가장자리를 질서정연하게 개간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격해지고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 | p.242 〈죽은 식물들의 능이 그려낼 미래 지도〉 

 

마다가스카르의 어느 계곡 밑바닥은 접근한 모든 것들—신발, 양말, 발, 정강이, 다리를 삼켜 버렸고, 그렇게 우리를 끌어당겨 탈진시키고 난 다음에야 놔주었다. 우리는 맨발로 늪지대를 걸었는데, 장딴지에 거머리들이 달라붙고 뭔가를 빨아들이는 듯한 불안한 소리를 들으며 계속 나아갔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마련한 말을 타고서 우리를 뒤따르던, 키가 작고 뚱뚱한 이번 탐험의 연출자는 그의 탐험용 트렁크가 진흙 구덩이 속에 처박힌 이후론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 p.260 〈열대 탐험가들의 흔한 신세〉 

 

상파울루에서 숲은 이제 너무도 그리운 대상이 되었다. 숲은 어디에도 없다. 유칼립투스 재배지나 하나의 특정 종만을 줄지어 심어 놓은 곳은 숲이라 말할 수 없다. 그저 창백한 채로 침묵하고 있는 숲의 유령, 허깨비 생태계다. 그것은 그냥 녹색 지옥일 뿐이다. | p.274 〈열대 탐험가들의 흔한 신세〉

 

그 시대의 이국적인 장소들엔 꽃을 먹는 부족, 사람을 잡아먹는 꽃들이 살았다. 네덜란드 상인들은 탐험가들을 죽여 매달았고, 노아사라우 원주민들은 탐험가들의 손바닥과 뺨을 뜯어먹었다. 선대 탐험가들이 용감히 맞섰던 온갖 위험과 두려움을 알면, 이들이 발견한 새로운 식물의 작은 조각들을 지금 우리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임을 고백할 수 있다. 탐험가들은 여행 짐을 챙기면서 지구상에서 다시 볼 수 없게 된 도도새나 크리 제비꽃처럼 자신들도 절멸할지 모른다는 느낌을 간직하고 출발했다. | p.298 〈메멘토 모리〉 

서평

식물학자의 눈으로 따라가 본 아름답고 전설적인 식물 모험사

 

: 세계 최대 규모 ‘파리 식물표본관’의 총괄책임자

: 800만 점의 마른 잎들에 담긴 모험의 역사를 그려내다 

 

역사적인 프랑스 국립 자연사박물관이 있는 파리 식물원 뒤편으로,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경이로운 비밀을 숨기고 있는 건물이 있다. 거의 350년 간 이루어진 야생식물 채집과 압축 작업의 결과물로 무려 800만 점에 달하는 바싹 말린 식물표본을 간직하고 있는 곳, 욕망에 가득 찬 탐험가와 정복자들이 거대하고 풍요로우면서도 과소평가된 야생의 자연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진행했던 미친 여정의 성과를 소장한 곳. 바로 ‘파리 식물표본관’이다. 

1982년생 신진 식물학자인 마르 장송은 이곳의 총괄책임자로 일하며 이 책을 썼다. 그가 마치 라틴어로 된 하나의 역사적 식물명처럼 ‘헤르바리움 파리시엔시스(Herbarium parisiensis)’라는 이름으로 소개를 시작한 이곳은 현존하는 식물표본관 중 가장 많은 자료를 소장하고 있으며, 살아있는 식물학의 보고에 다름 아니다. 독자들은 이곳에서 자기만의 시대를 간직하고 있는 식물표본들 하나하나가 매우 소중하게 다뤄져야 할 존재라는 것을 금방 알아챌 것이다. 물론 저자는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저자는 어릴 때 곤충과 동물을 좋아하는 야생아였는데 어느 날 창가 구석에 방치된 식물 화분의 꺾꽂이 가지에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 새싹이 터 자라는 것을 본 후로 식물세계의 신비에 매료되었다. 아무것도 없이 그저 약간의 흙, 빛, 물만으로 자기 존재를 사방으로 퍼뜨리는 식물의 성장을 발견한 후로, 그는 ‘보이는 않은 세계를 보는 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몇 년 후 고등학생 때 방문한 아프리카 세네갈 여행에서 길가에 장관을 이룬 종려나무들을 보고서 식물학자로 자기 인생의 항로를 결정하게 된다. 그에게 식물학자가 된다는 것은 땅과 진흙, 구름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의 오지를 찾아다니며 새로운 식물을 발견하고 이름을 정해주며 분류했던 역사적 사람들, 즉 과학자로서 방랑의 기쁨을 누렸지만 때때로 삶이 위험에 처하기도 했던 선대의 족적을 사랑하고 뒤따른다는 것이다.

 

 

: 린네, 라마르크부터 현대의 랩 과학자들에 이르기까지 

: 대양과 세기를 넘나들며 지속된 식물학자의 일과 모험 

 

저자는 이 책에서 린네, 투른포르, 푸아브르, 아당송, 라마르크와 같은 초창기 ‘식물 발굴자’(18세기에는 식물학자를 이렇게 불렀다)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들의 식물표본에 남아 있는 이야기를 좇아 식물학의 위대한 탐험 장소들로 독자를 끌고 간다. 대양과 세기를 넘나들며 세네갈, 인도네시아, 중국, 에콰도르, 마다가스카르, 브라질, 말리 등으로 식물 탐사 여행을 떠나는 동안 독자들은 그곳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들게 된다. 

또한 마르 장송은 파리 식물표본관에서 그를 가르쳤던 노년의 아이모냉 선생과 열대 숲 전문가이자 수직정원 창안자로 유명한 파트리크 블랑을 비롯해 그와 함께 식물을 연구하고 탐사를 다녔던 오늘날 ‘식물 과학자’들의 이야기도 흥미롭게 전한다. 이 매력적인 식물학 이야기에서 독자들은 오늘날 식물학자들의 실제 일상, 즉 표본 작업대 위에서 펼쳐지는 내밀하고 편집증적인 작업들과 새로운 식물 탐사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세계 곳곳으로 탐험을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는 모습, 그러다 어느 지역 호텔 주차장에서 겨우 살아남은 토종 희귀식물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의 해프닝 등을 생생히 경험할 수 있다. 

20세기 중반 DNA 발견 이후로 식물의 형태를 분석하는 업무도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그 영향으로 유서 깊은 파리 식물표본관은 2013년 소장품의 배열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표본들의 대규모 이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그 전과 후를 모두 경험한 저자는 많은 것이 바뀌었어도 식물을 발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도구는 여전히 ‘식물학자의 통찰력 있는(레이더 달린, 스캐너 같은) 눈’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 책을 읽고 난 독자들에게 식물은 더 이상 책이나 액자 속에만 존재하는 정물이 아닐 것이다. 식물들은 이 세상, 기후에 대한 이야기, 풍경, 우리 미래에 대한 전망 어디에나 생생히 존재한다. 식물학자들의 오랜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의 식물 중 90퍼센트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며 발견되기도 전에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 브라질의 아마존 숲에서 유칼립투스에 밀려 멸종된 토종 브라질나무의 사례처럼 인간의 개발 탐욕에 의해 희생되고 있는 천연 식생들, 그리고 이국적 식물에 대한 호기심과 과도한 상업화로 이제는 전 세계 어느 로터리에서나 비슷한 모양으로 한껏 과장된 꽃을 피우고 있는 화단과 정원 문화에 이르기까지, 식물세계의 혼란과도 마주하게 된다. 

350년 식물 기록의 역사에 족적을 남긴 다양한 인물들, 조각난 채로 남아 있던 에피소드와 사소하게 잊힌 이야기들, 과학적 사고의 변천사 등을 모두 담아내면서 마르 장송은 딱히 어떤 분야로 한정해 분류할 수 없는 화려한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 이야기를 더 아름답게 읽을 수 있도록 조력한 작가 샤를로트 포브의 역할도 결코 작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마르장송
1981년생 프랑스 식물학자. 흔히 ‘야자수’라 부르는 종려나무 전문가다. 2007년 뉴욕 식물원에서 동남아시아 종려나무의 계통학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다. 2011년 몽펠리에 대학 식물표본관을 운영한 뒤 2013년부터 프랑스 국립 자연사박물관 소속 파리 식물원 내에 있는 국립 식물표본관의 총책임자를 역임했다. 지금은 모로코의 도시 마라케시에 있는 마조렐 정원에서 식물학 감독으로 일한다. 식물학자이면서 식물을 기르는 일에도 남다른 흥미와 재주를 가진 그는 정원과 관련해서도 주목할 만한 행사들에 관여했는데, 노르망디 지방 바랑주빌쉬르메르에서 열린 식물학 회담에서 과학 고문을, 2017년 파리 그랑 팔레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정원 박람회에서 부위원장을 맡았다. 저서로 원예가 스테판 마리와 함께 쓴 《게라르도 시보의 식물표본》이 있다.
저자 : 샤를로트포브
조경사이자 작가. <르몽드> <텔레라마> 등에 식물과 정원 관련 글을 쓰는 칼럼니스트이며, 다큐멘터리 작가로 아르테 방송사의 ‘경이로운 정원’ 시리즈를 집필했다.
번역 : 박태신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 건국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부산대학교 대학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다음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면서 산문을 연재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몸을 씁니다》 《내 몸은 내가 지킨다》 《물질의 비밀》 《비관주의자를 위한 낙관주의 수업》이 있다.
감수 : 정수영
1981년생 한국의 식물학자. 식물분류학으로 박사를 따고 2009년부터 산림청 소속 국립수목원에서 산림생물 다양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대표 표본관 중 하나인 산림생물표본관(KH)의 식물표본 관리 업무도 지원한다. 국가 식물종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국립수목원에서 기획 출간하는 단행본 제작에도 실무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그중《식별이 쉬운 나무도감》 《한국식물도해도감 1. 벼과》 《쉽게 찾는 한국의 귀화식물》 《DMZ 접경지역의 식물 Ⅰ~Ⅳ》 등을 직접 집필했다. 50여 편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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