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작은 기록이지만, 이 책이 청년의 내일을 염려하시는 분들,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일하시는 분들,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공동체의 회복을 고민하시는 분들, 다음 세대와 다음 사회를 위한 청년정책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무척 기쁘고, 감사할 것이다. 이 순간에도 젊음의 노트를 채워나가고 있을 청년들과 공동체의 미래로 고민하고 수고하시는 청년정책 관계자분들을 응원한다.
[책 속으로]
연구실에 홀로 남아서 반도체경제학을 공부하며 정말 프런티어에 가겠다던 나에게 IMF 외환위기와 함께 날아든 합격 취소 통보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설상가상이었다. 청년백수, 고용절벽, IMF세대는 그렇게 탄생하였다.
경주 현대호텔에서 합격 취소 위로금을 받은 날은 한 장의 사진으로 아직도 생생하게 가슴에 찍혀있다. 검은색 정장을 말끔하게 빼입은 청년들이 줄을 이었다. 위로금을 받고서도 청년들은 호텔 앞을 떠나지 못했다.
-p. 19, ‘국가부도의 날’ 중에서
1995년 어느 날 학생회 선배가 물었다. “너는 기성세대가 되면 어떻게 살래?” 학생회보다는 동아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 노동 운동가 선배의 심기가 느껴졌다. 그때 나는 무심코 대답했다. “다음 세대, 청년들을 위해서 살겠습니다. 최소한 두 명의 청년이라도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마흔이 넘어서야 “말이 씨가 된다”라는 옛 선인들의 지혜가 오래된 기억을 소환했다.
-p. 26, ‘어쩌다? 공무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의 자립을 위한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최대한 과거의 유사 정책을 비교·분석하고, 정책설계 과정에 청년들을 직접 참여시켜야 한다. 그래야만 시행착오와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정부의 청년자산형성지원사업이 청년들의 공정하고 공평한 삶의 출발 기회를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부의 양극화라는 현실에서 직면해야 하는 기회의 격차를 줄여 줄 수 있길 기대한다.
-p. 57, ‘청년희망적금 가입하셨나요?’ 중에서
대구청년센터는 2019년 6월 13일 제2센터 공감그래를 개소하고, 청년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중략) 2021년 기준, 2,276명의 청년이 청년 상담소를 통해서 상담을 받았으며, 심리상담(24%)의 비중이 진로상담(32%) 다음으로 가장 높았고, 취업상담(10%)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2021년 1분기 국민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층 우울 위험군이 20대 30%, 30대 30.5%로 계속 증가하였는데, 이러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p. 73, ‘청년자립, 마음건강부터’ 중에서
한국은행의 2019년 「한국과 일본의 청년실업 비교분석 및 시사점」 분석결과를 보면, 일본처럼 인구구조의 변화로 청년일자리 상황이 마냥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할 수 없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큰 반면, 대기업 일자리 비중과 임금 근로자의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낙관적으로 전망하더라도 향후 최소 5년간은 청년고용여건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이 청년 일자리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다.
-p. 85, ‘청년일자리, 모두가 유감이다’ 중에서
최근 사표 쓰는 MZ세대 공무원이 늘어나고 있다. (중략) 공무원 퇴직연금의 개혁으로 고연차 공무원에 비해 저연차 공무원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이유가 될 것이고, 공무원 조직의 경직성, 과도한 의전과 위계구조, 불합리와 비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못 참아서 나가는 경우도 많다. 밀레니얼 후기 90년대생들이 이런 흐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앞으로 수년 후엔 2000년대생들이 본격 조기퇴직 행렬에 나설 것이다.
-p. 94~95, ‘MZ세대, 언제까지 공무원을 원할까’ 중에서
대구시는 2018년부터 매년 공모를 통해서 민간의 카페를 청년응원카페로 10여 개 이상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매년 600여 명의 미취업 청년들에게 1인당 10만 원 내외의 커피 쿠폰을 제공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청년들의 취·창업 등 사회진입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청년응원카페는 청년들의 커뮤니티 활동과 네트워킹을 위한 생활 속의 거점공간이다. (중략) 청년응원카페는 당장 사무실을 마련할 자금이 부족한 청년 예비창업가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었다.
-p. 139, ‘친구가 추천하는 청년응원카페’ 중에서
SK하이닉스의 사례도 있다. 한 연구원은 자신이 최근 개발한 10나노급 D램을 신규 공정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일부 검증을 거치지 않은 실수를 했다. 결국 불량 제품이 다수 나왔다. 하지만 회사는 오히려 “실패는 더 큰 성공을 약속하는 것”이라며 이 연구원에게 300만 원의 상금과 상패를 줬다. SK하이닉스는 연구개발 과정에서 아이디어는 참신했으나 아깝게 실패한 사례 등을 공모해 상을 주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컬’ 사례 경진대회를 개최했다. 타이틀 끝에 걸린 컬이라는 단어는 문화(Culture)를 뜻한다.
-p. 151, ‘패자부활전과 실패자산의 날’ 중에서
유지영 감독은 대구 출신으로 〈수성못〉이 첫 장편영화였다. 영화는 지방도시 대구를 벗어나고 싶었던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의 체험에서 우러난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준다. 이세영 배우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편입준비를 하는 주인공 희정 역을 현실감 있게 잘 연기했다. (중략)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청년의 독백이 오랫동안 마음에 맴돌았다.
-p. 165, ‘청년영화제와 청년감독’ 중에서
“도시는 어린아이가 걸어 다니며 그의 생애에 하고 싶은 것을 말해주는 어떤 것을 찾아낼 수 있는 장소이다.”라는 어느 도시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도시 곳곳을 탐험하고, 도시를 이해하는 것이 단지 학습의 영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꿈을 찾고, 업業을 찾는 길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p. 179, ‘청년, 도시를 읽고 걷다’ 중에서
청년주거안정패키지정책이 발표되고 추진되기까지 주관부서인 도시재창조국 건축주택과의 총괄 역할이 컸다. 원스톱 청년주거상담서비스 플랫폼 구축은 어느 단일 부서로서는 할 수 없고, 어느 부서에서 담당을 해주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 또한 건축주택과에서 맡아 주었다. 청년주거안정패키지정책은 건축주택과, 출산보육과, 청년정책과의 협업의 산물이다. 청년정책의 어떤 분야도 부서간 협업, 근본적으로는 청년, 민간과 협업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다.
-p. 205, ‘주거안정패키지정책 디자인’ 중에서
국가균형발전 특별법(2004. 1. 16.)이 공포된 지 17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역 간 격차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고, 지방은 청년 유출로 활력을 잃고 악순환의 덫에 빠져 있다. 지자체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청년유출은 계속되고 있다.
-p. 223, ‘악순환의 덫을 끊는 청년유턴’ 중에서
과거 자본이 일자리를 창출하던 시대는 저물고, 이제 인재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인재가 기업을 만들고, 인재가 기업을 키우고, 인재가 기업을 유치한다. 그래서 지역의 발전전략과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우리 모두가 각자 노력도 하고 있다. 하지만 실행은 부분적이었고, 노력은 집중되지 못했고, 투자는 과감하지 못했다. 인구유출과 지역침체라는 악순환에서 도시가 사람을 키우고, 인재가 도시를 바꾸는 선순환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모두가 청년을 중심으로 미래인재 관점의 대전환을 위해 인식하고, 행동하고,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p. 262, ‘청년과 함께 만들 변화, 공동체의 회복과 지역의 번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