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금쪽같은 내 새끼에게 생긴 일
영재인 줄 알았다. 미국에서 구하기 힘든 원서로 동화를 읽히며 주변 엄마들의 시샘을 한 몸에 받았고, 정보 제공을 위해 시작한 온라인 카페는 입소문을 타고 금방 수천 명의 회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의 눈빛이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당혹스러운 마음에 병원을 찾아가는데...
저자 이수현 작가는 임용고시에 합격한 영어 교사로서 육아휴직 기간에 아이를 영재로 키워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한다. 영어 원서로 교육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아이는 ‘발달장애’, ‘자폐 스펙트럼’ 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고, 심지어 마지막 희망이었던 둘째 아이까지 ‘발달장애’ 진단을 받게 된다. 저자는 주변의 모든 기대와 관심을 차단한 채 홀로 고통 속에 아이를 키우게 된다.
SNS에 남겨진 한 엄마의 절규
평범한 아이를 키우는 일도 인간을 성장시키는 고통이 따르지만, 아이가 발달장애, 자폐 스펙트럼이라면 부모는 죽을 만큼 깊은 고통의 늪에 빠지게 된다.
2020년 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 중 발달장애인 비율이 10%에 달한다. 이는 전체 인구대비 5.1%이며, 일 년 사이 1만 4000명이 증가했다. 그런데도 신체장애가 아닌 정신, 지능 발달장애이기에 사회의 인식은 이를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아직도 무지하며, 무관심과 차별의 벽은 높기만 하다.
비단 내 아이가 아니더라도, 이웃집 아이가 발달장애라면? 요즘 교실에 한두 명씩 있는 발달장애 친구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 아이를 낳은 부모만이 오롯이 책임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저자는 두 명의 장애아를 키우며, 죽고만 싶은 날들을 견디다 SNS에 발달장애인 가족의 실상을 알리기로 결심한다. 이제 그녀의 글은 매일 5000명 이상의 구독자를 울리며, 큰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으며, 그녀가 눈물로 쓴 하루하루의 일상이 에세이로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함께 부르는 노래
발달장애인 화가 정은혜, 그림으로 참여
사람들이 무관심한 게 아니었다. 인간의 마음엔 기본적인 ‘연민’과 ‘사랑’이 있다. 장애인을 가족의 삶을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그녀의 글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한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힘과 에너지가 있다. 위로받아야 할 사람은 그녀인데, 글을 읽는 사람들이 위로받는다. 상처를 돌아보게 된다. 용서하게 된다. 부모가 자녀를, 자녀가 부모를 더 이해하고 안아주게 된다.
이 책을 출간한 스타라잇 출판사 김태은 대표는 “이 책은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과 더불어 장애인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알림으로써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학교와 직장, 사회 곳곳에서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발달장애인 화가 정은혜 배우의 어머니 만화가 장차현실은 추천사를 통해 “아이의 가능성을 발견해주는 것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닌, 엄마만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힘이다. 좁은 시야와 생각에서 벗어나 ‘자녀의 정체성’을 인정하며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며, 부모의 교육 철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발달장애를 키우는 부모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연일 이어지는 요즘, 이수현 작가의 [누가 뭐라든 너는 소중한 존재] 책이 장애를 품은 가족들을 더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연결 고리가 되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