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우린 이 다음 여행을 더 응원해, 그래도 무조건 예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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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야 하는 수많은 이유 중에 하나!
바쁘고 힘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 여행에 진지할 필요 없어요.
대한민국의 예쁘고 예쁜 장소 중에
도착하자마자, 계절에 상관없이, 혼자여도 함께여도
가볍게 가기 쉽고 늘 예쁜 33 더하기 66곳을 엄선했어요.
……
p20
고운 모래톱 대신 단단한 암반을 기웃거리다 찾은 입구는 시간이 비틀린 틈새처럼 보인다. 밝음과 어둠이 극명하게 갈린 공간에 살며시 발을 들인다. 거친 질감을 덧입힌 동굴 안은 이질적이면서도 안온하다. 마치 태곳적 자연이 빚은 어머니의 품처럼. 뒤돌아선 순간, 눈앞에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 the RED #02 고성 상족암 해식동굴
p33
그 힘 덕분일 테다. 흘러간 세월에 노쇠한 관절, 그래도 걸어가는 하루하루가 쌓인 결과물이다. ‘차.카.게. 살자.’ 우스꽝스러우면서 짠한, 어느 영화 속 어둠의 세계에서 방황하는 등장인물의 타투 문구가 떠오른다. 시간을 귀하게 여기고 환경을 조금 더 생각하며 살자! ‘착하게’ 살아야겠다. 펭귄을 보며, 어르신을 만나며, 골목을 지나며 기억하기로 한다. - the RED #04 광주 펭귄마을
p69
카페거리라고 해서 기장 어느 동네에 카페가 조르르 모여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장군 거의 전 해안을 따라 카페가 야금야금 생겨났고,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카페거리라고 불렀다. 카페가 너른 범위에 걸쳐 있으니 제대로 즐기려면 대중교통보다 자동차 여행이 제격이다. - more RED 부산 기장 카페거리
p98
그 끝에 바다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느 순간 자꾸 사막을 상상한다. 모래벌판이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바라보는 기분이다. 바다에서 사막을 떠올리는 아이러니라니. - the RED #15 삼척 덕산해변
p106
전에는 여느 주택가와 다르지 않은 동네였지만, 지금은 다르다. 식사 시간이면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이 골목을 메운다. 낮에는 예쁜 카페에, 밤에는 화려한 술집에 다양한 사람과 표정이 머문다. - another RED 용리단길
p178
고요한 늪지대는 한없이 평화롭다. 바람이 살랑살랑 일면 물에 비친 하늘이 찰랑대며 응답한다. 만고의 진리와 같은 말, 자연이 빚은 풍경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 another RED 우포늪
p197
계절별로 갖가지 꽃이 피어나고 잔디밭에서 강아지가 뛰논다. 내부에는 앤티크 가구와 그릇, 소품이 가득하다. 머무는 내내 여기가 강원도 산골이지, 유럽 어디쯤인지 기분 좋은 혼란에 빠진다. - another RED 그리심
epilogue
나라는 단순한 사람에 공생하는 세포도 단순하다. 이들을 어르고 달래는 데는 대단한 무엇이 필요치 않다. 찰나일 수도 소소할 수도 있지만, 나의 세포를 움직이는 그 무엇이 있는 곳이 나는 예쁘다. 김수진
나아가고 싶은 욕구와 돌아가고 마는 절망이 뒤엉킨 기분을 분별하는 내가 예쁘다. 그곳에 잘 어울리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 나도 그 장소도 더없이 예쁘다. 김애진
작은 풀꽃이라도 들여다보면 저마다 매력이 있다. 떨어진 꽃잎에도, 반짝이는 물결에도, 흘러가는 구름에도 예쁜 구석이 있게 마련이다. 곰삭은 젓갈처럼 오래 묵어 숙성된 풍경도 한껏 예쁨을 발산한다. 정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