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수상, 2015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
노벨문학상 후보로 손꼽히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단편집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는 우리에게 숨겨진 의미의 프리즘 아래에서 빛나는 작품을 선사한다.
우리의 임무는 점들을 연결하고, 문장의 신비함을 느끼고, 찾아온 혼란을 인내와 포용으로 받아들이며, 극도로 의미심장한 순간과의 조우를 준비하는 것이다.”_《밀리언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문장은 비타협적인 미학으로, 독서에 몰입한 독자는 보상을 얻지만 산만함을 보인다면 자비 없이 처벌한다.
하지만 이런 문장이 때로는 우리를 흥분시키고 심지어 행복하다고까지 느끼게 한다.”_《가디언》
오직 알마 출판사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헝가리 현대 문학의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새로운 작품이 출간되었다. 2015년 맨부커 인터내셔널과 2019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에서 수상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매해 노벨문학상 후보에 빠짐없이 거론되는 문호다. 국내에서는 벨라 타르의 영화 〈사탄 탱고〉의 원작 소설 작가로 이름이 알려진 이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문체와 필력으로 굳건한 마니아 층을 형성해왔다.
《서왕모의 강림》은 꾸준히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을 따라온 독자들이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중요한 작품이다. 혹은 크러스너호르커이와 가까워지고 싶었으나 선뜻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던 독자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총 1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서왕모의 강림》은 비교적 우리에게 친숙한 장소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다수 실려 있다. 현대 일본의 교토나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같은 곳이 그 예다. 한번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면 다시 집중하기 어려운 장편과는 다르게 한 편, 한 편의 끝맺음이 있다는 것 역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주요한 요인이다.
동시에 《서왕모의 강림》은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문학적 정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일찍이 크러스너호르커이가 “마침표는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신에게 속한 것이다.”라고 말했듯이 그의 작품을 처음 읽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페이지를 넘겨도 끝나지 않는 문장, 끊임없이 등장하는 쉼표에 당혹스러워질 수 있다. 《서왕모의 강림》 역시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스타일이 여실히 살아 있다. 그러나 차분히 활자를 따라 읽어가다 보면 마치 롱테이크로 찍은 영화를 보는 듯 눈앞에서 생생히 펼쳐지는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문장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문학적 순간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서왕모의 강림》에 실린 17편의 작품은 저마다 다른 주제를 선보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꼽아보자면 넓은 의미에서의 ‘예술’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작품에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예술 작품이 등장한다. 그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회화 작품이거나, 불상,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이기도 하고, 일본의 전통 가면극이거나 혹은 제례 의식 그 자체일 수 있다. 《서왕모의 강림》은 인간이 아닌 예술 그 자체가 주인공인 작품집이며, 그렇기 때문에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들 속에서 특별한 위치에 자리한다.